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노래는 작아져도 막은 오른다
  • 조용신 (뮤지컬평론가) ()
  • 승인 2008.12.2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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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따라 매출 신장세 처음 꺾인 한 해…창작 뮤지컬 선진국 방식 도입은 결실

▲ 올해 뮤지컬계는 많은 작품들이 저마다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2008년 한국 뮤지컬계는 경제 전반의 실물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 그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해오던 매출의 신장세가 처음으로 꺾인 해이다. 티켓 예매사인 인터파크의 자료에 따르면 2008 상반기 뮤지컬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감소세를 보였고,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게 깔린 하반기 매출까지 합산된다면 사정은 더 나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역시 많은 작품들이 흥행과 부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맘마미아> <시카고> <캣츠> <진짜진짜 좋아해> <지킬 앤 하이드> <미녀는 괴로워> 등이 경제난 속에서도 나름대로 꿋꿋하게 선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흥행작들은 대부분 이미 상업성이 검증된 작품의 리바이벌이거나 히트 영화를 각색한 무비컬, 또는 7080 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노스탤지어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예술적인 면에서 특별히 새로운 경향이 발견되지는 않았던 한 해였다. 지난해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 대거 개막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대부분 패퇴한 아픈 기억 때문인지 올해에는 유난히 중소형 뮤지컬의 비중이 높았다.

예술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경향 안 보여

특히 2008년은 예술적인 작품-비영리(Non-Profit) 뮤지컬이 많이 소개되는 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부 지원금이나 개인·기업 기부금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비영리 극단이나 단체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올 한 해 동안 주요 상업 제작사들은 해외의 문제작들(<나인> <컴퍼니> <씨왓아이워너씨>)을 소개했다.

예상했던 대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술 애호가층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고 뮤지컬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또한, 창작 뮤지컬에서는 작곡가·작사가·작가·연출가 등의 창작 예술가들로부터 먼저 작품 구상이 시작되어 추후에 상업 프로듀서가 개입하는 선진국 방식의 작품 개발 프로세스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소극장 규모의 <시간에>와 <사춘기>로서 각각 ‘대구뮤지컬 페스티벌’과 ‘정미소 창작지원프로젝트’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결코 상업 무대에까지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뮤지컬의 산업적 속성은 최근 수년간 시장에서의 양적 팽창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정작 무대 위의 종합 예술로서의 뮤지컬에 대한 질적인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이러한 고민이 좀더 다양한 결실을 수확하는 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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