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제품에는 손대지 않는다”
  • 교토·이철현 경제 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2.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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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도세’ 사이토 시게루 대표이사

도세는 게임 개발업체이다. 닌텐도나 일렉트릭아츠(EA) 같은 게임업체의 의뢰를 받아 가정용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기획·개발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 타이틀이 1천6백점이 넘는다. 삼성전자, 소니, 도요타를 포함해 전세계 69개 업체가 도세의 고객이다. 도세는 업종만 특이할 뿐 전형적인 교토식 기업이다. 기업 규모를 키우기보다 내실 경영을 중시한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60억 엔과 3억 엔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율은 77.7%이다. 창업 이래 30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도세는 최종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제휴 업체와 합작해 수익과 위험을 분산한다. 폐쇄적이라고 소문난 닌텐도도 도세와 손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도세의 사업 전략은 일본품질학회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교토 시모교 구 시조사가루에 위치한 도세 본사를 찾아 사이토 시게루 대표이사에게 부침이 심한 한국 게임 개발업계의 안정적 성장 전략에 관해 들어보았다.

세계 경제 위기가 도세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가?

과거 경기 침체기에 게임 산업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번 경제 위기에도 별 차이는 없다. 도세의 경우 올해 매출은 늘고 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하리라 전망한다. 도세는 빚이 거의 없고,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불황이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도세처럼 전세계와 내수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기업은 경제 후퇴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도세는 오히려 현 위기를 기회라고 보고 많은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도세의 수입 모델이 독특한 것으로 유명한데? 

다른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와 달리 도세는 최종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다. 제휴 업체와 손잡고 게임을 기획·개발해 납품하는 업체이다. 그러다 보니 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적도 경기 변동에 따라 영향을 덜 받는다. 기획·개발 사업으로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고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이미 출시된 게임 타이틀로부터 로열티 수입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도세는 제휴 업체와 철저하게 협력한다. 게임 업종이 아니라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과도 협력해 제품군을 다변화한다. 최근 각기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7개 기업을 끌어들여 ‘조인사운드 위(Wii)’라는 가정용 노래방 기기를 공동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게임기 위(Wii) 제조업체 닌텐도, 노래방 기기업체 엑싱, 통신업체 NTT, 네트워크 서버관리업체 포넥스, 판매·마케팅업체 허드슨뿐 아니라 서버 임대사업자까지 이 사업에 참여한다. 보안 탓에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제품은 기존에 수백만 엔이 넘는 육중한 노래방 기기를 3만엔이 넘지 않는 소형 기기로 대체할 것이다. 혼자 하기보다 제휴 업체와 공동 추진해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나누는 것이 도세의 사업 전략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과 일본의 게임시장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네트워크 게임이 각광을 받고 있으나 일본에서는 패키지 게임의 인기가 높다. 네트워크 게임시장은 한국과 중국으로 제한되지만 패키지 게임은 전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시장이 크다 보니 일본과 미국 게임업체들은 경기 변동에 따라 영향을 덜 받는다. 한국 게임업체에게 네트워크 시장은 일본 게임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틈새 시장이다. 네트워크 게임 개발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앞선다. 중국 업체도 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지만 품질이 한국 게임에 못 미친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포함해 세계 시장을 상대로 네트워크 게임을 보급하면 엄청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좁은 내수 시장보다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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