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교양 프로들 격랑 속으로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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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투나잇> <미디어 포커스> 폐지, 은 생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선 이번 시사 프로그램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KBS이다. 지난 8월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존폐 논란이 계속되었던 <생방송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를  폐지한 것이 핵심 개편이라 할 수 있다.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 그리고 MBC의 <PD수첩>은 이명박 정부와 심한 갈등을 겪은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에 불을 지폈고, 급기야 촛불 정국으로 연결되어 현 정부를 한때 궁지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18년 동안 방송되고 있는 <PD수첩>은 이번 개편에서도 끄떡없이 버텼다. 이는 MBC 사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MBC의 한 기자는 “비록 <PD수첩>이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오보를 했다 해도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될 것으로 보는 직원은 거의 없다. 이는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사 투나잇>은 지난 11월3일에 1천회를 17회 앞둔 시점에서 막을 내려야 했다. 이어서 15일에는 <미디어 포커스>가 문을 닫았다.

대신 <시사 360>과 <미디어 비평>이 신설되었다. KBS측은 “이름만 바꿔 계속 방송되기 때문에 폐지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대폭 교체되고, 진행자도 바뀐 점에서 사실상 폐지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신설된 <시사 360>과 <미디어 비평>에 대한 초기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사 360>은 지난 11월17일 방송에서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네르바 신드롬’을 분석했다.

그러자 ‘근거 없는 비판으로 경제 불안을 조장한다’라는 정부 입장에 치중했다는 맹비난이 쏟아진 반면에 일각에서는 ‘맹목적인 미네르바 옹호론을 경계할 수 있었다’라는 옹호론도 나왔다. 또한, 지난 11월22일 첫 방송된 <미디어 비평>에 대해서도 상반된 반응이 나타났다. “예전 <미디어 포커스>에 비해 날카롭지 못하다”라는 비난과 함께 “전보다 균형이 잡힌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KBS의 한 중견 PD는 “<미디어 비평>의 비판 정신은 언론 비평의 한 획을 그었다고 본다. 하지만 가끔 지나치게 특정 언론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KBS 사장이 바뀌면서 아무래도 눈치를 보다 보니 시사 프로그램이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다. 그 자체는 괜찮다고 본다. 그러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면서 방송이 위축되거나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KBS 시사 프로그램이 개편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두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공정 방송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은데,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라디오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춘추전국 시대

<시사 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의 폐지는 KBS 노조 선거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11월24~26일 실시된 KBS 노조 정·부위원장 선거에서 정권의 방송 장악과 이병순 사장 체제를 반대했던 사원행동측의 기호 4번 김영한(위원장)·김병국(부위원장) 후보가 1위를, 현 박승규 노조 집행부를 계승하고 있는 1번 강동구·최재훈 후보가 2위를 차지해 12월 초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승부를 가르게 되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시사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후보들 간에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KBS에 비해 MBC에서는 지난 11월14일, 10년10개월 동안 방송되었던 <생방송 화제집중>만 별다른 논란 없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라디오에서는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대에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한 시사 프로그램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6개.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비롯해 지난 10월 첫 방송된 KBS의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SBS <김민전의 SBS 전망대>, CBS <김현정의 뉴스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 등이 아침 방송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청취율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KBS는 지난 2003년 제1라디오가 ‘시사 전문 채널’로 전환되면서 MBC를 뒤쫓고 있다.

특히 아침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 말 속에 ‘특종거리’가 숨어 있어 기자들의 청취율이 높은 편이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거의 매일같이 신문과 인터넷 매체 등에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나온다. 기자들에게 라디오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빼놓을 수 없는 취재원이 된 셈이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한 방송작가는 “그날 방송의 평가는 다른 언론들이 우리 방송 출연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특종을 낚을 수 있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데 상당히 신경을 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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