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미래‘시대정신’이 문제다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
  • 승인 2009.02.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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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호(동국대 교수·정치학)
한나라당은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계속 싸우고 있다. 얼마 있으면 당협위원장 선출과 재·보선 공천을 놓고 또다시 격돌이 불가피하다. 어떤 때는 양측이 같은 당 소속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최근 이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8개월 만에 만나 생일 케이크를 함께 자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냉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만남 후 오히려 상호 비난의 강도를 높이기까지 했다. 친박 계열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비주류로서 할 말은 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은 하나의 정당으로 계속 유지될까

이런 상황에서 과연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하나의 정당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나라당이라는 틀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향은 당내 갈등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계파 간 세력 대결이 아니라 정책적 입장을 중심으로 친이와 친박 계열이 경쟁하고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따라 한나라당 당론을 결정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구의 논리와 입장이 더욱 국민적 이해와 공감을 받느냐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적 지향에 따라 한나라당 내 분화가 이루어지고 정책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또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정치력도 요청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 갈등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의 정치 무시는 더욱 공고화된 듯하고, 한나라당 지도부의 조율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당내와 여권 내의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이다. 지금도 과거보다 더 나아졌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분당(分黨)이다. 한나라당이 갈라지는 것은 기존의 원내 교섭단체를 기준으로 한 3당 체제에서 4당 체제로 개편되는 것을 뜻한다. 이때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상실하고 다수당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친박 계열 의원 수가 최대 60명 내외까지 추정되기 때문이다. 정치인 박근혜에게 분당의 정치적 매력은 충분하다. 박 전 대표는 영남이라는 강력한 지역 기반이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 세력 중 국민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세력이 박근혜 계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의 상당 부분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분당에 의한 정당 재편성은 유권자가 아닌 정치 엘리트 주도에 의한 정당 체제 개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한 새로운 이슈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분당은 적나라한 권력 투쟁의 연장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정당 정치의 퇴행만 가져올 뿐이다. 과연 박근혜와 친박 세력은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과 실현을 위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 박근혜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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