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3.1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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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 문제, 이사장 지냈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부담’…대권 행보에 걸림돌 될까 조심

▲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29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박근령·박지만 씨.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3일 여의도 KT 컨벤션 웨딩홀에서 열린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신동욱 백석대 교수의 결혼식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결혼에 반대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했고, 최측근들에게도 결혼식 참석 자제를 당부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난을 보내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꽃바구니를 보냈지만, 참석한 국회의원은 홍사덕 의원이 유일했다.

박 전 대표가 동생의 결혼을 반대한 것은 신교수의 정치적 야망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나라당 전국위원과 여의도연구소 디지털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신교수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서울 중랑 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비록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최태민 의혹’으로 수차례 공격 받아

육영재단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2년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낸 박 전 대표는 1990년 동생인 박근령씨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당시 재단 고문으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최태민 목사의 비위와 전횡 의혹 등을 정권 고위층에 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에게 조종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또 “최목사는 청와대 시절 알게 된 사이로 1988년 기념사업회를 만들 때 몇 개월 동안 나를 도왔을 뿐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최목사와 관련된 육영재단의 재산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지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이 사안이 의혹으로 불거졌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측은 박 전 대표와 최목사의 관계와 관련한 소문을 거론하며 부정하게 재산을 형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앞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국민검증 청문회에서 또 한 차례 해명을 해야 했다. 박 전 대표는 “내가 아는 한도에서 지금까지 최목사에 대한 의혹의 실체는 없다”라고 밝혔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육영재단과 관련된 ‘과거사’는 대권 도전에 다시 나서게 될 박 전 대표에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또, 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두 동생의 ‘다툼’이 가족 간의 불화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박 전 대표가 개입할 가능성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육영재단 자체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산물이다 보니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연결 고리를 차단할 것이고,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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