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지자체 안 가리고 ‘야금야금’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12.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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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나이코리아는 최근 차입금 55억 엔이 불어나 지분 매각을 고려 중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일본계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곳은 금융계뿐만 아니다. 부동산과 산업체 그리고 지자체까지 방대하게 엔화가 유입되고 있다.

일본 닛신보 사는 지난 11월 한라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새론오토모티브 주식 4백41만4천1객20주(22.99%)를 1백82억6천여 만원에 매입했다. 이로 인해 닛신보 사는 새론오토모티브 주식 지분을 기존 47.01%에서 70%로 끌어올렸다.

삼영전자공업의 경우 일본 케미콘 사가 33.40%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계 펀드인 스팍스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인수한 국내 코스모자산운용을 통해 11.85%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회사는 일본계 자본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일본계 펀드인 애리아파이낸스와 JAFCO인베스트먼트 역시 현재 국내 코스닥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최대 비즈니스 호텔 체인인 도요코인은 지난 12월2일 부산역 부근에 2호점을 열었다. 도요코인측은 내년 8월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에 3호점을 여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10년 동안 부산 서면, 대전 정부청사, 동대구역 등에 60개 점포를 세울 계획이다.

최근 미분양 사태로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쪽에도 일본 자금이 손을 뻗치고 있다. 시세가 현격하게 떨어진 매물을 상대로 ‘이삭 줍기’에 나선 것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성건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을 매물로 내놓았다. 현재 일본 업체가 이 사옥 매입을 위한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박명동 VIP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실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하락률이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본의 교포 자금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연일 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한·일 합작법인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년 전통의 국내 가스보일러 및 가스레인지 생산업체인 린나이코리아의 경우 현재 ‘린나이재팬’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린나이재팬으로부터 들여온 차입금 55억 엔(약 8백64억원)이 부메랑이 되어 회사 경영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린나이측은 현재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해줄 수 없다”라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자금 사정이 계속 어려울 경우 언젠가는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자금의 흐름에 밝은 한 금융 전문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두 배 가까이 가치가 치솟은 엔화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지분을 넘기는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고, 그러다 보면 회사와 경영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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