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차 줄게, ‘싸게’ 새 차 다오
  • 심정택 (자동차산업 전문가) ()
  • 승인 2009.04.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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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월부터 노후 차량 교체시 세제 감면 시행…완성차업체의 추가 인하 조치도 기대

ⓒ시사저널 박은숙

정부는 지난 4월13일 자동차 내수 판매의 활성화, 부품 산업의 경영 안정 등을 위한 ‘자동차 산업 활성화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방안의 골자는 1999년 12월31일 이전에 등록된 노후 차량을 새 차로 바꾸면 개별소비세 및 취득세·등록세를 각각 70%씩 한시적으로 감면(단, 감면 상한 설정)하고, 자동차 할부 금융사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내수 진작을 위해서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파급 효과가 커 내수 부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보다 크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해외 주요 나라에서는 이미 보조금 지급이나 세금 감면 등의 방법으로 자동차 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지난 1월부터 운전자가 9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기하고 새 차를 사면 2천5백 유로(4백4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조치로 독일 승용차 판매는 매월 두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도 중고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살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올 초부터 1천6백cc 미만 소형차에 한해 ‘구매세’를 10%에서 5%로 내려 소형차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가 차를 언제 사는 것이 유리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당장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자동차세를 크게 내려 사실상 세금을 지원하면 완성차 업체들도 차 값을 내려 화답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계산이다. 반면에 이미 완성차업계가 차 값 할인 폭을 크게 늘려놓았기 때문에, 추가로 할인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소비자 처지에서는 완성차업체의 추가 인하 조치나 5월 할인 행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은 5월부터 사실상 값을 깎아주는 다양한 판매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 차량 할인 외에도 기본 할인 폭 확대, 할부 이자 인하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할부 이자의 경우는 정부가 이번에 ‘자동차 할부 금융사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에 내릴 공산이 크다. 또, 완성차업체들이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당초 올해 계획했던 새 차 출시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경차로 교체시 100만원 보조금 지급 방안도 검토 중

경차(1천㏄ 미만)는 이미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추가 혜택은 없으나 정부 일각에서 경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노후 차량을 처분하고 경차를 살 때 1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 차 가격이 7천3백만원을 넘는 차종인 경우는 현재 시행 중인 개별소비세 탄력세율 제도(30% 인하)에 따라 혜택을 받는 것이 다소 유리하다. 그러나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비싼 차량은 이 기간 안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세율은 배기량이 2천cc 이하이면 출고 가격의 3.5%를, 배기량이 2천cc 이상이면 출고 가격의 7%를 각각 적용한다.

수입차들은 개별소비세 30% 인하를 선택하면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차종 및 출고 가격에 따라서 조금씩 세금 감면액이 다르다. 예컨대 BMW528(배기량 2천cc 이상)의 경우 차량 구매 가격이 7천97만원으로 개별소비세 30% 인하를 적용할 경우 2백45만원을 할인받지만, 노후 차 교체로 세금 감면액(개별소비세, 취득·등록세 각각 70% 인하)을 적용하면 2백50만원을 모두 할인받게 된다.

반면, BMW740i4.0(배기량 2천cc 이상)은 차량 구매 가격이 1억2천8백50만원으로 개별소비세 30% 인하를 적용하면, 4백43만5천원을 할인받지만, 노후 차 교체로 세금 감면액을 적용하면 2백50만원밖에 할인받지 못한다. 노후 차는 거의 폐차되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결국, 일시적인 매물 증가로 노후 차의 중고 가격 역시 폭락해 세금 감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럴 때는 부부나 자녀 등 특수 관계인끼리 명의를 이전해, 기존 차량의 명의를 바꾼 뒤에 새 차를 사면 된다. 새 차를 먼저 사고 2개월에 명의 변경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자동차 관련 감세 조치가 시장에 알려진 이후 확정안이 나오기까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을 중고차시장에서 매입해 등록을 한 소비자들 역시 새 차를 구입할 때 혜택을 보게 된다. 이들 역시 노후 차 보유자로 간주되므로 차량을 양도 내지 폐차하고 새 차를 구입하면  2백50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 뜨겁지 않다. 현대자동차 영업을 하고 있는 ㅊ씨는 “관망하는 고객이 대다수이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후 차의 대부분이 새 차 단계부터 보유한 사람들이 많지 않고 중고차를 구매해 보유한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세금을 감면해준다고 해서 바로 새 차를 살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처럼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시장의 반응은 다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에 지원책을 내놓으며 자동차업계에 당장 노사 관계를 선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노사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오는 12월로 예정된 세금 감면 시한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면서 업계를 압박했다.

완성차업체들은 임금 동결, 무파업 등으로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부의 요구를 따르지 않아 세금 감면 조치가 조기에 끝날 경우 소비자들의 비난이 밀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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