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번 잘못 받았다가…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8.11.18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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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주세요, 끊지 마세요!”…얼떨결에 뛰어든 남자 수난기

▲ 감독: 진목승 / 주연: 고천락, 서희원
문명의 이기가 때로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 편하자고 만든 발명품이 어느새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갇혀본 사람들은 두 번 다시 타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도 그렇다.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이다. 중독성이 있는 이 괴물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오지도 않았는데 마치 벨이 울린 것 같은 환청에 빠지게 하고 배터리가 나갈까 봐 충전 막대기에 신경을 쓰게 한다.

<커넥트>의 원래 제목은 ‘커넥티드’이다. ‘연결되다’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원작이 할리우드의 <셀룰러>이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아시아가 할리우드 원작을 가져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셀룰러>는 <폰 부스>의 래리 코헨이 만든 작품이다. <셀룰러>는 미국 개봉에서 찬사와 비난이 엇갈렸었다. 킴 베신저가 주연을 해 그나마 최악은 면했다. 소재가 좋으면 감독은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대본은 이미 다 나와있겠다, 현지화에만 성공시키면 흥행은 눈에 보인다.

공학 디자이너인 그레이스(서희원 분)는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고 출근하던 중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다짜고짜 물건을 내놓으라는 그들의 말에 무슨 일인지 황당하다. 허름한 창고에 그녀를 남겨두고 나가는 괴한들. 그들이 부순 창고 전화기가 한 가닥 희망으로 다가온다. 기판의 선을 이어붙여 통화를 시도하다 남의 빚을 받아주는 것이 직업인 밥(고천락 분)의 휴대전화와 연결된다. 끊지 말라는 그레이스의 애원이 밥은 귀찮다. 장난 전화 같기 때문이다. 그러다 들려온 수화기 너머의 총소리에 이끌려 그는 사건에 휘말린다.

부서진 전화기로 구원을 요청하는 여자

괴한들이 딸을 납치한다는 말에 밥은 학교로 달려가고, 한 발짝 늦어 추격전을 펼친다. 죽을 고비가 이어지고 그런데도 휴대전화 너머의 여자는 끊지 말라고, 사람이 죽는다고 애원이다. 배터리가 나갈까 봐 충전기를 사고 남의 차를 훔쳐 타는 이 남자는 관객들에게 “남의 일에 절대로 끼어들지 말자”라는 교훈을 준다. 왜 사서 고생을 하나. 남의 영화를 들여와서 만들었는데 <커넥트>는 한없이 산만하고 헛웃음을 준다. 홍콩 영화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만약 래리 코헨이 이 영화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는 알맞은 영화. 11월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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