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3D 입체영화가 몰려온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4.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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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등 무더기 극장 개봉 앞둬…호러 등 실사 영화의 3D작업도 진행 중

ⓒ시사저널 이종현

3D입체 영화가 몰려오고 있다. 할리우드는 영화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3D 입체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3D 입체로 표현하기가 비교적 용이한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제작 편수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개봉작이 3편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월23일 개봉될 예정인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비롯해서 10여 편이 선보인다. 내년에는 더 많은 작품이 관객을 찾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관계자들은 2차원의 평면 스크린에서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는 입체영화가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에서 벗어나 주류 영화로 편입되면서 영화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월26일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개봉에 앞서 내한한 드림웍스의 제프리 카젠버그는 “과거에는 테마파크에서 3D를 체험했지만, 이제는 일반 극장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3D 입체 방식이 새로운 영화 상영 시대를 여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영화 관람 체험을 이끌 첨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드림웍스는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시작으로 앞으로 제작할 모든 애니메이션을 3D 입체 기술인 인트루 3D 방식을 이용해 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올 <슈렉4>와 <쿵푸팬더2>도 입체영화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카젠버그는 “한 번 보는 것이 천 마디보다 낫다는 말이 있는데, 3D는 삼천 마디보다 나을 것이다”라며 <몬스터 vs 에이리언>과 이후의 3D 라인업에 자신감을 표현했다.

애니메이션의 선두 주자인 디즈니와 파트너인 픽사도 3D 입체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즈니가 단독으로 제작한 <볼트>가 지난해 12월31일 개봉했고, 픽사와 공동으로 평생 모험을 꿈꾸던 78세 노인의 모험을 다룬 <업>은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토이 스토리>의 감독이자 픽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존 래스터는 지난해 4월 새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업>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모든 픽사 영화를 3D 방식으로 제공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제작 예정인 <토이 스토리 3>와 <카 2>가 3D 입체영화로 제작된다. 디즈니와 픽사는 1992년작 <미녀와 야수>를 비롯해 <토이 스토리> 1, 2편 등의 히트작을 3D 버전으로 재개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 3>, 로버트 저멕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 손을 잡은 <틴틴> 3부작 등이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3D 입체영화가 애니메이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3D로의 전환 과정이 비교적 용이한 애니메이션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이후 실사 영화의 3D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6월 개봉 예정인 <블러디 발렌타인>은 호러영화로는 최초로 3D 입체영화로 제작된다. 그동안의 3D 입체영화는 어린이 수요를 의식한 전체관람 가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거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호러영화의 특징이 3D 입체 방식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심거리이다. 

3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올해 겨울 시즌에 개봉할 예정인 <아바타>는 실사 3D 입체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이다. <터미네이터>를 시작으로 <어비스>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에 이르기까지 앞선 기술을 영화에 적절히 녹여내는 데 성공을 거두곤 했던 제임스 카메론이 3D 입체영화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낼지 영화계와 영화팬 모두 궁금해하고 있다. <아바타>가 성공한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흐름을 바꾸겠지만, 실패한다면 3D 입체영화에 대한 실험이 주춤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는 3D 입체영화가 TV나 게임에 빼앗긴 젊은 고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 입체영화에 대한 체험은 극장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가 힘들다는 것도 할리우드가 3D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3D 입체영화가 투영되는 스크린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면 두 화면이 겹쳐진 뿌연 화면만 나타날 뿐이다.

예전의 흥행 참패 원인 극복하는 것이 관건

할리우드가 주목하고 있는 3D 입체 기술이 최근에서야 나온 기술은 아니다. 최초의 상업용 입체영화인 <더 파워 오브 러브>가 나온 것이 1922년이니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하겠다. 이후 입체영화는 할리우드가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할 때마다 다시금 등장하곤 했다. 1950년대 각 가정에 TV가 보급되면서 불안을 느낀 할리우드가 선택한 카드 중의 하나가 입체영화였다. <Bwana Devil>(1952)과 존 웨인 주연의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1954) 등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1980년대에도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고전 영화를 입체영화로 변환해 송출한 작업이 인기를 얻자 할리우드에서도 입체영화가 제작되었다. 이때 저예산으로 졸속 제작된<13일의 금요일 3> <죠스 3> 등이 흥행에 참패하며 입체영화는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일부에서 최근 할리우드에 불어닥친 3D 입체영화 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몇 편의 실험이 실패하면 다시 팽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3D 입체영화가 할리우드의 주류로 계속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상영관 확보이다. 콘텐츠가 계속 제작되더라도 이를 상영할 극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중화를 이루기는 곤란하다. 할리우드도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에는 미국의 대형 극장주인 AMC, 시네마크, 리갈 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 3D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상영관을 개조하는 작업을 담당하기 위해 DCIP(Digital Cinema Implementation Partners)를 설립했다. 이들은 1천여 개에 불과한 3D 상영관을 2천5백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둘째는 3D에 대한 관객의 낯설음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3D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용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관객에게는 안경을 끼고 영화를 본다는 일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3D 영화를 감상할 때 올 수 있는 어지러움과 현기증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팀장은 “3D는 각각의 형상을 만들어 합성하는 안구 구조에 맞춘 것이다. 각각의 장면을 머리에서 합성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빠른 장면이 나오면 어지러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빅아이엔터테인먼트의 강지은 사업기획팀장은 “입체영화 관객의 피로도를 고려해 입체 값을 적정하게 정해야 한다. 거리감이 심할 때 나머지 부분이나 배경 간의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정도의 입체감만 주고, 월등한 입체감이 들어가는 장면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현기증 유발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 영화에 비해 비싼 관람료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제작비 외에 3D 구축을 위해 1천5백만 달러가 투입된 <몬스터 vs 에이리언>과 3억 달러를 쏟아부은 <아바타>에서 알 수 있듯이 입체영화 제작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요금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국내 3D 영화의 요금은 일반 영화보다 4천원 비싼 1만1천원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4~5달러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의 윤여진 홍보팀 관계자는 “일반 영화와 차원이 다른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금도 이에 맞게 책정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완성도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영화의 내용이 앞선 기술을 따라가지 못할 때 기술은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제프리 카젠버그는 “높아진 기술력으로 스토리텔러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이 제작자의 상상력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공 거두면 세계 영화계 흐름 바꿀 사건

3D 입체영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할리우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극장용 3D 입체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이미 입증된 국내 CG 기술을 3D 입체영화로 이어가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빅아이엔터테인먼트가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내는 <도깨비>가 내년 말쯤 개봉될 예정이다. 빅아이엔터테인먼트는 10년 동안 입체영화를 만들어왔다. 이 회사 강지은 팀장은 “국내 3D 기술수준은 미국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정도이다. 입체감이나 양감을 표현하는 데는 우리가 오히려 낫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술은 따라가는데 보여줄 이야기꾼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BS에서 방영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한반도의 공룡>도 극장용 3D 입체영화로 다시 만들어진다. EBS의 한상호 PD와 민병천 감독이 이끄는 올리브스튜디오가 다시 손을 잡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한상호 PD는 “입체영화가 큰 흐름이고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뛰어들었다. 배경으로 들어가는 실사 장면과 3D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일 뿐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완성도에서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3D 입체영화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외에서 2~3년 안에 쏟아져 나올 입체영화가 성공을 거두느냐, 실패를 하느냐에 따라 제작이 계속될지가 결정된다. 영화 관계자들의 기대대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유성 영화의 탄생, 칼라 화면의 등장에 이어 입체영화의 등장이 영화계의 흐름을 바꿀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상호 PD는 “영화사 100년이 넘어가고 있다. 기술적으로 더 높은 차원으로 가야 할 상황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극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체험이 새롭게 나와야 한다. 앞으로 입체영화의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하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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