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이면서 때로는 보수까지 공격하는 남자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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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독설 쏟아낸 작가 이문열

ⓒ연합뉴스

보수 문인의 상징적 인물인 작가 이문열씨(61)가 또 독설을 쏟아냈다. 이씨는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강연에서 작금에 펼쳐지고 있는 정치·사회 현상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헤쳐 눈길을 끌었다. 그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강연 제목 그대로 ‘지친 대의민주정과 불복의 구조화’였다. 지난 10년 사이 퍼지기 시작한 직접 참여의 유혹과 다수결에 대한 의심이 불복(不服)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거침없는 ‘말’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그의 ‘글’만큼이나 이목을 끌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씨는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시위 문화를 대의민주제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보았다. 촛불 집회를 대표적 사례로 들며 그 진원지인 인터넷 광장의 ‘착시 현상’을 거론했다.

“소수를 다수로 보이게 하고 익명성 뒤에 숨은 조작은 터무니없는 소수에게 대표성을 안겨주어 다수로 혼동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그는 “촛불 시위대가 그토록 다수로 비친 것은 몇 달 전에 있었던 대선 불복 세력이 그 사안을 계기로 한곳에 모여 다수를 조작한 것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 가운데 어디가 진실이고 어디가 그의 생각에 불과한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의 발언은 좌우 양 진영에서 이미 찬반의 반향을 일으키며 또 하나의 벽을 쌓았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해서도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정권의 소심과 우유부단을 비판하고 싶다”라고 했고, “심정적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특히 청와대 행정관의 e메일 홍보지침 논란에 대해서는 “개인이 했다면 멍청한 짓을 한 것이고, 청와대 차원이면 무능의 일종일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씨의 힘은 이렇듯 보수이면서도 진보는 물론 보수까지 자신 있게 공격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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