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변신, 또 변신 신대륙 기척하는 불구의 도전자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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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윤송이 등 SW 개발자들 앞자리에

 

▲ 안철수 ㅣ 소프트웨어 업체 CEO에서 최근 교수로 변신했다. 현재 카이스트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고 있다. ⓒ그림 최익견

지난 2005년 안철수 연구소 CEO에서 물러나 유학을 떠났다.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나에게 가장 편한 일은 안철수연구소의 CEO이다. 백신 엔진 개발 및 회사 설립 때부터 최근까지 적지 않은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제는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다.

최근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부임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는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창업을 꺼리고 있다. 돈을 쌓아놓으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퇴행적 현상들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를 활활 살려놓는 데는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제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들을 많이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다. MIT 등과 비교해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외국 학생들과 차이가 났다. ‘How’만 생각하다 보니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데 소홀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직을 승낙했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과목은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인가?

흔히들 기업가라고 하면 ‘비즈니스맨’으로 착각을 한다. 기업가의 ‘기’를 한자로 쓰면 ‘企’(바랄 기)와 ‘起’(일으킬 기) 등으로 나뉜다. 일본의 경우 후자인 일으킬 기로 번역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원뜻을 잃어버리고 단순히 비즈니스맨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후자이다. 창조적인 기업인을 양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면 된다.

어려움은 없나?

솔직히 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혀 생소한 분야를 가르치다 보니 하나에서 열까지 새로 수업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수업도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는 탓에 학생들에게 벅찬 감이 있지만 서로 노력해서 이겨낼 것이다.

향후 계획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벌써 한 학기가 다 되어간다. 방학이 되면 우선 책 쓰는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바빠서 전혀 작업을 하지 못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벤처의 연결 고리를 만들 예정이다. 미국 유학 중에 의미 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벤처 인맥이다. 이들을 활용해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몇 가지 모델을 만들어두었다. 내년 1월 미국에 가서 최종적으로 한 가지를 선택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많다. 

위기는 항상 있었다. 이 위기를 잘 넘기면 또 다른 호황기를 맞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말로 중요한 시기는 위기일 때이다. 호황기에 조금 더 잘되는 것은 의미 없다. 오히려 침체기 때 못하면 망가지게 된다. 국운이나 인생이 모두 그렇다.

위기를 겪는 사람이나 기업에 할 말이 있다면.

위기 때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단기적 편법에 매달리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경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위기에 놓여 있을 때  호황기에서 찾지 못했던 문제들을 고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믿음이라고 본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고 비관하면 유혹에 빠지기 쉽고, 문제를 고칠 힘도 안 난다. 지금은 힘들지만 잘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



정보기술(IT)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꼽힌 인사들 중에는 개발자 출신 CEO들이 대거 포함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불어닥친 ‘벤처 붐’을 타고 IT업계는 수많은 ‘스타 CEO’를 배출했다. 당시 이들은 벤처 사업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적지 않은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패배의 쓴맛을 보아야 했다. 벤처 기업의 본분인 연구·개발(R&D)은 등한시한 채 ‘재벌 흉내 내기’에만 매달렸던 탓이다.

IT업계의 차세대 리더를 묻는 이번 조사에서 개발 능력이 있는 CEO가 상당수 이름을 올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최근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변신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대표적인 개발자 CEO이다. 잘나가는 의대 교수에서 백신 개발자로, 다시 소프트웨어 회사 CEO에서 카이스트 교수로 그는 쉴 새 없이 변신을 거듭했다. 남들은 한 가지도 힘들다는 일을 벌써 몇 번이나 갈아치운 것이다. 그것도 하는 일마다 성공했다.

카이스트 교수로 또다시 인생 4모작 나서

그의 업적 중 하나가 ‘V3’로 대변되는 바이러스 백신이다. 당시만 해도 백신은 물론이고,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그러나 그는 의사 생활 틈틈이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에 선보였다. 몇 년 후에는 백신 개발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벤처 사업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CEO였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세후 수익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자 안철수 당시 소장은 과감히 CEO직을 내놓고 유학길에 올랐다. 안철수 교수는 “당시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생해서 일군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떠나려니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계기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적지 않은 고난을 자초해 풀어나갔다. 토플 시험도 새로 치르고, GMAT(경영대학원입학시험)도 보았다. 교환 연구원으로 가면 편안히 유학 생활을 마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No pain, no gain’이라는 신념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여가 흐른 지금 그는 카이스트 석좌교수라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현재 그는 기업가정신연구센터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의 중이다.

그는 “갈등의 상황이 생길 때면 몇 가지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우선은 일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 또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지, 무엇보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 이후에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그 일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느냐를 따져 정한다”라고 설명했다.

최휘영·이재용·설원희 등 경영자들도 주목

그가 의사직을 버리고 프로그램 개발자로 나선 것이나, 잘나가는 CEO에서 교수로 변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의대 교수는 다른 사람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백신 엔진 개발은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회사 CEO는 전문 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경영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교수직을 수락했다.”

 안철수 교수는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IT 분야 차세대 리더’ 순위에서 16%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안교수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인사는 최휘영 NHN 대표이다. 비록 개발자 출신이 아닌 외부에서 영입된 CEO이지만, 그는 재직 기간 동안 NHN의 성장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특히 그는 재임 시절 ‘지식in’을 도입해 짭잘한 재미를 보았다. 이로 인해 다음·네이트 등 경쟁사와 더욱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그런 점 때문인지 전체 응답자의 14%가 그를 차세대 리더로 선택했다.

재벌가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10%의 지목률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전무가 한때 삼성그룹의 새로운 IT사업인 ‘e삼성’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 되고 있다. 4위(2%)를 차지한 김영기 전 가로수닷컴 대표 역시 개발자 출신은 아니지만 경영 성과가 우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5위인 설원희 힐리오 사장의 경우 SK텔레콤의 플랫폼 연구원장 출신이다. 그는 지난 1월 CEO로 부임하기까지 힐리오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서 마케팅 부문을 총괄해왔다. 또, 멀티미디어에서 엠커머스에 이르는 다양한 무선 데이터 사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힐리오 역시 설원희 사장의 CEO 선임 배경에 대해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전략 기획 및 인력 관리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입증된 설사장의 리더십을 인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결혼한 다음 남편의 회사 부사장이 된 윤송이 전 SK텔레콤 상무도 개발자 출신이다. 그녀는 지난 2004년 20대의 나이에 SK텔레콤 임원으로 영입되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전공 분야인 인공지능을 휴대전화에 접목시킨 대기화면 서비스 ‘1mm’와 ‘T인터랙티브’의 개발을 주도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주영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윤부사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총괄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의 경우 최근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IT 분야의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그는 천리안, 드림엑스닷넷 총괄본부장, 하나로드림 대표이사를 거쳐 다음 동영상플랫폼 본부장,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청와대로 옮기기 전에도 개방형 IPTV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다음과 셋톱박스 공급업체인 셀런이 설립한 조인트벤처(JV) ‘오픈IPTV’ 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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