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4조원’ 욕심이 문제였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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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수익만 바라보고 ‘묻지 마’ 투자해 화 자초

▲ 서울 여의도 증권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단 공동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증권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이 -40%를 넘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투자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한 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고 다른 한 편은 ‘속았다’는 것이다. 어차피 투자라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선택하는 과정이고 운용 기간이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만을 가지고 논한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속았다는 반응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에도 문제가 있다.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고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인사이트 펀드를 제자리에 놓아주자. 그러면 이 펀드의 수익률에 대해서도 자연히 해명될 것이다.

인사이트 펀드의 공식명칭은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투자신탁’이다. 펀드명에 분명히 혼합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즉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비율이 0~100%까지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펀드의 약관이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부터 지적되어왔던 것이다.

표준약관과 크게 다른, 기존에 인가된 사례가 별로 없었던 형태의 인사이트 펀드 약관이 통과되자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미래에셋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의 운용에서도 채권에는 아직 투자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몰빵 펀드’ 논란에 대해 박현주 회장은 펀드 출시 직후 예정에 없는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다음과 같이 해명했었다. “인사이트 펀드는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고수익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라며 ‘몰빵 펀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몰빵의 기준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견해가 다르겠지만 혼합형 펀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이 펀드는 주식에 몰빵하는 경우가 맞다. 혼합형이면서 채권이나 주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유가증권은 거의 없으니까. 여기에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첫 번째 오해가 있다.

박현주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이트 펀드는 초기에는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향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으면 좀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인사이트 펀드는 초기에 주식뿐 아니라 채권이나 실물 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광범위하게 투자해서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일정한 성과를 얻은 후에 주식에 대한 비중을 높여나가야 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투자자들이나 시장이 나름으로 생각하는 안정적 운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순서가 바뀌었다. 미래에셋의 명성을 믿고 폭발적으로 자금이 몰려들자 초기에 공격적으로 운용해서 성과를 낸 이후 이런 성과를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된 것이다. 인사이트 펀드는 초기에 몰려든 4조원에 이르는 자금의 90%를 이머징마켓 주식에 쏟아부었다. 국내 주식시장에 운용하는 펀드라면, 거기에다 이 정도의 자금 규모라면 단기적으로 원하는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1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고 해도 평균 4백억원 정도의 신규투자 자금이라면 단기적으로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글로벌 시장이었고, 이 정도의 자금은 ‘강물에 돌 던지기’밖에 안 되는 규모로 흔적도 없이 시장에 묻혀버렸다.

국내 시장에 투자했다면 원하는 수익률 거두었을 것

자산 배분은 시장 전망에 기초해 주식, 채권, 실물 자산, 유동성 등 다양한 자산군에 대해 자금을 나누는 과정을 말한다. 인사이트 펀드는 출시되면서 글로벌 스윙 펀드를 표방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자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의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비중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펀드의 투자 대상은 주식에 국한되어 있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겠지만, 주식이 아니라 선진국 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일정 수준만 유지했더라면 이 정도의 손실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사전적으로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은 위험이 큰 주식이다. 초기에 90% 이상을 투자한 이머징마켓 주식을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이 났다면 이 펀드는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도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러나 설정액 4조원이 넘는 펀드가 주식시장에서 6개월 만에 20% 이상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향후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대수익률이 연 7% 수준도 안 되는 채권 투자를 통해 어느 세월에 원본 수준인 25%의 수익을 내겠는가? 설사 채권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만족할 것인가도 미지수이다. 번호표를 받아가며 어렵사리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속내에는, 중국처럼 대박을 낼 수 있는 전세계의 주식시장을 찾아서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투자자들의 욕심과 이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지 못한 운용사의 초기 패착으로 인해 인사이트 펀드는 시장 전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지난번 자산운용 보고서에서 운용사가 이야기한 다음의 사항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2007년 10월31일 미래에셋은 장기 투자를 기반으로 전세계 어느 시장에나 투자할 수 있는 인사이트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중국, 인도 등 단일 국가 펀드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었고, 이에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좀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인사이트 펀드는 위험을 분산시키지도 못했고 단일 국가 펀드에 치우쳐져 있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키지도 못했으며, 당연히 안정적인 수익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제 손실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주식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그것도 손실 만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잘못을 물을 것인가

결국 이 펀드는 국정감사장에서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한 의원은 이 펀드가 특정 지역에  몰빵 투자를 하면서 손해를 초래했으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해 공모 펀드가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을 금지시키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도 적절한 대응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모두 한국의 주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몰빵 펀드가 된다. 베트남 펀드, 중국 펀드, 미국 펀드도 모두 금지 대상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펀드나 선박 펀드, 금 펀드는 한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상품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더욱 더 몰빵 펀드가 된다. 이런 관점이라면 펀드는 원래 몰빵이 기본이다. 다양한 국가나 투자 대상에 투자하는 펀드는 예외적인 것이 된다. 펀드는 어떤 국가이든 어떤 자산에든 투자할 수 있다. 단, 그 투자 대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위험을 판단해 선택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펀드의 조합을 통해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인사이트 펀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사전에 펀드의 투자 대상과 위험을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묻지 말고 맡겨주면 알아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식이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펀드를 선택한 것이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업계의 의견은 ‘그래도 인사이트 펀드가 잘 살아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인사이트 펀드와 미래에셋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신화이자 한계인 것이다. 인사이트와 미래에셋이 무너지면 국내 자산운용업 전체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점에서 이 펀드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눈길은 염려로 가득 차 있다.

당분간 인사이트 펀드의 자산 배분은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이 암시적으로 시장에 내보내고 있는 유일한 해답은 시간이다. 여의도 미래에셋 건물의 입구에는 바늘이 없는 시계가 걸려 있다. 시간을 잊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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