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니 건강이 돌아왔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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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전선옥씨

▲ 전선옥씨(위)는 췌장암 진단 후 아무렇지도 않게 살다 보니 이제는 거의 완치 상태에 이르렀다. ⓒ시사저널 임준선
“모든 것에 대한 애착을 버리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전선옥씨(57ㆍ여)는 바동바동 살기를 포기하는 대신 건강을 얻었다고 믿고 있다.

그녀가 췌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5년 전이었다. 가슴 명치 부위가 체한 것처럼 아팠고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씨는 “소화제를 먹어도 낫지 않아 동네 의원에서 진찰받으니 위염이라고 했다. 살이 빠지는 것은 수영이나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통증이 없어지지 않아 정밀 검사를 해보고 췌장에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췌장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전씨에게 암이라는 말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씨는 “무엇보다 수술도 못할 정도라는 것에 더 절망했다. 집에서 가까운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았다. 말기인 데다 임파선과 간으로도 전이되었다는 결과를 받았다. 울고불고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어서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암은 췌장 머리부위에 위치해 있었고 임파선과 간으로 전이되어 있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임파선에 전이된 암은 수술로 제거했지만 췌장과 간에 있는 암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다. 전씨는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경북 문경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전씨는 병에 걸리기 5년 전에 남편과 사별해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고 한다. 그 후 돈을 벌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에 손을 대면서 말로 다 못할 정도의 심적 고통을 받았다.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암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곧 삶을 마감할 텐데 돈이 무슨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을 찾아 공양을 했고, 보육원에서 김장김치를 담가주기도 했다. 평생 자신만을 위해 살던 삶이 남을 위해 사는 삶으로 바뀐 것이다. 돈과 물질은 물론 삶에도 애착을 버렸다. 모든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또 3cm짜리 암을 이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했다고 한다. 몸에 좋다는 산삼과 상황버섯도 먹었지만 무엇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병실을 벗어나 자연을 접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암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 전씨는 “처음 암 판정을 받고 조심해야 할 음식을 물었더니 그냥 먹고 싶은 음식은 가리지 말고 다 먹으라고 했다. 시한부 인생이니 죽기 전까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라는 말이었는데, 나는 음식을 가려 먹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음식은 골고루 먹었고 오히려 투병 중에 식욕이 좋아져 암에 걸리기 전보다 3~4배 더 많은 음식을 섭취했다. 절에 다니면서 좋은 공기를 마셨고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이며 남미로 해외 여행도 다녔다. 다른 사람에게도 암환자라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치료는 항암 요법이었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맞는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항암 요법은 부작용이 심하다. 전씨는 “구토가 얼마나 심했는지 병원 문만 들어서면 구토가 나올 정도였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의사의 말에 따라 12차례나 항암 치료를 마쳤다. 1회당 3번 항암 요법을 하니까 모두 36번 항암 주사를 맞은 셈이다”라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돌이켰다.

3개월 후 병원에서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 암세포는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것이다. 물론 간으로 전이된 암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전씨는 “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지금은 암에 걸리기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마음을 비우니 건강이 돌아왔다. 치료도 치료지만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아온 것이 건강을 되찾아주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병세가 호전되면서 3개월마다 받던 정기 검사를 6개월마다 받고 있다. 전씨는 80세까지 건강하게 살 자신이 있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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