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의 적, 스캔들에 울고 ‘로켓’에 또 울고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9.04.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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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일본 민주당 대표, 악재 연속

▲ 일본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왼쪽)가 참모의 정치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는 사이 아소 총리(오른쪽)는 북한 미사일 등 정치적 호재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로이터(왼쪽), AP연합(오른쪽)

니시마쓰건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이 일본 아소 총리와 제1 야당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다. 정권 교체 가능성을 목전에 둔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니시마쓰건설 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니씨마스건설 사건’은 오자와 대표의 공식 비서인 오쿠보 다카노리가 이 회사로부터 2천100만 엔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쓴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두 사람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 3월29일 실시된 치바 현 지사 선거이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의 지원을 받은 전 배우이자 중의원 출신인 모리타 켄사쿠 씨가 40만표의 압도적인 차로 당선되었다. 최근의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승장구해온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치바 현 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데는 이번 사건의 영향이 컸다. 

민주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아소 총리에게 역전의 기회

반면, 추락을 거듭하던 아소 총리는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지율이 25%대로 회복되어 한 달 전에 비해 10%가 올랐다. 지난해 9월20일 취임한 이래 정치적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아소 총리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자민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악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1만2천 엔씩을 지급하고 휴일에 일반 차량의 통행료를 평소의 절반 가격인 1천 엔으로 낮추는 등 크고 작은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10조 엔(1백40조원) 규모의 2009년도 보정예산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경기 회복과 민생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라는 야당의 지속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현 시점은 선거를 치르는 일보다는 경제가 중요하다”라는 말로 넘겼다. 추가 경기 대책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아소 총리에게 원기를 북돋게 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호재가 있다. 바로 북한의 로켓 발사이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미사일 발사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각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겠다고 결정했다. 북한과 긴장 관계가 깊어질수록 국민은 불안하기 때문에 현 보수 체제를 지지한다. 북한과의 일정한 긴장 관계는 집권 자민당의 지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함수 관계에 있다. 이는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뀔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팎 여건이 지난 반 년 동안 추락을 거듭해오던 아소 총리와 자민당에 반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니시마쓰건설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10일만 해도 오자와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뭐라고 해도 국민의 입장에 서서 행동하고 내 입장을 계속 지켜나가겠다. 내 정치 생명을 걸고 정치를 바꾸겠다. 관에서 민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라며 자기 손으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이런 오자와 대표가 다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지난 3월31일 오자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4월 중에 당 차원의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해서, 자신의 진퇴 문제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 교체를 한다”라는 전제 하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니시마쓰 건설 사건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면 퇴진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이다.

자민당 실세였던 그는 자민당을 탈당한 후 신진당·자유당 등으로 말을 바꿔 타면서 현 민주당에 안착했다. 이런 정치 행태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세찬 비난을 무릅쓰면서 오자와 대표는 민주당에서 건곤일척의 심정으로 정권 교체만을 위해 질주해왔었다. 지난 1년 전만 해도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민당과의 대연정을 시도했다. 당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와 비밀리에 만나 자민당과 민주당의 연정을 시도했고, 이 안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개했다. 그는 동료 의원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밀실야합이라는 비난만이 돌아왔다. 이 문제로 오자와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다시 한 번 정권 교체와 총리가 되는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내 젊은 정치인들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시 요격 결과에 따라 일본 정국 요동칠 수도

▲ 일본 육상 자위대는 최근 북한 미사일 요격 준비를 마쳤다. ⓒAP연합

오자와 대표에게는 소신과 경륜, 노회, 전형적인 구 정치인, 정치자금 관리의 달인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오자와의 행동양식은 ‘I am OK. You are not OK’이다. 내가 좋으면 당신도 좋으니 따라오라는 식이다. 일방적인 사고이며, 과거 파벌 정치의 전형이다. 과거 파벌의 보스는 돈을 모아서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에게 나누어주고 선거를 지원해서 당선시켜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하지만 그간 젊은 피를 많이 수혈한 민주당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당내 문제를 결정하는 데 합의를 중요시한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와의 연정 시나리오가 실패한 것도 소통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역으로 아베 총리를 거쳐 현 아소 총리의 탄생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소 총리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 아는 기초 한자조차도 가끔 틀리자 사람들은 만화 같은 것만을 좋아하다 보니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소 정부 각료들의 스캔들도 아소 총리의 추락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었다.

무능과 각종 스캔들 때문에 아소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사라지고 공공연히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야당이 조기 총선을 압박하는 속에서도 아소 총리는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이라며 선거를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소 총리는 그동안 역전의 시기를 찾고 있었다. ‘니시마쓰 건설사건’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아소 총리와 오자와 대표는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제 무게 중심이 아소 총리와 자민당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오자와 대표가 진퇴를 주저하면 할수록 시소의 중심은 아소 총리에게로 더 기울어진다. 보정예산이 통과되고 추가예산이 집행되기 시작하면 중심은 더욱 더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시소의 무게중심은 크게 요동쳐 아소 총리 쪽으로 더 기울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요격 결과에 따라 일본 정국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 아소 총리와 오자와 대표의 정치적 제로섬 게임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오자와 대표가 1993년에 쓴 <일본개조계획>이라는 저서는 정치인의 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어 차기 일본의 지도자로 주목되었다. 하지만 이제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오자와 대표의 40년 정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진퇴를 결단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이번에 하차하면 평생 염원하던 정권 교체와 총리라는 1인자의 자리를 쟁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20%의 지지율도 얻지 못하며 힘든 나날을 이어온 아소 총리는 역전의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정책 논의가 아니라 물고 물리면서 지지율을 올리고 끌어내리는 제로섬 게임에 몰두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일본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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