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적립금, 얼마나 쌓여 있나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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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명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대학들이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이다. 대학측이 돈을 충분히 쌓아놓고 있음에도 등록금을 연례 행사처럼 올리는 처사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초 홍익대 총학생회는 학교 정문 앞에서 ‘적립금 7백80억 규탄 행동의 날’을 열고 대학측에 “적립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받은 등록금 2백만원을 환원하라”라고 요구했다. ‘더 받은 등록금’은 지난해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서 학교측이 적립한 7백80억원과 누적 적립금 3천6백97억원을 학생들 개개인에게 환원했을 경우의 금액이라고 학생회는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은 홍익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대다수 사립대학의 경우 적립금을 늘리면서 학교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장학금은 등록금의 16%에 불과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2007년 회계연도 사립대 재정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관련 사립대학 재정 규모는 22조8천6백33억원으로 2006년 20조6천514억원에 비해 10.7%가 증가했다. 이 중 적립금은 사립대학 연 수입 규모 17조8천2백45억원의 40.6%를 차지하고 있다.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전년에 비해 12.1%(7천8백88억원) 증가한 7조2천9백96억원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2005년도 적립금 총액 5조7천6백억원에 비해 25.7%나 늘어난 것이다.

대학별로 보면 이화여대가 5천1백1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익대 3천6백97억원, 연세대 2천7백30억원, 동덕여대 1천9백93억원, 청주대 1천8백98억원, 수원대 1천7백34억원, 고려대 1천7백4억원 등의 순이었다. 적립금 규모가 100억~5백억원대인 대학도 55.1%나 되는 등 대학들의 돈 쌓아두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적립금 대부분이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서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대학들의 전체 재정 규모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등록금 의존율의 경우 평균 55.4%이다. 교비 회계만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65.7%로 등록금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누적 적립금의 용도를 살펴보면 2007년 기준으로 건축이 49.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연구(6.9%), 장학(6.7%) 등의 순으로 집계되었다. 2005년과 2007년의 적립금 용도를 비교하면 장학 사업의 비중이 48% 증가했고, 건축은 18.9% 증가에 그쳐 장학 사업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대 액수를 비교하면 건축 분야 적립금이 2조4천7백51억원, 장학 분야 적립금이 4천4백44억원으로 대학이 공부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마치 부동산 개발사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대학 적립금의 문제를 제기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사립대학이 절대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돈을 적립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적립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늘리고 있는 데는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립대학 적립금의 20%인 1조4천6백억원만 활용해도 대학생 1인당 1천만원씩 14만6천명에게 등록금를 빌려줄 수 있다며, 적립금을 등록금 인상 논란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1조4천6백억원은 현재 4년제 대학의 1년간 학비와 맞먹는 액수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저리로 등록금을 빌려주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조의원은 “대학의 동록금 대여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가 등록금 대여 이자 지원과 함께 대학 적립금의 일부를 등록금 대여 용도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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