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엉터리 ‘보고’?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육 단체, 예산 턱없이 적어 ‘비리’ 키운다

▲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의 예산은 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은 약 1천2백90억원이고, 올해는 약 1천3백70억원 정도이다. 이는 선진 국가에 비하면 아주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선진국들에서는 국가 예산의 0.5%를 체육 예산에 할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0.2%도 채 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 경기단체 55곳의 살림살이도 그리 넉넉하지가 않다. 대한체육회가 해마다 내려보내는 국고와 공단 지원금만으로는 살림이 빠듯하다. 전체 지원금의 60%는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훈련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를 직원들의 인건비나 단체 운영비로 쓰고 있다. 그나마 체육 단체들의 숨통을 트게 하는 것이 자체 수입금이다.

하지만 수입금도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간 빈부 격차가 심하다. 예를 들어 축구협회의 지난해 예산 규모는 6백42억원인 데 반해, 나머지 54개 단체의 평균 예산 규모는 20억원이 조금 넘는다. 축구협회 예산이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 총 예산의 37%에 해당하는 것이다. 같은 구기 종목 중 야구협회의 올해 예산이 2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축구협회는 돈벼락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축구협회의 예산이 많은 것은 스포츠토토 수입 분배금과 후원사 협찬금 등의 지원금이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에는 1년에 10억원 이상을 내는 고액 후원사가 수십 개에 달한다고 한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종목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시 시스템 없어 문제 터지면 ‘사후약방문’

우리나라 체육계가 안고 있는 장애 요인으로 부족한 예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연례적으로 반복되는 횡령 사건 등 체육계의 비리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체육 단체들의 비리가 여러 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승마협회 국고 횡령 은폐 의혹은 아직도 체육 예산이 얼마나 줄줄 새나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승마협회는 세계선수권대회 정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참석자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지원금을 추가로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외 대회에 참가한 것처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예산을 타내기도 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 일부 가맹 단체에서는 선수에게 지급해야 할 장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일부 금액만 사용한 후 나머지는 전용한 적이 있었고, 훈련 일수를 조작하는 편법으로 수당을 과다하게 지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가 가맹 단체들의 회계를 감시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지금은 가맹 단체가 예산 사용내역을 보고하면 대한체육회는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승인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체의 실적 보고에 의존하다 보니 예산이 적정하게 사용되었는지 철저한 검증을 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횡령 사건 등의 문제가 터지면 사후 조치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대한체육회가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회계법인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가 체육회에 여러 번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체육회의 산하 가맹 단체들도 홈페이지나 언론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경영 공시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