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의 눈물’을 누가 닦아주리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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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고지 미비’ 등 내세워 소송

▲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건물에 다른 증권사 이름들이 비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내 증시에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선 리먼브러더스와 관련한 소송이 이목을 끈다. ‘우리2스타 파생 상품 KW-8호’는 개설될 당시 거래 상대방이 BNP파리바였지만 이후 리먼브러더스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정보 고지가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현재 8건의 관련 소송에 걸려 있다.

선물환 헤지를 통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도 별도의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상 펀드는 피델리티 차이나포커스, 슈로더 브릭스, 슈로더 유로주식형 등 지난해에 인기를 끌었던 대형 펀드 등 대다수 역외 펀드들이 망라되어 있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판매사들은 이들 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에게 펀드와 별도로 투자금에 대한 환 위험 헤지를 위해 1년 후를 만기로 하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내용은 1년 후 시장의 환율에 관계없이 1달러에 9백원 전후로 달러를 되파는 내용이었다. 펀드 투자금이 달러로 전환되어 외국에 투자되므로 1년 후 환매 시점에 달러 값이 내려가면 투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계약 이후 환율이 기록적으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반 토막 이하가 된 펀드 투자 손실도 억울한 판인데 추가로 막대한 금액을 내야 펀드가 유지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열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시한폭탄은 또 있다. 지난해 말 증시가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후에도 증권사들은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며 앞다투어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했다. 일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도 있었지만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한 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도 적지 않았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70%에 가까운 평가 손실이 나 있다.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ELS 만기 시점까지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대규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펀드 손실에 대해서도 소송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있다. 일부 인사이트 펀드 투자자들은 ‘인사이트 펀드 집단 소송’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런 펀드 투자 관련 소송 중 우리CS운용과 관련한 건에서는 투자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대한 사항에 대한 고지 미비는 운용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나본 업계 관계자는 “우리자산 쪽에서도 물어주고 싶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펀드의 기본 원칙인 손실 보전 금지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의 눈길이 무서워서 소송으로 가는 것일 뿐, 실은 투자자들이 소송에서 이겨서 자기들이 돈을 물어주고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업계의 고민을 전해주었다.

손실 보전 금지는 펀드의 원칙…자산운용업 근간 흔드는 문제

선물환 헤지의 경우에는 판매사측이 위험에 대한 고지를 충분히 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이것도 충분히 설명들었다는 고객의 자필 서명이 있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사안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인사이트 펀드 관련 소송의 경우 펀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투신업계 내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의 근간을 흔들어놓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펀드 상품은 리스크를 떠안은 대가가 수익률에 포함되는 것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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