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대변혁’ 태풍에 갇힌 MBC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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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겨냥한‘대기업-신문사-금융사 컨소시엄 구성’작업, 물밑에서 꿈틀꿈틀

올 한 해는 국내 미디어업계에 거센 해일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한복판에 MBC가 내던져져 있다. MBC를 바라보는 국내 재벌 기업과 메이저 언론사들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MBC의 민영화는 가능할 것인가. 정답은 ‘가능하다’이다. 일각에서는 “자산 규모 가치가 10조원이 넘는 MBC를 인수할 기업이 당장 있겠는가”라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는 정부·여당에서도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메이저 언론사, 여기에 금융권까지 가세한 초대형 ‘컨소시엄’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이 작업은 현재도 계속 살아 있는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이 노리는 것이 민영화된 이후의 MBC이든, 또는 종합편성 PP나 보도전문 PP이든, 아무튼 이들은 지난 한 해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여왔고, 그 속도는 새해 들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MBC와 KBS2 채널의 민영화 얘기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전후해 끊임없이 불거져나왔다. 현 정부의 방송 운용 방침은 확고한 ‘1공영 다민영’ 체제이다. 방송 언론 역시 시장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21세기 글로벌 미디어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언론 장악 음모라고 맞섰다. 정부·여당은 7개 미디어 개정 법안을 내놓았다. 큰 골자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한나라당은 통과 강행을, 민주당은 결사 저지를 각각 선언해 새해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KBS2는 공영방송 그대로 간다”

언론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장외 투쟁에 나섰다. 그 선두에 MBC가 서 있다. 다소 미온적이던 KBS 노조도 새해부터 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양사의 온도 차는 눈에 띄게 다르다. KBS측은 다소 느긋한 분위기이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한나라당이 7개 미디어 개정 법안에 이은 후속 조치로 내놓을 공영방송법에서 찾을 수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KBS2의 경우 분리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공영방송법을 보면, 광고 수입이 전체 재원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규정이다. 왜 굳이 20%로 했을까 하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KBS의 경우, 수신료가 만약 5천~6천원으로 인상되면, 수신료만으로 재원의 80% 충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듯하다. 반면, MBC의 경우는 광고 수입을 20% 이하로 하라는 것은 사실상 공영방송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MBC는 민영방송, KBS는 분리 없이 공영방송으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정계에서도 감지된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말하는 것처럼 1공영 체제로 간다면, 굳이 광고 수익을 20%까지 책정할 필요는 없다. KBS1의 경우 수신료 인상만으로 충분히 재원 100%도 가능하다. 아마도 KBS2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일각에서는 향후 20% 선이 30% 선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마 수신료 문제에 따른 유동성을 염두에 둔 측면이 아닌가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아마도 MBC와 KBS2를 한꺼번에 민영화 시장에 내놓기에는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부·여당의 방향 전환 분위기는 방송 진출을 노리고 타진하던 재계와 언론계의 대응 움직임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MBC와 KBS2 양쪽으로 분리되던 조준 방향이 이제 MBC 한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빼앗긴 채널 7번, TBC의 부활’을 꿈꾸던 CJ와 중앙일보 등 ‘범삼성가’의 움직임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MBC 인수전에 나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대기업과 메이저 언론사의 컨소시엄 형태가 예상되고 있다. 자본력과 언론 노하우를 서로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지난 OBS 사업자 선정 때 이런 언론사와 기업 간의 컨소시엄 경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MBC의 인수전에 언론사가 먼저 주도적으로 나서는 듯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대기업은 언론사의 파트너 제의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양상이었다고 알려진다. 이 대목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구미가 확 당길 만한 조건으로 보따리를 과감히 푸는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이다. 여기에 언론사의 입김도 한몫을 했다는 전언이다. 언론사로 언급되는 것은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움직임에 대해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조선일보에서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방정오 미디어전략팀장이다. 그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이다. 그가 조선일보의 방송 진출 사업에서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장 직속으로 신설된 미디어전략팀장을 맡아 방송 진출 사업에 대한 역할에 본격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장의 장남인 방준오 조선일보 기자가 새해 1월1일자로 단행된 내부 인사에서 미래전략팀장으로 승진 발령된 것도 눈길을 끈다. 형제가 미래전략팀과 미디어전략팀을 맡는 등 미디어 신시장의 전면에 나서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언론계와 MBC 주변에서는 조선일보와 SK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사의 컨소시엄 구성설까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K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항간에 그런 소문이 나도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SK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조선일보가 SK에 방송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은 맞다. 그래서 그 부분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듯하다. MBC가 얼마나 큰 회사인가. 그럴 만한 자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괜히 이 때문에 MBC에 오해받을까 봐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말이지만 상당히 구체적이고 진실성이 있다는 판단이 든다.

그는 “조선일보가 SK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대기업과 언론사 간의 이해가 상충되어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MBC 지분을 5% 정도만 갖고 나머지 지분은 대기업이 갖는 구도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실제 운영의 주도권은 언론사의 위상과 노하우를 내세운 조선일보가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이런 분위기를 읽은 재계에서는 그 구도를 별로 탐탁찮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는 전언이다. “굳이 큰 돈 써가며 남 좋은 일만 시킬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다.

▲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조선·중앙·동아도 저마다 분주

그런 상황에서 언론사와 대기업 사이에 금융사의 등장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또 하나의 재무적 파트너로 금융사를 참여시키는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의 전언이다. “얼마 전 한 사석에서 모 은행의 IB전략팀 소속의 한 관계자가 우연히 MBC 인수 관련 작업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지난해 9월부터 구체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잘 안 풀린다는 것이었다.”

그가 언급한 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를 다투는 대형 금융회사였다. 그 모양새는 조선일보와 이 은행이 컨소시엄 파트너로 대기업의 의사를 타진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단순히 대기업과 신문사 간의 짝짓기 형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금융회사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구도이다. 대개 대형 사업의 컨소시엄의 경우 재무적 파트너로 금융회사를 유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재무적 파트너의 유치 여부가 컨소시엄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가히 국내 최대의 대기업과 언론사·금융사가 연합하는 ‘매머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회사는 조선일보 계열사인 디지털조선일보사이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상장사로 향후 조선일보의 방송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설립된 회사이다. 이미 2007년 4월 비즈니스앤TV라는 브랜드로 PP방송에 진출했고, 향후 방송 사업에 대비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SK텔레콤(7.8%)과 방정오 팀장(7.1%)이다. 그리고 이 회사의 주거래 은행이 바로 위에서 언급된 그 은행이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측은 “절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팀의 책임자는 “만약 그런 작업을 한다면, 우리 팀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MBC의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벌써 전부터 중앙일보가 정부·청와대와 함께 긴밀하게 MBC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는 정보를 다 입수했다. 중앙일보는 지금 MBC의 지분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이름을 밝히고 인용해도 상관없다”라고 밝혔다. KBS의 한 관계자도 “당초에는 중앙일보의 경우, MBC보다는 KBS2에 더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KBS2 민영화 움직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MBC에 ‘올인’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당초 관계사인 삼성 혹은 CJ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얘기가 비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KT와 전략적 제휴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더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범삼성가와 컨소시엄을 형성할 경우, 삼성 족벌 방송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KT 양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앙일보측의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MBC의 경우 당장 민영화가 되겠는가. 또, 설사 된다 하더라도 지분 구조나 편성권, 광고 규제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상파보다는 종합편성 PP 쪽이 더 낫다는 얘기가 많다. 어차피 IPTV로 가면 지상파나 종편 PP나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또한, 지역 민방과는 달리 전국망이니까 오히려 훨씬 더 매력적이다”라고 밝혔다.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현재 케이블에서 대형 PP사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현대측과의 제휴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화일보와 현대의 제휴설이 또 새롭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사도 방송 사업 진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주 모금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우리도 내부에서 BCC 추진팀을 구성해 방송 사업 진출에 대비해왔다. 향후 이 팀과 영상취재팀을 합쳐서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신문사들은 당장 지상파보다는 종합편성 PP나 보도 PP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심지어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MBC의 경우 현재 구조로 볼 때 당장 민영화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상파의 위력과 PP의 위력이 천양지차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기업과 언론사에서 노른자위를 뻔히 놔두고 흰자위만 찾겠느냐”라는 반문이 그것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미 정부·여당에서는 오는 4월에 방문진을 해체하고 올해 안으로 MBC 민영화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 여당이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MBC의 민영화에 대비한 시장 조사를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언론인은 청와대측 인사로부터 직접 확인했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청와대에서, ‘MBC가 시장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대기업과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사전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 수렴으로 볼 수도 있고, 인수 의사 타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청와대측 인사 얘기로는 ‘대기업이나 언론사의 경우 대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을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개정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도 놀랄 정도로 상당히 대기업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를 과감히 포함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회의적이었던 대기업의 시선이 점차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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