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3.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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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보선 지역구 점검 ? / 야당, 후보 단일화로 부심…한나라당은 박희태 카드 만지작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월 재·보선에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오는 4월29일 치러질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선거를 다시 갖게 될 지역구가 속속 확정되면서 각 정당은 선거전에 나설 ‘장수’를 선택하기 위한 채비에 돌입했다.

‘전장’은 울산 북구를 비롯해 경주, 전주 덕진과 완산 갑, 인천 부평 을 등 모두 5곳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법원의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은 지역들이다.

이번 선거는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여야 간에 정치적 사활을 건 총력전이 예고된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의 세력 판도에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향후 국정 운영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지에 대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나라당은 울산 북구를 제외한 4곳에서 공천 신청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17대 국회에서 재·보궐 선거를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여야가 뒤바뀐 상황은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승부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경제 살리기’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여당 일꾼론’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미경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7명의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민주당도 3월 중으로 후보 공모를 마치고 4월 초까지는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호남권 2곳이 포함되어 있어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10%대에서 멈춰선 당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민노당 김창현 위원장 ⓒ시사저널자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선거 연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민노당은 입지 확대를, 진보신당은 원내 진입을 노린다. <시사저널>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재·보궐 선거 지역을 매주 한 곳씩 가볼 예정이다. 첫 순서는 진보 정당 후보의 당선 여부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주목되는 울산 북구이다.

울산 북구는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3월12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가장 늦게 재·보궐 선거 지역으로 확정되었다. 지난해 총선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당시 윤후보는 46.23% 득표율을 얻어 31.84%를 얻은 민노당 이영희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되었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데다가 최윤주 친박연대 후보가 21.02% 득표율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승리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권영길 민노당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을과 함께 ‘노동자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곳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전체 유권자 11만여 명 가운데 현대차 노조 조합원이 2만여 명에 이른다.

가족들까지 합칠 경우 4만여 명의 유권자가 현대차 노조와 관련을 맺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조승수 민노당 후보가 과반에 가까운 46.52% 득표율로 당선되어 그 힘을 입증했다. 당시 윤두환 한나라당 후보는 34.11% 득표율에 그쳤다.

현대차 노조원 유권자만 2만여 명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노당에서는 18대 총선에 출마한 이영희 최고위원과 김창현 시당위원장, 윤종오 시의원 등이 예비 후보로 거론된다. 민노당은 중앙위원회에서 이곳을 전략 지역으로 선정하고 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전 채비에 들어갔다. 진보신당에서는 조승수 전 의원이 후보로 유력하다. 진보신당은 오는 3월23일 자체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 ⓒ시사저널자료

양당은 이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기본적인 합의를 한 상태이다. 지난 3월2일 한 차례 만나 그 필요성을 공감한 데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실무 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민노당은 노조원의 참여를 높이는 민중경선제, 진보신당은 여론 조사 방식을 도입한 시민경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서로 유리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절충형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 모두 “조율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민주당이 후보를 낼지 여부도 선거 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반드시 후보를 내 제1야당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지만, 중앙당 차원에서는 진보 정당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인천 부평 을 지역에서 지원을 받는 방안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이다. 이른바 ‘반MB 연대’이다. 선거 전반에 걸친 강한 연대는 어렵더라도 부분적으로 느슨한 연대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야권의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전략 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지역 정가에서 한나라당 후보군으로 자천 타천 이름이 오르는 인사는 박기준 의정부지검장을 비롯해 5명 정도이다.

17대 총선에서 이 지역 공천을 희망했던 심장수 변호사, 울산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김철욱 전 울산시의회 의장, 시교육감 선거 경험이 있는 김복만 울산대 교수 그리고 울주 출신인 이광우 당 중앙위원 등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야권의 단일화 움직임과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가 가시화하면서 중량감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고심해온 박희태 대표의 이름이 우선 거론된다. 거물급 후보가 나서고 울산에서 무소속으로 내리 5선을 한 정몽준 최고위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다가 영남권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경제 위기 상황이 표심으로 어떻게 반영될지는 여야 모두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표율이 낮다면 한나라당 후보가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무관심층으로 돌아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노조의 지지를 받는 진보정당 후보에게 표가 쏠릴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어느 후보가 더 조직력이 강하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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