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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철우 (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08.12.23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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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토브 리그, 외국인 선수 보강 싸고 머리싸움 치열 한화, 마무리 토마스와 재계약…롯데는 가르시아 주저앉혀

▲ 롯데의 2008 시즌 타점왕 가르시아는 잔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프로야구가 끝나는 11월부터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3월까지를 스토브 리그라 부른다. 그렇다고 난로 가에서 불을 쬐며 추위를 피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시즌을 치르며 부족했던 전력을 보강하는 치열한 머리싸움과 투자가 뒤따른다. 첫 단계는 FA(프리에이전트)이다. 올 스토브 리그에서는 이진영·정성훈(이상 LG), 홍성흔(롯데) 등 굵직한 선수들이 새 둥지를 틀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음 단계는 외국인 선수 보강이다. 각 팀별로 2명씩 고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곧바로 팀의 전력을 즉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으로 간주된다.

외국인 선수 보강 작업을 가장 먼저 끝마친 구단은 한화 이글스이다. 2008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일찌감치 스카우팅에 들어가 이미 두 명의 선수를 확정했다.

우선 2008 시즌 후반기에 극심한 부진을 보인 덕 클락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 빅터 디아즈를 영입했다. 디아즈는 전형적인 파워 히터. 클락이 공(攻)·수(守)·주(走)에서 안정감을 보인 선수라면 디아즈는 언제든 큰 것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어설프게 뛰는 야구를 접목하느니 특기인 장거리포를 더욱 강하고 힘 있게 만들자는 것이 한화의 계산이다. 두 번째로는 마무리 브래드 토마스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디아즈를 잡은 것보다 더 큰 기쁨이다.

좌완 투수로 시속 1백50km를 아무렇지도 않게 뿌려대는 토마스는 2008 시즌 한화 뒷문을 튼실히 책임졌다. 시즌 후에는 일본 프로야구의 강한 러브콜을 받고 크게 흔들렸다. 주니치 드래곤즈가 적극적으로 나선 탓이다. 그러나 한화 역시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결국, 토마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아직까지 한 명의 선수만 결정되었을 뿐이다. 외야수 가르시아가 주인공. 그러나 이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2008 시즌 타점왕 가르시아는 롯데의 잔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2년 연속 롯데맨이 되었다. 장타력은 물론 찬스에 강한 집중력이 강점인 가르시아는 롯데 공격력의 핵심이다. 특히 FA로 보강된 홍성흔까지 더해져 가공할 만한 타선이 완성되었다. 나머지 한 자리는 마무리 투수로 채울 예정인데 일단 후반기에 합류했던 코르테스를 점찍어 놓은 뒤 적합한 다른 후보도 물색 중이다.

‘용병 영입’ 성공 사례가 줄어드는 까닭

히어로즈도 나름으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무리 다카쓰 신고를 포기하고 한화에서 풀린 클락을 영입했다. 클락은 공격과 수비 모두 고르고 안정감 있는 선수. 정성훈이 빠져 나간 하위 타선의 공백을 잘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브룸바도 잔류가 사실상 확정되어 힘 있는 공격력을 갖추게 되었다.

“2008 시즌은 외국인 선수 농사만 성공했다”라는 평가를 받는 LG도 우완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좌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와 모두 재계약한다는 방침이다. 둘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쉬운 대로 우완 투수 케니 레이번과 재계약한 뒤 투수 한 명을 더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토종 선수들의 유기적인 조합이 강점인 팀인 만큼 외국인 전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재 외국인 선수 문제로 가장 머리가 아픈 팀은 두산이다. 누구를 고를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성으로 가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4번 타자 김동주의 해외 진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주는 현재 일본 진출을 모색 중이다. 현지 반응이 신통치 않아 진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여전히 뜻을 꺾지 않고 있다. 김동주가 있는 두산과 그렇지 않은 두산은 큰 차이가 난다. 그는 10년을 한결같이 팀의 중심 타선을 지켜왔다. 김동주가 일본에 진출할 경우 두산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을 타자로 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극적으로 잔류가 결정되면 이전처럼 투수 두 명으로 시즌을 꾸려간다. 현재 맷 랜들은 잔류가 확정되었다.

KIA는 투수를 두 명으로 간다는 방침이지만 확실한 카드는 없다. 우선, 시즌 중반 합류했던 우완 투수 케인 데이비스와는 재계약 협상 중이다. 데이비스는 빼어난 기량을 갖고 있지만 투구 폼이 느린 탓에 도루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고 성격적으로 팀원들과 잘 융화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삼성은 모든 업무가 올 스톱된 상황이다.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파문과 인터넷 도박 사건에까지 연루되어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파장이 수그러드는 대로 재개될 전망이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삼성은 잇단 파문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운영비가 크게 삭감되고 전지훈련을 국내에서 치른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했던 삼성은 이번에야말로 수준급 선수를 뽑겠다며 의욕을 보여왔다. 그러나 계속된 파문으로 뜻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얼마 전 은퇴한 농구선수 전희철(SK 2군 감독)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프로야구를 가끔 보러 가는데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두 팀이 경기할 때도 있었다. 9명(실제로는 지명 타자까지 10명)이 뛰는 야구도 그런데 5명이 뛰는 농구에서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희철의 말처럼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비중이 줄었다기보다는 예전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2008 시즌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타점 부문의 가르시아(롯데)가 유일했다. 1위뿐 아니라 상위권 선수의 대부분이 한국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외국인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야구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우승이 말해주듯 한국 야구에는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는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한국 야구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 영입된다는 뜻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지만 적응력 부족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간혹 한국 무대까지 흘러들어오곤 한다. 이전까지는 실력으로 부족한 정신력을 커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잘 통하지 않는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처음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한 1998년 이후 몇 년간은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곧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즈(전 두산), 해리거(전 LG), 갈베스(전 삼성) 등은 팀 전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성적을 좌지우지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한 리오스(전 두산) 역시 엄청난 괴력을 뽐냈지만 올해 일본으로 진출한 뒤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에서 뛸 때도 약물의 유혹에 넘어갔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그가 남긴 모든 기록은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 선수들의 수입이 그들의 입지를 그만큼 위축시켰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토종 선수들의 노력이 한국 야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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