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YTN 출구가 안 보이네
  • 권혁주 (CBS 노컷뉴스 기자) ()
  • 승인 2008.12.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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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허가 결정은 일단 연기…“사장 자진 사퇴” 목소리 커져

▲ 12월12일 YTN 구본홍 사장(가운데)은 언론노동조합과 YTN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한동안 출근이 늦어졌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 사장 임명으로 촉발된 YTN 사태가 해를 넘기게 되었다. YTN 노조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는 구사장이 ‘공정보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라며 1백40여 일 넘게 구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사측은 기자 해고 등 징계와 업무 방해 소송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사측이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여 노조의 운신 폭이 좁아졌지만 되레 전국언론노조 등이 구사장 반대 운동을 강화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구사장 ‘자진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YTN 재허가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루어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형편이어서 사태 해결의 촉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방통위는 지난 12월11일 YTN 재허가 심사 건을 전체 회의에 상정했으나, 두 달 뒤로 결정을 미루었다. 방통위는 현재 YTN의 상황이 시청자 보호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담보할 수 없는 형편이고, 향후 3년간 운영 계획을 담은 서류 등도 미비해 재허가 심사가 어렵다며 60일 이내에 심사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방통위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11월 YTN 노조측의 ‘공정 방송’ 자막 무단 송출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노사가 두  달 이내에 갈등 사태를 해소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익·공공성이 강조되는 방송사들은 주기적으로 방통위의 재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현행 방송법은 노사 갈등 자체를 재허가 심사 요건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사 갈등 과정에서 빚어진 방송 송출 사고나 편성권 침해 등은 명백한 심사 감점 요인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YTN 재허가 불허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재허가 승인을 하는 것도 좀 그런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내에 사태가 해결되면 당연히 재허가 승인이 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조건부 재허가 승인을 해 노사 모두를 압박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지난 12월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YTN 사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는 ‘구사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전부터 주장했던 것이지만,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도 이에 가세해 주목을 받았다.

원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구본홍 사장의 자진 사퇴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나 역시도 그런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력에서 언론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한다. 합법성 기준을 따질 것이 아니라 YTN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존중한다는 것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 진행에는 차질 없으나 보도국 내 갈등은 계속

그러나 대통령 측근 임명을 통한 언론 장악 논란에 시달려온 정부(청와대)가 쉽게 구본홍 카드를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로서는 일관되게 YTN 문제를 민간 기업의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을 반박해온 데다 YTN에서 한 번 밀리면 쟁점인 신문·방송 겸영과 재벌 기업의 방송 소유 허용, 공영방송 민영화 등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른바 미디어 산업 활성화 정책 전반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도 YTN은 현재 큰 문제 없이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언론 장악을 위한 낙하산 사장이냐 아니냐의 논란과 갈등 속에서도 기자들이 취재 현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해고 또는 정직된 12명의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동료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기자와 데스크 간의 갈등 등으로 보도국 내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사장 취임 후 기자들은 새로운 부·팀장 임명과 출입처 조정 등 인사를 거부했다. 따라서 현재도 부장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수석 차장을 중심으로 기사 아이템을 정해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YTN 사태와 관련된 기사 작성 등을 놓고 기자와 데스크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노조의 구사장 출근 저지 등을 금지시킴에 따라 구 사장은 지난 12월9일부터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구사장의 임기는 3년. 거의 6개월을 방송 장악 논란과 노조의 반발에 시달려온(?) 구사장이 과연 끝까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무려 6명의 기자가 해고된 노조는 언제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인가. YTN이 어느 방향으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지 현재로서는 종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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