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말똥한 눈의 쥐 사냥꾼
  • 김연수 (생태사진가) ()
  • 승인 2009.03.1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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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우리 새 이름 중에는 새소리와 겉모양의 특징을 잡아서 명명한 이름이 많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약 4백20여 종의 새 중에서 ‘말똥가리’는 조금 특이한 이름이다. ‘말똥가리’는 배 부분이 갈색이고, 여기에 넓고 누런 바탕이 따로 있는데, 그 모양이 말똥 같아서 말똥가리로 명명했다고 한다.  일부 학자 중에는 유달리 말똥말똥한 눈을 가져 그런 이름이 나왔다고 보는 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호 야생 조류로 비교적 보기 힘든 겨울 철새이지만, 번식지인 몽골 초원에서는 말똥처럼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인적 하나 없는 9천6백ha의 천수만 A지구 광활한 농경지에 먼동이 트면 말똥가리의 아침 사냥이 시작된다. 겨울철 천수만은 맹금류의 낙원이다. 수컷이 52cm, 암컷이 56cm 정도 크기의 매목 수리과인 말똥가리는 봄과 여름에는 산지에서 번식을 하다가 겨울철에는 천수만 같은 평지에서 생활한다. 먹이가 되는 들쥐, 작은 새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먹이사슬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세력권을 가진 말똥가리는 쥐를 소탕하고 있다. 말똥가리는 30m 안팎의 거리에 있는 쥐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할 정도로 시력이 발달해 있고,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색깔까지도 구별한다. 기류를 타고 선회하거나 약간의 정지 비행을 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날개를 반쯤 접고 곧장 내려와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쥔다. 그러나 사냥술은 매나 황조롱이보다 뛰어나지 못해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떨어진다. 종종 죽은 동물의 사체도 먹는다.

ⓒ김연수

말똥처럼 흔했던 말똥가리도 이제는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맹금류가 그러하듯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들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먹이가 되는 작은 새나 설치류, 양서류, 파충류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하위 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존립할 수 없는 것이 자연 법칙이다.

말똥가리는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 조류 중 2급 보호 동물이며, 국제적으로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적색목록 CITES 2에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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