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ㅣ여성] 고인은 갔어도 울림은 깊어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8.12.23 02: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살로 생 마감한 최진실씨, 사회 여러 분야에 갖가지 화두 던져

▲ 10월4일 고 최진실씨의 장례식에서 영정을 든 동생 최진영씨. ⓒ시사저널 임영무

고(故) 최진실씨는 연예인이다. 따라서 연예 분야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녀의 죽음은 한 연예인의 죽음에 그치지 않았다. 20여 년 동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톱스타였던 만큼 그녀의 자살은 사회 여러 분야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여성의 친권을 화두로 던지고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파문은 더욱 컸다. 

고인의 두 자녀에 대한 양육권과 재산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간에서는 친권이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엄연히 민법에는 부모 가운데 한쪽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다른 한쪽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지난 2004년 최씨와 이혼한 조성민씨가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자녀의 외할머니가 실질적인 친권자라는 주장과 그래도 조씨가 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직접 양육하지 않았는데도 친아버지나 친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친권을 인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온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두 자녀 친권 논란은 일단락…우울증·악플 문제 등 이슈 부각

최씨의 두 자녀에 대한 친권 논란은 친아버지인 조씨가 지난 12월8일 “두 자녀에 대한 모든 권리를 외할머니에게 이양하는 절차를 밟겠다”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되었다. 지난 5월 두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고인의 사망을 계기로 과거보다 한층 더 다양해진 가족 형태가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일깨웠다. 더불어 ‘싱글맘’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었다.

이와 함께 ‘악플’(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론이 크게 일어난 계기가 되었다. 그녀를 자살로 몰고 간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에 떠돌던 ‘사채업자 루머’였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터넷에 올린 악플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또 한 차례 확인시켜준 일대 사건이었다. 악플로 고통받았던 연예인들이 악플 피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직접 나섰고, 포털 사이트들도 악플이 달릴 가능성이 높은 기사들에 대해 댓글 차단 조치를 취했다. 네티즌들 사이에 칭찬성 댓글인 ‘선플’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고인의 죽음은 정치권으로까지 파장을 넓혔다. 여야는 이른바 ‘최진실법’으로 불리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놓고 12월 임시국회에서도 대립했다. 한나라당은 ‘제2의 최진실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의도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고인의 자살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매스컴이 최씨의 자살 원인 가운데 하나인 우울증에 대한 심층 보도와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내보냈다. 

최진실씨는 한 줌 재로 떠났다. 그녀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져놓았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혹시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인터넷에 무심코 올렸던 글이 누군가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