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첫경험 로스쿨 시험, 학원 배만 불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1: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격자 발표 이후 수강생 불만 ‘폭발’수강료 비싸도 정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지난 12월5일은 전국의 로스쿨 합격자가 동시에 발표되면서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린 날이다. 반면 내년 시험을 꿈꾸는 예비 수험생들의 기대감도 커진 날이다. 로스쿨 학원들도 이미 내년을 대비해 2010년 로스쿨 진학반을 준비하고 있다.

강남의 한 학원은 이미 종합반을 개설했다. ○○○ 프로그램이라고 이름붙인 이 과정은 2008년 12월29일부터 2009년 11월17일까지 진행된다. 각 로스쿨의 면접 전형이 실시되기 직전까지이다. LEET(법학적성시험)와 모의고사, 학원 자체 특강, 출제 위원급 교수의 모의고사, 논술 첨삭 등이 포함된 과정이다. 학비는 무려 8백만원이다. 같은 프로그램의 확장판도 있다. 8백만원짜리 프로그램에 교수 한 명이 스터디 그룹에 속한 여섯 명에게 대면강의를 진행하고 LEET 개인 지도를 해준다. 1 대 1식 집중 강의이다. 개인별로 전임 교수와 행정 직원도 따라붙는다. 이처럼 플러스 알파가 첨가된 이 프로그램의 가격은 1천2백만원이다. 거의 1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그램임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내년이면 두 번째 로스쿨 시험이 치러진다. 로스쿨 시험은 사법고시와는 달리 축적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강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학원에 기대려는 수험생들이 많다. 올해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첫 번째 로스쿨 시험은 수험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기존의 사법고시와는 판이하게 다른 유형이 예고된 상태였다. 여기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의든 아니든 학원들은 수강료를 높게 책정했다. 서울 신림동 유명 고시학원의 수업을 시간으로 나누면 보통 시간당 1만원이 조금 넘는다. 반면 로스쿨 학원 LEET 강좌의 경우 그 두 배인 2만5천~3만원꼴이었다.

LEET는 언어, 추리·논증, 논술 세 과목으로 이루어진다. 한 학원 관계자는 “첫 시험이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외국의 기출 문제도 연구해야 하고 자체적으로 문제를 개발하는 데 품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은 내려갈 여지가 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로스쿨 학원에서 가르치는 LEET 강의를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림동 유명 고시학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싸

김형일씨(31)는 이번 로스쿨 시험에 응시했다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 졸업, 학점 4.0(4.5만점), 토익 945, IBT 105에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팀에서 3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나름의 괜찮은 자격이지만 서울의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 두 곳에서 불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의 머릿속에서는 LEET 점수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더 잘 볼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보다는 ‘학원을 너무 믿었다’라는 자책 때문이었다. 김씨는 “4개월 동안 LEET 강의를 들으면서 특히 언어나 추리·논증의 경우 사고 체계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방식으로 굳어져버렸다. 강사가 요령이라고 가르쳐주는 것도 있었다. 학원의 문제가 적중률이라도 높았으면 모르겠는데 학원이 만든 문제와 이번에 본 LEET 시험은 너무 달랐다”라고 말했다.

‘LEET 강의가 돈값을 못했다’라는 주장은 비단 김씨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들은 학원강사의 자질 문제, 학원의 출제 문제가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지 의심스러워한다. 이번에 로스쿨에 합격한 주 아무개씨(30)도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뛰어든 경우이다. 주씨도 막상 배수의 진을 치고 나니 믿을 곳은 학원밖에 없었다. 그는 “솔직히 LEET 강의를 들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강사들의 LEET에 대한 감각이 수험생보다 뛰어난지 잘 모르겠더라”라고 말했다. 학원측이 만든 교재에는 일본과 미국의 기출 문제, 그리고 행정고시에서 시행하는 PSAT(공직적격성평가)의 유형별 정리 등이 상당량을 차지했다.

논술은 첨삭이 추가된다. 수험생들은 ‘학원 입장에서는 논술이 진짜 알짜배기’라고 평가한다. 한 수험생은 “강사가 제출한 문제를 써보고 강평만 듣는데도 한 번에 3만원이 들었다. 첨삭이 추가되면 2만5천원 정도가 더 든다”라고 말했다. 한 번 쓰고 첨삭을 받으면 5만5천원이 드는 셈이다. 한 학원의 경우 LEET 시험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개설된 논술반의 수강료가 첨삭을 포함해 90만원이었다.

지난 8월에 첫 LEET 시험이 끝나자 학원에서는 곧바로 면접 준비 강좌를 개설했다. 로스쿨 대학에서 실시하는 구술·서면 면접을 위해 “이슈를 정리하고 법적 소양(legal mind)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당시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개설한 면접 대비 강좌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왔다. 고시 세계의 대표적인 스타 강사가 로스쿨 시장으로 옮겨오면서 개설한 강좌였는데 8회 수업에 100만원이라는 수강료가 책정되었다. 한 수험생은 “면접 대비 수업이 엘튼 존이나 마이클 잭슨 콘서트냐”라며 정확한 산출을 요구하는 글을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강료 100만원이 무색하게 이 강의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한 수험생은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처음이라는 불안 심리가 수험생들을 계속 떠미니까 수강료가 비싸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듣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타 강사 ‘면접 대비 강좌’ 8회 수업에 100만원

로스쿨 전문 학원인 LSA학원이 2007년 학원을 방문한 학생 6백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학원 방문자 중 공학 계열 전공자가 20%(1백37명)를 넘었다. 경영·경제 계열이 21%(1백43명)였고, 사회·인문 계열이 22%(1백47명)로 나타났다. 반면, 법학 전공자는 87명으로 9.3%에 불과했다. 비법학 전공자가 고른 형태로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이런 비법대생들이 학원의 잠재적인 수요자인 셈이다. 로스쿨 제도가 확정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긴 로스쿨 학원도 지금은 어느 정도 구조 조정되었다. 살아남은 곳은 잘 나가고 있지만 폐업을 하며 접은 학원도 상당수 된다. 하지만 여전히 로스쿨 시험은 매력적인 사교육 시장이다. 대학 입시가 전문인 대성학원과 편입학 시험 전문인 김영편입학원이 공동으로 PLS를 만들어 로스쿨에 이미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입시 교육계의 공룡 메가스터디가 ‘메가로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발을 들였다.

학원측은 여전히 공세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로스쿨 학원인 ‘합격의 법학원’ 관계자는 “사법고시 1차의 경우도 학원 수업을 수강하는 수험생의 비율이 30%에 불과하다. LEET도 반복 훈련을 통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모든 수험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학원이 필요한 사람은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제 두 번째 로스쿨 수험생을 맞는 이곳도 곧 8개월짜리 종합반을 개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