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입 무슨 말 할까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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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범 국회 초대 대변인

ⓒ시사저널 유장훈

국회 대변인은 아직까지 생소한 자리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각 정당은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을 두었지만 국회에는 대변인이 없었다. 대신 공보수석 비서관과 공보관이 업무를 나누어 맡았다. 하지만 체계적인 역할에는 한계를 보였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 대변인직이 신설되었다. 대변인이 국회 전체의 대언론·대국민 소통을 관장하는 공식적인 창구가 된 것이다.

‘초대’ 국회 대변인을 맡게 된 허용범 대변인은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활동 하나하나가 국회 대변인의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대변인은 새롭게 시행되는 대변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어 입법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잘 다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를 취재하는 데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면 과감하게 바꾸겠다”라며 언론의 취재 환경을 선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허대변인은 만 18년을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중 12년을 정치 담당 기자로 국회에 출입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는 미국 의회를 3년간 드나들기도 했다. 국회가 사실상 일터였던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직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첫 무대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었다. 박근혜 후보의 공보특보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경선에서 패배 후 한나라당 선대위 메시지 부단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정무기획을 담당했다.

허대변인은 “언론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생각에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결단’에 주변 동료들이 많이 놀랐다고 한다. 안정적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직장을 떠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정치권에 뛰어들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정치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 순탄하게 살아온 삶으로 보지만 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첫 승부는 패배로 끝났다. 지난 4·9 총선에서 경북 안동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무소속 김광림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인생에서 외형적으로 드러난 첫 번째 실패였다. 그는 “충격이 없지는 않았지만 좌절하지도 않았다. 이미 실패 가능성을 생각하고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총선을 치른지 한 달이 지난 후 암벽 등반 전문학교에 등록했다. 4주간 교육을 받고 북한산 인수봉 등반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허대변인은 “바위를 타고 오르는 일은 힘들고 무섭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인수봉이 바로 눈앞에 있지만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평생 오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인생도 매한가지이다.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두려움이 있더라도 도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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