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 호프’에‘매직 미러’까지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4.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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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 성매매 수법 속속 등장…퇴폐’ 스시바 등도 성업

▲ 성매매 단속이 펼쳐졌던 서울 장안동의 안마업소들은 현재 거의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이고, 이를 대체하는 변종 성매매업소들이 늘어났다. ⓒ시사저널 임영무

금요일이었던 지난 4월17일 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호프집.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일반 호프집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호프집으로 가장한 성매매업소이다. 이곳에 온 손님들은 편하게 맥주를 마시며 서비스하는 여성들을 관찰하다가 마음에 드는 이를 골라 이른바 ‘2차’를 나간다. 말하자면 ‘헌팅형 호프’ 내지는 ‘최신형 집창촌’이다. 이 업소는 손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과 성매매할 일이 없어 좋고, 업주 처지에서는 종업원들이 손님과 2차를 나가려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다. 이 업소에서 술값을 포함해 받는 화대는 15만원이다.

최근 성매매업소들은 이렇게 경찰의 단속도 피하고, 경기 불황 속에서 손님을 끌어오는 기묘한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성매매업계의 ‘벤처기업’인 셈이다.

술집·노래방 위장해 영업하는 경우 많아

최근에는 여성의 몸에 스시를 올려놓고 먹는 퇴폐적인 ‘스시바’나, 여성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성매매를 제공하는 업소도 많이 생겼다. 손님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자 업주들이 머리를 짜낸 것이다. 가격도 인근의 룸살롱이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매매업소와 비교해 비싸지 않다. 이렇게 불황은 오히려 눈길을 끄는 ‘기막힌 성매매 수법’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4월6일부터 5월31일까지 성매매업소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신종·변종 퇴폐 성매매업소들의 탈선 수법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기발한 수법에 경찰의 단속까지 피할 수 있다면 성매매업소의 업주에게는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성매매 중간기지형’ 업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동네 노래방에 룸살롱의 서비스를 결합했다는 일명 ‘주택가 룸방(룸살롱형 노래방)’.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부르는 것과 비슷한 가격에 동네에서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장점은 경찰의 단속에 걸릴 경우 “옷을 벗거나 스킨십만 했으므로 성매매가 아니다”라며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룸방 업주는 뒤로는 2차를 알선하면서 ‘성매매 중간기지’ 역할을 충실히 한다. 전화방과 휴게텔 역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데다 경찰의 단속이 어려워 예전부터 ‘성매매 알선소’로 활용되었다.

기업형 성매매업소들도 영업을 위해서 자극적인 수법을 동원한다. ‘6성급 호텔 서비스’를 강조하는 강남의 한 대형 유흥업소. 이곳은 한쪽에서만 안이 들여다보이는 ‘매직 미러’ 때문에 한동안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유리 안쪽에는 번호표를 단 여성이 무려 1백50명이나 대기 중이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여성의 번호를 지명하면 같이 2차를 나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얼마 전 이곳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업소는 1주일도 안 되어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

간혹 고환율을 타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려는 성매매업소들도 있다. 한국식 서비스, 룸살롱 분위기, 여종업원까지 ‘박스째’ 외국의 한인타운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엔화가 급등하면서 일본 진출 붐도 잠시 일었다. 해외에 나간 대다수 업소들은 실패했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건물을 통째로 룸살롱으로 꾸며 출장 오는 한국인을 맞는 성매매업소가 일부 성업 중이다.

기묘한 성매매 수법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데는 문화적인 요인도 있다. 예전의 집창촌 성매매는 어둡고 격리된 공간에서 이루어져 성구매자의 죄책감과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매매업소들이 번화가나 주택가 등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 있어 심리적인 거부감이 줄었다. 거기에 성문화가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성매매 수요가 생겨났다.

키스방·페티쉬 클럽 등 ‘일본식’ 마니아형 업소도 확산

가볍고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니아형’ 성매매업소도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한 타임당 4만~5만원을 지불하는 ‘키스방’이나 7만원 정도를 내는 ‘페티쉬 클럽’이다. 일본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런 종류의 업소들이 이제 우리나라의 대학가나 번화가에서도 흔하게 보인다.

일부 업소는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생기는 틈새시장만 공략한다. 일본 비즈니스맨을 전문으로 접대하는 테헤란로 근처 업소들, 원하는 장소로 나오는 콜걸, 대학가나 고시촌을 중심으로  퍼지는 학생들 상대의 성매매, 레즈비언을 위한 여성 전용 바 등 ‘특정 고객의 수요에 맞추는’ 성매매업소들이다.

이렇게 색다른 성매매 수법을 터득하러 상당수의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일본, 중국, 필리핀으로 ‘전지 훈련’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직원들과 함께 4박5일간 서비스를 받은 뒤 좋은 아이템을 골라 한국에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다. 화제가 되어 돈을 번 뒤, 경찰이 수법을 파악하기 전에 다른 아이템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불법이고, 유사 성매매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어서 단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의 성매매 수법은 너무 빨리 바뀌고 특이해서, 경찰이 그 수법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헤이맨뉴스의 구성모 대표는 “결국, 성매매업소들도 생존 경쟁이다. 자본이 풍부한 성매매업소들은 홍보를 위한 아이템을, 작은 업소들은 색다른 아이템으로 이목을 끌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형된 성매매 유형들

①벤처형 : 다른 성매매업소들이 생각하지 못한 튀는 아이디어로 손님을 끄는 업소들.

헌팅형 호프집, 퇴폐적인 스시바, 봉쇼·그네쇼 등을 제공하는 안마시술소 등

②성매매 중간 기지형 : 경찰이 단속할 경우 잡아떼기 좋아 성매매를 위한 중간 기지로 활용되는 업소들.

롬살롱형 노래방, 전화방, 휴게텔, 성인PC방, 각종 마사지업소 등

③기업형 : 큰 규모와 관리 조직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들.

대형 안마시술소, 성매매 연계 나이트클럽, 100명 이상 여성을 보유한 유흥업소들 등

④해외 진출형 : 기존의 직원, 영업 방식, 서비스 등을 가지고 경쟁이 덜한 외국 현지에 간 업소들.

미국 한인타운, 일본,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현지에 옮겨간 업소들

⑤마니아형 : 성관계 자체보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거나 꾸준히 찾는 이들을 공략한 업소들.

키스방, 페티쉬 업소, 변종 스크린 골프장 등

⑥틈새시장형 :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수요가 있는 분야를 공략하는 업소들.

일본 비즈니스맨 접대 업소, 콜걸, 학생 상대 성매매, 레즈비언 전용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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