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선언한 NHN “계속 네이버에 물어봐”
  • 김민수 (전자신문 기자) ()
  • 승인 2008.12.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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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개발자 데이’와 유사한 행사 열고 웹기술 공개 밝혀…‘폐쇄성 논란’ 벗어나 정보 플랫폼으로서 활발한 교류 노려

▲ 왼쪽은2007년 미국 마운틴뷰에서 열렸던 ‘구글 개발자데이’ 행사. 오른쪽은 11월22일 열렸던 ‘NHN 데뷰 2008’ 행사.

지난 11월22일 토요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 3천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날 at센터에 모인 사람들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웹 개발자들이었다. 이들이 at센터에 모인 것은 이른바 ‘공룡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자사의 웹기술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밝히기 위해 개최한 개발자 행사 ‘NHN 데뷰(DeView) 2008’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3천명에 가까운 개발자가 참가한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는 점도 이목을 끌었지만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 독보적 위상을 지닌 네이버가 자사의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행사를 통해 밝힌 것은 의미심장했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 5월 공정위에 의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어 파문을 일으켰을 정도로 국내 인터넷 산업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던 터였다. 이런 네이버가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이 연례 행사로 전세계 6개 대륙에서 진행하는 ‘구글 개발자 데이’와 유사한 행사를 벌여 본격적인 ‘구글 따라잡기’에 나선 것이다.

검백쿼리
(검색창 질의) 회수 점유율

2007.9

2007.10

2007.11

2007.12

2008.1

2008.2

2008.3

2008.4

2008.5

2008.6

2008.7

2008.8

2008.9

2008.10

네이버(naver.com)

71.68

70.33

70.4

71.04

71.79

72.97

71.05

70.77

70.5

69.75

68.26

70.46

68.94

68.22

구글(google.co.kr)

1.67

1.68

1.9

1.8

1.65

1.51

1.86

1.97

2.04

2.16

1.94

1.79

1.9

1.82


네이버 68%(출처 코리안클릭, 2008년 10월 기준) 대 구글 63%(출처 컴스코어, 2008년 3월 기준). 두 IT기업의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이다. 수치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이다. 네이버는 한국 시장 기준이지만 구글은 전세계 검색 점유율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구글코리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2% 안팎이다. 

그럼에도 구글은 국내에서도 웹 개발자와 소수 사용자를 중심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구글의 앞선 검색 기술과 구글이 외부 사업자에게 개방한 웹기술 때문이다.

구글은 실제로 ‘오픈소스’ 정책을 통해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 개발, 인력 확충 등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오픈소스는 구글의 웹서비스를 구현하는 개발 코드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으로, 구글은 이 정책으로 다양한 웹애플리케이션과 독특한 서비스를 만들어 재미를 보았다. 특히 구글은 최근 개별 인터넷 사이트의 콘텐츠를 서로 공유하는 ‘오픈소셜’을 주도해 다음·야후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네이버는 구글과 달랐다. 내부 기술은 물론 네이버에 쌓인 방대한 콘텐츠(카페, 블로그, 지식in 등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2005년 엠파스가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를 강조하며 내놓은 이른바 ‘열린 검색’은 네이버의 ‘폐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엠파스는 엠파스 사이트 내부뿐만 아니라 타 포털 사이트의 게시물까지 검색 결과로 제공하는 열린 검색을 출시했다. 네이버 블로그의 게시물이 엠파스 사이트에서 검색 결과로 제공된 것이다. 이에 네이버는 ‘상도의’를 무시한 서비스라며 크게 반발해 엠파스의 검색엔진이 네이버 DB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경수를 두었다. 이는 곧 국내 다수 웹 개발자의 비판에 직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픈 소셜’ 주도하는 구글은 네이버 벤치마킹해 한국 현지화 시도

이랬던 네이버가 ‘정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 결과 많은 돈을 들여 이루어낸 기술 성과를 무료로 공개해 개인과 다른 인터넷 기업도 네이버의 기술을 받아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네이버 블로그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웹 콘텐츠 편집 도구인 ‘스마트 에디터’의 소스 코드를 가져와 자신의 웹사이트에 스마트 에디터와 동일한 기능을 접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의 코드를 이용해 전혀 다른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구글이 핵심 검색 기술을 제외한 다양한 프로그램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방대한 웹 생태계 구축을 주도한 것처럼 네이버도 ‘한국의 구글’을 꿈꾸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구글의 ‘네이버 벤치마킹’도 익히 알려져 있다. 2년 전 한국에 지사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진출한 구글은 한국 사이트 첫 화면을 검색창 하나만 달랑 있는 영문 사이트와는 다르게 만들었다. G메일·캘린더·툴바·데스크톱 등 필요한 기능을 첫 화면에 띄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뉴스·블로그·카페·지식·이미지·동영상 등 모든 영역의 검색 결과를 한 번에 제공하는 네이버의 통합 검색과 유사한 형태의 ‘유니버설 검색’을 내놓았으며 최근에는 네이버의 ‘지식 검색’과 유사한 구글판 지식검색 ‘놀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글측은 현지화 전략이라고 설명하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많은 이들은 네이버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개방과 공유가 더욱 강조되는 인터넷 업계는 “환영” 한편, 김평철 NHN 기술부문장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완성도는 양질의 콘텐츠가 얼마나 생산·유통·소비되는지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네이버의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뿐 아니라 바깥 영역에서도 양질의 정보가 성장해야 한다”라며 기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오는 12월과 내년 초 콘텐츠 관리 시스템 ‘엑스프레스엔진(XE)’과 큐브리드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는 ‘nFORGE’ 등 다양한 기술을 무료 제공키로 했다. 이 중 ‘큐브리드’는 방대한 웹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이터베이스 기술로 인터넷 포털을 운영하는 핵심 축이 되는 기술이다. 지난 9월 말 NHN이 자회사 서치솔루션을 통해 32억원을 들여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처럼 큰돈을 들여 확보한 기술을 공개한 데 대해 NHN측은 네이버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 규모를 더욱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외부 사이트 지원을 통해 더욱 많은 콘텐츠를 양성하고 이를 유통시킬 핵심 축인 기술을 네이버가 담당하겠다는 의미이다. 

결국 2000년 초반 이후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수년간 승승장구하고 있는 네이버가 현재와 같은 폐쇄 구조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네이버의 기술을 다음 등 경쟁자가 사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의 검색 점유율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현재로서는 NHN의 행보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교류하는 개발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가한 한 개발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네이버가 오픈소스를 거론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를 거론하는 만큼 어울리지 않지만 방향을 바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 인터넷 기업 대표 주자답게 한국적인 서비스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오픈과 상생이 오래 살아남는 좋은 기업의 필수 조건이 된 지 오래다. 개방과 공유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구글, 한국 인터넷 강자와 세계 인터넷 강자의 다른 듯 같은 앞으로의 움직임을 국내는 물론 전세계 IT 비즈니스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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