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가 두려운 학생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8.11.11 15: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록금 만들려 오전에는 아르바이트, 오후에 수업 ‘주노야독’…집안에 대학생 둘이면 ‘캄캄’

지난해 서경대학교에 입학한 임신영씨(행정학과 07학번)는 “언니와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니 집안이 하층민으로 전락해버렸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임씨가 지난해 대학생이 되는 순간 언니는 휴학생이 되었다. 임씨의 입학금 4백60만원에 언니의 등록금까지 더하자 8백만원이 훌쩍 넘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월 3백만원을 벌고 있는 형편에서 이 금액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임씨는 “일본어를 전공하는 언니의 일본 유학 자금 때문에 2006년 아버지가 1천만원 대출을 받았다. 내가 입학하면서 또다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언니가 휴학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언니가 복학하자 임씨는 올해 1월, 학자금 3백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자는 연 6.7%로 싼 편도 아니다. 매달 50만원씩 2년간 납부해야 한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

▲ “언니와 내가 대학생 되니 집안이 하층민으로 전락했다”(임신영씨) ⓒ시사저널 유장훈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임씨는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시까지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한 뒤 부랴부랴 학교로 향한다. 수업은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 반까지 몰아서 듣는다. 그렇게 해서 매달 33만원을 받으면 식비와 차비로 전부 나간다. 옷을 사거나 영화 관람 등 문화 생활을 하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이다.

장학금을 노려보지 그랬냐는 질문에 임씨는 “차석 정도는 해야 장학금이 나온다. 장학금 규모가 이렇게 빈약한데 등록금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차석 이하의 학생들은 누구나 경제적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자탄했다. 그녀는 학교에서 매년 초마다 ‘물가 인상 때문에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그녀는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드는데 학교는 등록금을 또 올린다고 하니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다. 물가 상승분보다 더 높게 오르는 등록금은 부모와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지방에서 올라와 사립대를 다니는 경우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덕성여대에 다니는 박지은씨(미술사학과 07학번)는 3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도 부담이지만 1백50만원이 넘는 언어교육원(기숙사의 일종) 비용도 만만치 않다. 토목기사 일을 하는 아버지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어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부모님에게 너무 큰 짐을 안긴 것 같아 입학하는 순간 후회했다고 한다. 용돈이라도 아껴보겠다며 식사를 자주 거르다 보니 지난해 9월에는 신장염까지 앓았다. 그녀는 “병원비에다 병치레 한다고 공부를 제대로 못해 장학금 또한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돈 아끼려 식사 거르다 병 얻기도

▲ “졸업하려면 2년이나 남았는데 대출을 얼마나 더 받아야 하나”(박지은씨) ⓒ시사저널 유장훈

공부에 지장이 생길까 봐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녀는 올 겨울방학부터는 종일 아르바이트를 할 작정이다. 군대에 갔던 오빠가 내년 3월에 복학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내년에 또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졸업하려면 2년이나 남았는데 몇 번 더 대출을 받아야 할지, 감당해나갈 수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지금은 한 달에 이자 3만원만 내고 있지만 박씨는 취업과 동시에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 박씨처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빚쟁이가 되고 마는 것이 우리네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