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곳 빼고‘빈혈’에 시들시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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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조선업체, 호황기 무리한 투자로 수주 줄자 자금난

▲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회생과 퇴출의 기로에 서 있다. 위는 c&중공업. ⓒ뉴시스
조선업계는 건설업계와 함께 구조조정 태풍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선박 수주가 감소한 데다 은행들의 자금 지원이 끊기다 보니 여기저기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구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2009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이 2008년에 비해 약 50% 감소한 4천3백만GT(총 톤수)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07년의 1억6천7백만GT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한 것이다.

조선업계의 침체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곳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이다. 지난 12월3일 워크아웃에 들어간 C&중공업을 필두로 대다수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회생과 퇴출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50여 조선업체 중 상위 10여 개사 정도를 빼놓고는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에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되어온 조선 호황기에 무리하게 투자를 유치하며 너도나도 조선업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산업이다. 조선소 건립 자금만 몇천억 원에서 몇조 원까지 소요된다. 신생 조선업체들은 은행에서 받은 선수금을 조선소 건립 자금으로 쓰고 건조 자금은 신규 수주를 통해서 만들거나 차입을 통해서 만들어가야 하는데 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기피하면서 조선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졌다.

회생 가능성 작으면 워크아웃이나 인수·합병 될 듯

굿모닝 신한증권의 조인갑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선박 발주 취소까지 겹치면서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벌크 선박의 취소가 많아져 이를 주로 수주하는 중소형 조선소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신생 조선소의 경우에는 도크와 시설 투자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앞날이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2월26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실물 경제 회생 방안을 보고했다. 조선업체 회생을 위해서 수출보험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6조9천억원 늘어난 19조5천억원 지원하기로 하는 대신 회생 가능성이 낮은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신속한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대선조선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조선 호황기에 확장을 했다. 확장한 조선소는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안정적인 신생 조선소라고 할 수 있는 성동조선해양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알 것이다. 워크아웃에서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중소조선연구원 심상목 본부장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질 올해는 조선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살아남을 업체와 퇴출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정치적 잣대 등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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