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의 회심작 알칼리수에 제동 걸렸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4.14 1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주류, 소주 제조 용수 관련 소송에서 패소…주류 면허 과정도 도마에

ⓒ시사저널 이종현

법정 싸움으로 번진 소주 처음처럼의 ‘알칼리수 효능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롯데주류BG(전 두산)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온 김문재 차프코 대표가 최근 승소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전기 분해한 알칼리수가 몸에 해로울 수 있다”라고 주장하다가 당시 제조사인 두산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법원은 지난 3월25일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원고(두산)의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라고 판결했다. 특히 법원은 처음처럼 제조면허 취득 과정에서 전기 분해한 물을, 먹는 물의 요건을 갖춘 것처럼 다루었던 문제점도 지적했다.

롯데측은 “항소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제조면허 취득의 절차상 하자가 법원에 의해 제기됨에 따라 운신의 폭은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다. 김대표도 “제조면허 획득이 잘못된 사실이 인정된 만큼 무엇이 문제인지를 냉철하게 살펴본 다음 대응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법원, 알칼리수 효능에 문제 제기한 친환경업체 대표의 손 들어줘

사건은 지난 2006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은 전기분해로 만든 알칼리수의 효능을 자랑하며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당시 두산측은 톱스타인 이효리씨를 모델로 기용해 “전기 분해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몸에도 좋다”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 판매업체인 차프코 김대표가 “알칼리 환원수가 몸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전기 분해 알칼리수는 일본에서도 위해성 논란이 있을 정도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두산이 ‘알칼리 환원수가 관련 규정에 의한 먹는 물에 해당되는 경우 용수로 사용 가능하다’라는 식약청 유권 해석 내용을 마치 먹는 물로 허가받은 것처럼 꾸며 국세청에 신고했다”라고 털어놓았다.
두산측은 “처음처럼 제조에 사용하는 물은 강원도 대관령 지역에서 나오는 지하수이다.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샘물에 해당하며, 지난 1997년 강원도지사로부터 샘물 허가를 받았다”라고 맞받아쳤다. 제조면허 획득도 “식약청 및 법체처의 유권해석 결과 하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결국, 김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김대표의 글을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옮긴 네티즌 2명 역시 고발되어 현재 검찰에 약식 기소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민사재판부는 “피고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은 진실에 부합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게재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인터넷 글로 인해 원고의 명예나 신용이 실추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처음처럼 주류 면허 과정의 문제도 지적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두산은 지난 2006년 1월 초 강릉세무서에 ‘전기 분해한 물을 제조 용수’로 사용하는 처음처럼 소주의 제조면허를 신청했다. 당시 기술 심사를 담당하는 국세청 기술연구소는 보완 자료로 전기 분해한 지하수를 주류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먹는 물 수질 검사의 결과를 첨부해 보내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두산은 전기 분해수가 먹는 물 관리법 제3조 제1호 규정에 의한 ‘먹는 물’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가능하다는 식약청의 유권해석 내용을 보내 면허를 받았다. 법원은 국세청이 요구한 자료의 보완 없이 면허가 나간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롯데주류가 이효리씨를 모델로 제작한 소주 ‘처음처럼’ 광고 포스터. ⓒ시사저널 이종현

소주 사업 시작한 롯데그룹에 아킬레스건 될 수도

재판부는 “식약청 문서만으로는 국세청 기술연구소의 보완 요구가 총족되지 않았다. 제조면허가 있기까지의 경과, 관계 기관의 질의 회신 내용, 관계 법령 및 고시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제조면허가 위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믿는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처음처럼의 알칼리수 효능뿐만 아니라 제조면허 취득의 절차상 하자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지난 2월 두산으로부터 처음처럼을 인수한 이후 공격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선 계열사인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의 유니폼에 ‘처음처럼’ 로고를 부착해 부산·경남 지역의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롯데칠성음료에서 다져놓은 전국적인 유통망과 계열사인 롯데마트에서 전략적인 상품으로 다뤄 소주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OB맥주 인수를 포기한 이후 별도의 맥주 사업 진출도 노리는 등 하이트-진로그룹과 맞서는 명실상부한 주류업계 2인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야심찬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특히 처음처럼 인허가와 관련해 하자가 제기됨에 따라 주류 왕국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순탄하지 못할 것 같다.

소송 당사자인 김대표는 “이번 재판의 본질은 명예훼손 여부에 쏠려 있었다. 때문에 제조면허 취득 과정의 적법성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문제를 지적한 만큼 면허를 원천 무효화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롯데측은 “법원의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주류 면허 발급은 적합하게 이루어졌다. 앞서 진행된 형사 소송이나 관련 부처의 유권해석을 통해서도 인정을 받았는데, 뒤늦게 하자 여부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알립니다>
시사저널 제1017호 ‘‘처음처럼’의 회심작 알칼리수에 제동 걸렸네’ 제하 기사와 관련, 롯데주류는 이미 관련 행정기관(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 및 수사기관)을 통해 ‘처음처럼’ 제조방법 승인의 적법함을 인정받았다고 알려 왔습니다.

아울러 이번 1심 법원은 제조방법 승인과정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민원인이 자신의 주장이 진실하다고 오인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담시킬 정도는 아니다라는 취지였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주류는 항소중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