비판 정신 곧추세워 정도를 가겠습니다
  • 전남식 편집국장 (niceshot@sisapress.com)
  • 승인 2008.10.2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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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또 한 살을 먹었습니다. 올해 19번째 생일을 맞았지요. 언론 종사자로서 27년을 보내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힘겹고 버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뉴욕발 금융 위기로 모두 경제난을 우려하고 있는 마당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한 해 전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하는 언론’에서 ‘책임을 더 생각하는 언론’으로 <시사저널>의 자세를 진일보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때로는 미흡하고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친 적도 있었지만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시사저널>이 정상의 시사 주간지로서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독자 여러분께서 이런 점을 높이 사 계속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신문이나 시사 잡지 같은 인쇄 매체들의 설 자리가 좁아져가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의 특허 상품인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는 올해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물로 내보냈습니다만, 매년 조사 결과를 보면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그 원인이야 무엇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 있겠지요. 멀티 미디어 시대를 맞아 우리의 라이프사이클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키즈들이 기성세대로 성장하면서 인쇄 매체는 아예 인터넷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TV나 인터넷의 영향력이 인쇄 매체를 앞지르는 것은 이렇듯 미디어 이용 실태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시대에 신문이나 잡지가 살아남아 미디어 시장의 좌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민주 시민은 인쇄 매체들이 키워왔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그 권력을 합당하게 바로잡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세상으로 이끈 것은 신문과 잡지였습니다. 물론 요즘 인쇄 매체들이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정권 차원의 ‘편 가르기 이념 전쟁’에 놀아나고 특정 이념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신 권·언 유착에 몰입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심지어는 이념을 팔아 장사를 하려는 매체들도 있지요. <시사저널>은 이런 파행상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을 존중하며 비리와 부조리를 바로잡는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계시는 한, 대통령은 물론 각계 권력 집단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사저널>의 비판 정신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올해 <시사저널>의 창간 기념호는 허물어진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기획의 출발점은 월스트리트로 잡았습니다. 한때 탐욕의 머니 게임을 펼치며 승자독식주의(The winner takes it all)를 미덕처럼 여겼던 월스트리트의 폐허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해보았습니다. 이번 호부터 지면 전반을 새롭게 손보았습니다. 한결 산뜻해진 <시사저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사저널>의 힘은 곧 독자 여러분입니다. 아낌 없는 사랑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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