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안’이 글로벌 인재 될 수 있다
  • 강한균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
  • 승인 2009.01.2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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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자녀, 차별 극복하고 대통령 된 ‘오바마 인자’에 희망…제도적·사회적 지원 병행돼야

▲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실태와 향후 대책’ 토론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국제결혼은 3만8천여 건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혼인 건수의 약 11% 규모로, 2000년 3.7%와 비교해볼 때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거주 인구 대비 외국 여성과의 혼인 비율은 농촌 지역(13.5%)이 도시 지역(7.3%)보다 훨씬 높지만, 혼인 건수는 도시 지역이 1만9천여 건으로 농촌 지역의 약 2.5배나 된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이 농촌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이제 도시 지역에서도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외국인 비중 확대의 주된 원인이 외국인의 단순한 국내 이주나 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으며, 불완전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양산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급속히 증가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남녀 성비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편견과 차별 없애지 않으면 미래 사회의 ‘재앙’ 키워

이 인위적 성비 불균형에 따른 인과응보의 결과가 이제 보란 듯이 그 업보로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경우 피부색 등 외모의 특성이나 한국어 미숙으로 유치원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학교에 가기를 기피하게 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사회심리적인 갈등을 경험하며 주변인으로서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 결코 동화되지 못하고 방황하다 불만 세력으로 등장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하겠다. 게다가 단속을 두려워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까지 가세한다면 이들은 어쩌면 우리 미래 사회의 뇌관 없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크고 작은 좌우 이념의 갈등이나, 세대·지역·빈부·종교 간 갈등을 경험했고, 그런대로 잘 극복해왔다. 만약 우리가 다문화가정 자녀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좌시해왔던 지구촌 곳곳의 잔인한 인종과 문화의 갈등이 우리 사회 갈등의 불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글로벌 자산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다양한 다문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차별 행위에 대한 엄격한 금지와 같은 소극적 조치에서부터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과 같은 적극적인 다문화가정 자녀 우대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제도적 지원 못지않게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 또한 크다. 다문화 교육에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다문화 수용에 대한 의식 교육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 교육은 학교, 가정, 공공 기관과 단체 등에서 입체적이고 단편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다문화에 대한 반정서 의식을 벗어버리는 것 또한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리가 다문화가정이라고 미화해서 부르게 된 것도 그다지 오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한국계 혼혈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즈 워드가 ‘하인즈 신드롬’을 불러오기 전까지 우리는 혼혈아, 코시안 등으로 서슴없이 비하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동안 단일 민족으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배척하며 우리와 다른 모든 차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 인색했다. 게다가 우리는 얼마나 ‘우리 지향적인’ 문화에 익숙해왔던가. 초등학교에서는 우리의 피부색과 같은 살구색만을 살색이라고 가르쳤고 자신의 아내조차 우리 마누라라고 부르지 않는가. 2002 월드컵 때 한국에 온 외신기자들이 했던 “한국에는 월드는 없고 컵만 있더라”라는 비아냥거림을 한 번쯤 새겨 볼 일이다.  

집에서는 백인, 밖에서는 흑인으로 살아온 오바마의 변이는 사회의 차별 대우와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면서 생존의 적자로 등장한 사례이다. 그의 삶은 다윈의 변이된 진화에 비유되기까지 한다. 그의 탈 인종, 탈이념의 통합적인 ‘오바마 인자’가 다음 세대에도 과연 세대 유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지구촌은 주시하고 있다. 

다윈은 수많은 자연변이가 모두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적자 생존을 통해 자신의 유전 형질을 다음 세대에 전파하기 위해 투쟁하는 자연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한다. 우리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서 건강한 코리안 글로벌 유전인자가 자연 선택되어지기를 한 번쯤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보호·지원도 좋지만 사회적 반정서 없애는 일이 더 중요

▲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다문화 체험 교육’에 참가한 결혼 이민자와 자녀들. ⓒ연합뉴스

최근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영어라는 글로벌 언어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 온 국민이 국내외에서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흡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영어 공용화까지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 미래의 축이 미국 중심의 영어에서 다시 중국어 등 아시아권 언어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때 우리는 또 한바탕 제2외국어 전쟁에 온 국민이 볼모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문화 교육을 통해 지금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적극적인 조기 투자를 해 둔다면 해당국의 언어는 물론 관련 경제, 정치, 외교, 문화 등의 부문에서 효과적인 글로벌 인재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미국에서는 소수민족의 자녀들에게 가정에서 부모의 모국 언어 사용을 생활화해 이중 언어를 습득할 것을 권장한다. 국내 다문화가정에서도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다양한 글로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6세 이전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이중 언어 교육(bilingual education) 프로그램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겠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이들이 이중 언어만 사용해도 장래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자긍심을 가지게 하자. 그들의 핏속에 오바마 인자와 같은 코리언 글로벌 유전인자가 이기적 유전자로 진화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해주자.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보배스러운 글로벌 자산이 될지 사회적 재앙의 단초를 제공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우리 모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동정하고 연민의 대상인 우리의 이웃 정도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우리의 따스한 품에 안을 수 있는 가족으로 맞이하기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무리 제도적인 측면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하고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열린 마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한낱 헛수고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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