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살아야 건강한 인생 즐긴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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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완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명예교수 / “암을 이기려 하지 말고 데리고 살아라”

ⓒ시사저널 박은숙

장인(匠人)의 눈대중에는 한 치의 오차가 없다. 오차가 있어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규완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명예교수(71)는 국내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장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고희(古稀)를 넘긴 이 노의사는 “반 세기 동안 익힌 감각과 경륜이 환자를 다루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건강은 의학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최명예교수는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대통령 주치의로서 활약하면서 숱한 환자들을 만났다. 그는 “의사가 접하는 환자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어서 모두 같은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환자의 특성을 잘 간파해 편하게 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자신의 직업관을 털어놓았다.

최교수는 건강을 지키려면 치료보다는 건강 검진을 통한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로부터 소화기질환의 최신 치료법과  건강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규완 명예교수는 누구?

196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3년과 1967년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70년 미국 미시간 대학 대학원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1~97년까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1977년에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 의대, 1985년에는 미국 로체스터 대학 의대의 객원교수로 각각 근무했다. 1988~93년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 주치의를 맡았다. 1987~99년까지 대한유전의학회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장, 대한소화기병학회장, 대한헬리코박터연구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 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소화기센터장을 역임하고 건강의학센터의 명예교수 겸 상임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 1998~2002년까지 삼성의료원 2대 원장을 지냈다.



건강 유지의 근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십 년 동안 나 자신과 환자의 건강을 살펴본 경험을 되짚어 보면, 성격과 건강을 분리할 수 없을 것 같다. 긍정적이고 느긋한 성격의 사람들이 대부분 건강하다. 많은 사람이 건강 유지를 위해 음식 조절과 운동을 한다. 이는 긍정적인 성격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급하다. 심지어 식사도 급하게 한다. 건강과 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

식습관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소화기질환의 양태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

물론이다. 식습관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자체가 서구화되면서 질병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위·십이지장·식도 등 상부위장관 질환이 흔했지만 지금은 대장을 중심으로 한 하부위장관 질환이 많이 늘었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대장암 등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식이섬유질을 과거보다 적게 섭취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보리밥에 김치를 먹었다면 지금은 밥 자체를 잘 먹지 않는 대신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그렇다고 상부위장관 질환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드물었던 질병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산이 식도로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은 1960~70년대에는 드문 소화기 질환이었지만 지금은 흔해졌다.

질환이 달라지면 진단 방법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소화기질환 진단에는 내시경 발달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엑스레이를 찍어서 진단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내시경을 통해 눈으로 직접 확인하므로 그만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또, 헬리코(Helicobacter)균을 발견함으로써 위장관 질환에 대한 개념도 상당히 달라졌다.

간염 바이러스 발견과 백신 개발은 간질환 진료에 생화학적·면역학적 변화를 가져왔다. 문제는 췌장이다.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CT 등 다양한 진단법이 있지만 췌장 부위의 질환을 잡아내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

헬리코박터균을 위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는가.

옛날에는 위산 때문에 위에는 균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헬리코박터가 대표적인 균이다. 이 균과 암의 관계를 규명하려면 인과관계의 동시성과 연속성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헬리코박터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히 확인되었지만, 이 염증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학자는 염증이 암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내가 볼 때는 헬리코박터균뿐만 아니라 이 균이 음식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암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아무튼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발병의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약물로 치료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

완치라기보다 균을 죽이는 제균 치료를 몇 주에 걸쳐 하는데 100% 박멸하지는 못한다. 약 90% 정도의 제균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몸속에 숨어 있다가 재발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완치되는 경우도 60~70%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 재감염되는 경우가 많아 항상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균을 발견했다면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텐데?

불행히도 아직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어서 곧 개발될 것이다. 백신이 개발되면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경로에도 이견이 많은 것 같다.

ⓒ시사저널 박은숙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틀림없지만 음식인지 타액인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다. 부모가 사용하던 숟가락으로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면 100% 감염된다. 중국에서는 음식을 한 접시에 놓고 여러 식구가 나눠먹었더니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감염 경로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 가족 중에서도 남편에게는 균이 있지만 부인에게는 없는 경우가 있다. 부부 간 키스를 해도 감염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종합해보면 헬리코박터균이 침입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받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검진을 받을 때 그 과정이 부실하다 해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년 건강 검진을 받고 있지만 나도 과거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보면 신뢰할 만하다. 몇 년 전 내가 삼성의료원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삼성그룹 임원 5천~6천명이 매년 건강 검진을 받는데 그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던 사람에게서 올해는 심각한 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또, 매년 1~2명 정도가 암 판정을 받았고 고혈압 환자는 흔하게 나타났다. 

건강 검진에서 어떤 질환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가?

두 가지에 신경 쓸 것을 권한다. 암과 퇴행성 질환이다. 암은 혈액 중의 전립선 특이항원인 PSA 검사나 종양표시자(tumor marker)로 확인할 수 있다. 또 CT, MRI, 초음파, 내시경 등이 널리 사용되면서 암 확인이 쉬워졌다.

퇴행성 질환 중에서는 동맥경화를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특히 심장, 뇌, 신장에 생기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장에 생기면 심근경색이고, 뇌에 생기면 뇌졸중, 신장에 생기면 신기능 부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는 혈관 조영,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경동맥초음파 등을 이용해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동맥경화의 주 원인은 혈압, 콜레스테롤, 당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만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하고 술, 담배, 스트레스를 멀리해야 한다.

암 중에서는 어떤 암을 각별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가?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도 전립선만큼은 꼭 검진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60세 이후에는 필수이다. 그렇게 건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전립선암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PSA 수치가 높게 진단되었다. 물론 이 수치가 높다고 반드시 암은 아니지만 정밀 검사를 해보니 역시 전립선암이었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이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수술로 전립선암은 완치되었다. 다만, 현재는 소뇌에 기능 장애가 생겨 증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유명 인사의 건강은 어떻게 돌보는가?

후배 의사들의 의학적 지식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그런데 의학이라는 분야는 지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코 많이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대하면서 얻어진 관록이랄까,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올바른 의료 행위가 나온다. 의료의 대상이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은 약이라도 젊은 의사가 처방한 것과 관록이 붙은 의사가 처방한 것에는 치료 효과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청와대 의무대장과 나만 아는 일화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때 주치의도 수행한다. 이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수면과 식사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일정 등에 신경 쓰느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 번은 비행기 안에서 노 전 대통령이 나를 불러 잠도 잘 자고 내일 일정에 차질 없도록 할 방도가 없느냐고 물었다. 보통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하는데 그날은 꾀를 냈다. 약한 감기약을 새로 나온 신약이라며 건넸다. 사실 나는 효과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다음 날 노 전 대통령은 숙면을 취해 몸이 가뿐하다며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이다.

요즘 의사는 환자에게 곧이곧대로, 의학적으로만 대하려고 한다. 환자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므로 의학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환자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약을 처방해주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 나는 비만이 심각한 환자에게 이렇게 대하기도 했다. 그 환자는 몸무게가 80kg이었는데 의학적으로는 65~70kg으로 감량해야 했다. 그러나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내년 검진받을 때까지 75kg으로 줄이지 못하면 나를 만나러 오지 말라고 농담을 했다. 환자가 웃으며 돌아갔고 1년 후 75kg 이하로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건강 검진에서 낭종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최근 흔한데.

나도 갑상선에 낭종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낭종은 신장, 심장, 난소 등 고형 기관에 잘 생기고 건강 검진에서 흔히 발견된다. 과거에는 잘 발견하지 못했지만 초음파 진단 기술의 발달로 최근 발견율이 높아졌다. 물혹인 낭종의 99%는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다만, 매년 관찰할 필요는 있다.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특히 신장이나 난소의 낭종은 모양이 바뀌면서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환자는 낭종을 특히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지방간은 너무 흔해서 쉽게 넘기려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간에 기름기가 끼는 것인데 원인은 다양하다.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 지방간이 있으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바이러스가 없는데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는 알코올성이다. 또, 비만으로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간세포에 지방이 끼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으니까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손쉽게 할 수 있다.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혈액에 GOT와 GPT 효소가 혈액 속에 나오는데, 간세포가 많이 파괴되면 GOT와 GPT 수치가 급격히 올라간다. 또, 초음파로도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로 확인되는데 혈액 내 GOT와 GPT 수치가 높지 않으면 다소 안심되지만, 두 가지 진단 모두에서 확인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래의 암 치료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현재 암 치료 방법은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요법 등이다. 최근 면역학과 유전학적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학적 치료 이후에는 무엇인가? 이 의문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의학적 경험과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으로는 생태학(ecology) 개념으로 암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처럼 치료나 박멸을 목표로 접근하면 결국 또 암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균을 정복했다고 큰소리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암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므로 치료보다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암이 우리 몸에서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생 혈관을 차단하는 방법이 한 가지 사례이다. 이런 식으로 암이 자라지 못하게 해서 우리 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게 하는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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