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에 우리 구축함 뜬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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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말리아에 실사단 보내고 해군 파견 검토…해군본부 “6개월마다 교대할 것”

▲ 소말리야 해역지도.

바다의 무법자 해적들이 세계 곳곳에서 날뛰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상선이 해적들의 공격을 받거나 납치된 것은 총 11건이다. 아프리카 해역에서의 해상강도 사건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6년 61건에서 지난해에는 1백20건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64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은 해적들이 단골로 출몰하는 지역이다. 전세계 해적 행위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2006년에는 소말리아 인근에서 동원 호가 납치되어 선원들이 3개월간 억류되었다가 풀려났다. 지난해에는 마부노 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어 무려 1백73일간이나 억류되었다. 이 사건은 국내 최장기 납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지난 9월에도 화물선 브라이트 루비 호가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다. 올해 발생한 납치 사건 중 12척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억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 상선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지나다니는 횟수가 연간 5백여 차례라고 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한국 상선은 ‘봉’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상선 통과 횟수 연간 5백여 차례

<시사저널>은 국회 국방위원회 김동성 의원(한나라당)을 통해 해군이 작성한 ‘소말리아 해적’ 관련 비공개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에는 소말리아 내전 발발 배경, 주요 해적의 특징과 장비, 해적 소탕을 위해 파견된 연합군의 작전 현황 등이 담겨 있다.

소말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12개 크고 작은 군벌들의 주도권 싸움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말리아 정부는 사실상 해적들을 방치하고 있다. 해적들의 면면을 보면 해안에 있는 군벌들과 다각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벌들이 해적을 직접 운영하거나 납치를 사주하기도 한다. 군벌들에게 해적질은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창구이다. 해적들은 석방 대금을 받으면 대부분 마약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소말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적들은 크게 4개 조직이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위협적인 존재가 SM(소말리아 해병대)이다. 이 조직은 북부 하라데레 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말리아 최대 군벌인 하위야가 지휘하고 있다. 조직원 수만 13만명에 달한다. 지난 2006년 동원 호 납치와 지난해 마부노 호 1·2호 납치 사건도 SM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 한국 함정이 파견될 경우 대잠헬기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위). ⓒ뉴시스

소말리아 남부 키스마요 항 연안에 주둔 중인 NVCG(자원 해양경찰)와 푼틀랜드 지역의 연안 항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푼틀랜드 그룹은 각각 1만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남부 마르카 항 연안에서 활동하는 조직은 마르카그룹(조직원 5천명)이다.

해적들은 보통 3개 조(납치조 1, 대기조 2)로 활동하고 있으며, 석방 대금은 3개 조가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선박 납치는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해적들은 평소 원양 항해가 가능한 모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육상 무선국을 통해 선박과의 교신을 감청한다. 납치할 선박이 정해지면 고속정 3척에 나누어 타고 감시가 소홀한 야간에 로켓포로 경고 사격을 한 다음 선상에 잠입해서 조타실을 점거한다. 그런 뒤 다국적 함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소말리아 영해로 진입한다. 선체는 은거지 항구 인근 해상에 정박시키고 선원들을 선상에 억류하면 1차 목표를 완수한다. 해군에 따르면 해적들은 화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선원을 인질 삼아 현금으로 석방 대금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억류 기간 동안 선원 숙식비와 선체 관리비를 석방 대금에 포함해서 청구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미국 주도 연합해군 “언제든지 환영”

해적들이 사용하는 주요 무기는 RPG-7,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 M60, 106mm 무반동총 등이다. 특이한 것은 소말리아에서는 해적이 선망하는 직업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해적들이 호화 별장과 고급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어 소말리아 여성들이 해적과 결혼하는 것을 인생 최대의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소말리아 인근에는 미국 주도의 연합해군(CTF-150)이 주둔하고 있다. 연합해군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창설되었으며, 참가국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터키 등 20개국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아프리카의 뿔’로 명명되는 해적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해군의 참가국은 4~6개월 단위로 국가별 윤번제로 지휘권을 교체하고 있다. 함정은 초기 24척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4~15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근 해역에서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 연합해군이 출동하고 있다.

정부는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통과하는 우리나라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에 해군 함정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월27일~31일까지 정부합동실사단 11명이 소말리아 현지를 방문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함정을 파견하면 연합해군에 편입되어 활동하게 된다. 연합해군에 참가하려면 참가 의사를 미국 해군에 통보하면 된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인원, 함정 또는 인원 및 함정을 동시에 참가시킬 수 있다. 현재 경비구역 대비 함정이 부족해 함정 참가는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다. 

해군본부는 우리 해군 함정을 파견할 경우 적정 규모는 구축함(DDH-∏) 1척, 대잠 헬기(KYNX) 1대, 대테러 작전 2개 팀(40명)이며, 6개월마다 교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바레인에 위치한 미 5함대 사령부에는 우리나라 해군 소령 1명이 파견되어 있는 상태이다.

김동성 의원은 “우리 선박이 납치되고 국민이 몇 개월씩 억류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앉아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해군력을 증강하기 위해서는 함대 파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사회는 소말리아 해적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검은 바다’에 우리 해군이 언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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