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이강철 전 특보?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2.09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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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관리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연루…휴켐스 매각 과정 등에도 이름 오르내려

▲ 2004년 총선에 출마한 이강철 전 특보가 대구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자료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를 비롯해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그리고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을 향해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바야흐로 노무현 사람들의 수난 시대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 특보의 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노 아무개씨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박연차 회장의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과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의 횡령 의혹에 이 전 특보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오르내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8월(제982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가 내사를 벌인 인사들 가운데는 이강철 전 특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정무특보를 역임한 것 외에는 변변한 직업이 없었던 이 전 특보가 어떻게 생활비와 활동비 등을 마련했는지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앞과 역삼동 등지에서 횟집 등을 운영했던 이 전 특보의 부인 황일숙씨는 당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역삼동 횟집을 차릴 때) 내 친구한테서 1억원을 빌렸고, 제2 금융권에서 1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장사가 잘돼서 2억원을 모두 갚았다. 내가 계속 생활비를 벌었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 횡령 사건에도 연관된 의혹

그럼에도 청와대는 집중적인 내사를 통해 이 전 특보의 비리 혐의를 포착했던 것일까. 그의 이름은 노무현 정부 시절 벌어진 대형 사건들과 맞물려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이 전 특보를 옥죄는 것은 그의 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노 아무개씨 사건이다. 노씨는 이 전 특보가 2004년 총선과 2005년 10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조영주 전 KTF 사장(구속 중)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5천만원을, 사업가인 조 아무개씨로부터는 2억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 전 특보는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금 관리인 노씨는 자신이 혼자 결정해서 받은 돈이며, 이 전 특보는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노씨가 혼자 다 뒤집어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전 특보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2006년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한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 실세가 개입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박회장이 지난 2006년 4월14일 제출했던 ‘휴켐스 인수 의향서’에는 태광실업과 자회사인 정산개발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같은 해 5월10일 휴켐스 매각 입찰이 있기 직전에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경남은행·대구은행·대한소방공제회 등 5개 업체와 기관이 ‘태광실업 컨소시엄’에 전격 합류했다. 그러면서 태광실업 컨소시엄은 휴켐스 인수 가격으로 1천7백77억원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신한은행 2백억원과 신한캐피탈 100억원 등 5개 업체와 기관이 8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박회장은 휴켐스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검찰은 현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 당시의 실세가 개입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는데, 이강철 전 특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특보가 신한금융지주회사와 ‘특별한 관계’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지난 2005년 12월20일, 4백90억원 규모의 ‘신한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장학재단 이사장은 현재까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맡고 있으며, 이사에는 이 전 특보를 비롯해 허영섭 녹십자 회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구본영 김앤장 고문 등이 등재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박연차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과정을 수사하면서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참여하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박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실세들이 개입했는지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 특정인을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전 특보도 우리(검찰)의 폭넓은 수사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박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할 때 참가한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 이 전 특보가 개입되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와 함께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의 횡령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일각에서는 이 전 특보가 거명되고 있다. 검찰은 권총재가 지난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수해 운영하는 한전산업개발의 매출을 부풀리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2006년 자유총연맹이 서울 중구의 한전산업개발 본사 건물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거액을 챙겼다고 의심한다.

또, 지난 2004년에는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에 카지노 호텔을 지으려고 1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호주 정부가 허가를 하지 않아 이 사업이 좌절된 적이 있었다. 검찰은 자유총연맹이 투자금 가운데 일부만 회수했으며, 중간에서 사라진 수십억 원을 권총재가 횡령한 것으로 보고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이 권총재만 겨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카지노 호텔 사업과 관련해 정·관계 실세들이 당시에 개입했는지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강철 전 특보의 이름이 검찰 담장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권총재와 이 전 특보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데 특히 주목하고 있다. 아주 절친한 관계이지만, 지난 2004년 10월 말쯤에는 심하게 다툰 일도 있었다. 그들이 고함과 험담까지 주고받으며 싸웠던 사연은 이렇다.

부인 황일숙씨 “문제 될만한 것 없다”

이 전 특보는 자유총연맹의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의 사장으로 고향(대구) 후배인 이 아무개씨를 추천했고, 이를 권총재가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전 특보의 후배인 이씨가 사장으로 임명된 다음에는 권총재와 협의하지 않고 한전산업개발의 경영과 인사 문제를 처리하자 권총재가 화가 난 것이다. 이에 권총재가 이 전 특보를 만나 “이사장 좀 교육시켜라”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권총재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이사장을 강제 퇴사시키려고까지 했다. 그러자 이 전 특보가 “그냥 봐주면서 넘어가달라”라고 하면서 권총재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이후 권총재는 기자와 만나 “다 지나간 일인데, 굳이 지금 와서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면서 이 전 특보와의 관계에 대해 “동생 같은 친구이다. 그래서 일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 야단을 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비가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지는 법. 두 사람은 이후 다시 호형호제하며 절친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사의 사장 인사를 청탁하고, 그것을 들어주는 관계라면 상당히 절친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검찰도 두 사람의 관계가 범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권총재 횡령 의혹 사건에 이 전 특보가 거명되는 것이다.

이처럼 요즘 불거지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해 취재진은 이 전 특보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부인 황일숙씨는 지난 12월4일 통화에서 “(이 전 특보는)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대형 사건들과 관련해 이 전 특보의 이름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그의 향후 거취는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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