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흔들리니 ‘만사’가 흔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0.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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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은폐’로 궁지 몰린 감사원, ‘독립성 불안’ 여전…정권 ‘시집살이’ 언제 벗어날까

▲ ⓒ시사저널 우태윤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 감사원의 위기는 예견되었던 일이다. 공직 감찰 최고 기관으로서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그렇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감사원 일반 직원 모임인 실무자협의회의가 ‘권력에 휘둘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결국 감사원이 신뢰를 회복하고 위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인사 독립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헌법은 감사원장의 임기를 4년으로 명문화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사퇴하거나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탄핵 소추되지 않는 한 원장을 교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것도 최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감사원장 교체 논란

하지만 현실은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의 교체 여부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정치적 요구가 임기를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를 무너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종남 전 원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준 전 원장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후임 원장을 아예 인선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후 임기가 남아 있던 전윤철 전 원장의 자진 사퇴를 사실상 종용했다. 17대 국회에서 90%에 달하는 여야 지지로 재임에 성공했던 전 전 원장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해오다가 지난 5월13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이 며칠 뒤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전윤철 원장을 모양 좋게 나가게 하기로 이명박 당선인과 의견 일치를 보았고, 3월 초에 그런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밝혀 ‘외압 사퇴’ 논란은 한동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다.

최근 이석형 감사위원이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감사위원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BS 감사 과정에서 감사위원들이 집단 사퇴를 요구받았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처럼 4년 임기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어 임의로 교체할 수 없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과 함께 감사위원회의를 구성해 주요 감사 계획과 감사 결과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감사위원 6명 중 5명이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되었다. 이들 중 이석형 위원과 김용민 위원이 대표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판사 출신인 이위원은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법률구조본부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등을 지냈으며,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법무행정특위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조세·법무 전문가인 김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지난해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내다가 12월에 감사위원에 임명되었다.

나머지 3명의 감사위원은 20여 년간 감사원에서 근무해온 내부 인사들이다. 김종신 위원은 사무처 제1·2국장, 감사교육원장, 사무총장을 거친 ‘감사통’이며, 박종구 위원과 하복동 위원도 기획관리실장, 제1사무차장을 역임한 후 감사위원에 임명되었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박성득 위원은 대구지검 공안부장,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부산지검 1차장, 서울고검 검사 등을 지낸 검찰 출신이다.

청와대 출신 사무총장 인선도 문제

▲ 김황식 감사원장이 10월6일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종신 위원을 제외한 5명의 위원은 임기가 1년6개월 이상 남아 있다. 감사위원으로 부적절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 출신 여부를 막론하고 사퇴해야겠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물갈이 인사’로 인해 위원의 임기 보장 원칙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임 감사원장의 중도 하차가 현 감사원장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사위원의 교체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실무 책임을 맡는 사무총장 인사에 대해서도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정부 시절 관행처럼 자리 잡았지만 감사원 직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었다가 사무총장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무총장이 과연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기는 한편, 청와대 파견이 출셋길로 인식될 경우 감사원 고위직 전반에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쌀 직불금’ 감사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김조원 전 사무총장이 청와대에 파견되었다가 친정에 복귀한 경우이다. 김 전 총장은 2005년 9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한 후 사무총장으로 감사원에 복귀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그가 감사 결과 비공개와 직불금 수령자 명단 폐기 국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오정희 전 사무총장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후 2005년 2월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감사원에서 비교적 ‘한직’에 머무르던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핵심 요직에 발탁되었고, 2004년 2월부터 1년여 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후 친정으로 복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라는 점에서 ‘동문 챙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청와대와 감사원의 이같은 ‘인적 교류’가 사정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코드 감사’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등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의혹과 불신을 불러올 여지가 있는 인사 행태는 삼가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정책 점검 협조도 없었고 이루어지지도 않았다”라는 김황식 원장의 말이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심어줄지는 앞으로 있을 인사 행태와 인물의 면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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