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ㅣ국제] 그가 등장한 것 자체가 ‘변화’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8.12.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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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위기에 처한 정부 ‘구원투수’로 기대 모아

▲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인들은 오바마(위)를 선택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한자 능력 검정 협회에서는 매년 한글자로 된 한자를 ‘금년의 한자’로 선정한다. 올해에는 변화를 뜻하는 ‘변(變)’이 선정되었다. 11월1일부터 시작된 금년의 한자 선정 작업은 국민의 주관식 투표로 이루어졌다. 올해는 역대 최고인 11만1천2백8표의 투표가 이루어졌다. 이 중 ‘변(變)’은 전체의 5.4%인 6천31표를 얻었다. 객관식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득표인 셈이다. 일본 국민이 ‘변(變)’을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 때문이다. 한자 능력 검정 협회 관계자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유를 적는 칸에 오바마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라는 패러다임이 한자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상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대통령이 등장했다. 전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올해의 인물을 뽑는다면 그의 이름이 빠질 리가 없다. 이미 <타임>도 지난 12월17일 오바마를 ‘올해의 인물’로 결정했다. 명석한 두뇌, 청중을 사로잡는 웅변, 포용력 있는 카리스마, 실용주의적 발상 등은 오바마의 장점으로 언급된다. 갑작스레 받은 많은 기대에도 무너지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을 보면 위기관리 능력 또한 뛰어나다.

오바마의 등장은 ‘변화’ 그 자체이다. 오바마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변화를 향한 국민의 강한 의지를 부여받았다. 이것은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꿈을 위해 항상 주위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처음으로 전국 무대에 데뷔한 2004년, 올해의 인물로 <타임>은 부시를 선택했고 <뉴스위크>는 오바마를 선택했다. 다만, <뉴스위크>는 매력적인 연설에 정치적인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것은 지금도 해당된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정부를 매력적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연공서열이 강한 미국의 상원에서 바람을 일으켰고, 그 여세를 몰아 대통령직까지 따냈다. 그리고 당선을 통해 미국 사회가 ‘변화’를 갈망함을 환기했다.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꿈 이루어줄 정부 만들 것” 공언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변화가 더딜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이미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의 국방장관 유임은 이라크의 조기 철군을 더디게 할지도 모른다. 재무장관에는 현 부시 정부에서 연방기관인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티모시 가이스너가 임명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로더는 이를 두고 “국가 안전 보장과 경제 정책이라는 양대 축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인사이더인 람 임마뉴엘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존 포데스타 인수위 위원장 등이 전면에 등장하고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게 임명되었다. 상무장관으로 임명된 빌 리처드슨,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에릭 홀더 등은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인물이다. 이미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신호가 인사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어지는 대테러 전쟁, 이라크의 평화 정착, 그리고 미국 자체의 금융 위기와 경제 불황 등 긴급한 문제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신이 공언했던 변화와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정 사이에서 오바마는 힘든 선택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코노미스트>의 언급대로 ‘누구를 실망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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