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삼순이, 고맙다
  • 하재근 (문화평론가) ()
  • 승인 2009.05.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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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드라마 대전, 김선아 <시티홀> 선두…<그 바보>도 선전

▲ 드라마 의 차승원(왼쪽), 김선아. ⓒSBS 제공

수요일·목요일에 뜨거운 드라마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신데렐라맨>과 <그저 바라보다가>, <시티홀>이 그 주인공들이다. 월요일·화요일 미니시리즈는 김남주의 <내조의 여왕>이 평정했다. 하지만 수목 미니시리즈는 아직 안갯속이다.

수목 드라마 대전은 스크린 스타들의 안방 대결이기도 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신데렐라맨>에는 권상우가 포진하고 있다. <그저 바라보다가>는 황정민과 김아중을 내세운다. <시티홀>에는 차승원과 김선아가 있다. 모두 영화판에서 활동했던 대형스타들이다. 경제 불황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볼 수 없었을 호사스러운 대결인 것이다.

수목 드라마 대전은 특이하게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 편이 거의 동시에 출발해서 더욱 대결 구도가 선명해졌다. 이전에는 <카인과 아벨>이 경쟁자 없이 독주했었다. <돌아온 일지매>는 버림받았고,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 때문에 <카인과 아벨>의 싱거운 독주 체제가 이어졌다. 이 세 편이 거의 동시에 막을 내리자마자 스크린 스타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전 국면의 심심함에 현재의 박진감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수목 드라마 대전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정적이 이어지던 어떤 초원에 느릿느릿 군림하던 늙은 사자가 쓰러지자마자, 갑자기 포성이 울려퍼지며 젊은 사자 세 마리가 맹렬히 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세 편 모두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흥미는 배가된다.

어째서일까? 권상우에게는 심각한 수준의 미운털이 박혔다. 권상우가 무엇을 해도 비난이 따라다닌다. 때문에 권상우를 내세운 <신데렐라맨>은 상당한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돌 스타인 윤아가 포진한 것도 사람들이 드라마에 의구심을 가지는 한 요인이 되었다. 권상우와 윤아에 대한 의구심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권상우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주로 ‘발음’에 대한 것이다. 드라마 초기에는 심지어 보청기가 필요할 정도라는 비난 글이 뜨기도 했다. 그리고 1인2역을 소화하기에는 권상우의 연기력이 버겁다는 지적. 윤아는 이전 드라마에 이어 눈물만 흘리고 있다는 지적. 그런 비난과 함께 <신데렐라맨>은 힘든 항해를 하고 있다.

매도당하는 불운에 빠진 <신데렐라맨>

필자는 <신데렐라맨>과 권상우를 비난하는 그 수많은 사람이 과연 이 드라마를 다 보기는 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 드라마에서 권상우는 만족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발음이 썩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윤아도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버린다면, 무난한 수준으로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신인 연기자로 봐줄 수 있다.

다른 두 작품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신데렐라맨>은 초기의 비난에 막혀 먼저 출발했다는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1, 2회에서 어설프게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3, 4회로 접어들면서 권상우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작품에도 활기가 생겨났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1, 2회의 인상만 가지고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 결국, 권상우와 <신데렐라맨>은 그리 나쁘지 않은 연기와 완성도임에도 과하게 매도당하는 불운에 빠졌다.

<그저 바라보다가>는 평범한 공무원 황정민에게 슈퍼스타 김아중이 다가온다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여성용 판타지물이 인기를 끌었었다. 어떤 여자가 왕자님을 만나고, 인생 역전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사회적인 인정도 받는다는 내용들이다. 그에 비해 <그저 바라보다가>는 남성용 판타지의 성격이 강하다.
여성 판타지에서 관건은 시청자가 얼마나 주인공 여성에게 감정 이입을 하느냐, 또 시청자가 얼마나 드라마 속 ‘왕자님’을 멋지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면 구은재의 복수에 시청자가 열광할 이유가 없고, 멋지지 않다면 구준표가 금잔디의 손을 잡아주는 것을 보며 가슴이 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황정민은 시청자가 감정 이입할 평범한 남자로 적절하다. 멋진 슈퍼스타가 다가오는 것이 경이로울 수밖에 없는 평범한 남자. 그러면서 매력이 있고 따뜻한 남자로 황정민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다른 유명 배우들은 지나치게 ‘멋지기’ 때문에 여자가 죽는다. 황정민은 1회에서부터 작품을 장악하며 연기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김아중이 멋진 ‘여신’으로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황정민과 그 주위 사람들이 황송해할 정도로 화려한 여신이어야 하는데 아직은 뭔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황정민처럼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저 바라보다가> 초기는 황정민의 고군분투만 빛나는 분위기이다.

적어도 초반 성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시티홀>의 완승이다. 그 중심에는 돌아온 코미디의 여왕 김선아와 그에 못지않은 차승원이 있다. <시티홀> 1, 2회는 작정이라도 한 듯이 김선아 중심의 코미디극으로 폭주했다. 차승원은 김선아의 폭주를 능청스럽게 받쳐 주었다. 게다가 멋지기까지 했다. 이에 시청자는 호응했고, 결국 1위 고지에 올랐다.

김선아에 대해서는 반감도 상당하다. ‘삼순이’ 캐릭터를 또 써먹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자기 색깔이 강한 코미디 배우치고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을까? ‘삼순이’ 캐릭터의 반복을 지적하는 일부 까탈스러운 시청자 말고, 일반 대중은 그저 웃겨주는 것에 감사해했다.

▲ 제작 발표회에 참가한 출연진들(오른쪽). 왼쪽은 의 김아중(왼쪽)과 황정민. ⓒKBS 제공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웃을 수 있어

막장 드라마의 독기에 취해 있다가 <내조의 여왕>이 청량한 웃음을 던져주자마자 열광했던 한국인들이다. 요즘 한국에는 웃을 일이 없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 수요일, 목요일에까지 웃겨준다면 캐릭터가 겹친들 어떠리. 결국 4월 마지막 주에는 <내조의 여왕> 김남주와 코미디의 여왕 김선아, 양 김씨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드라마 세상을 분할 통치한 셈이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 작품 모두에서 코미디 코드는 결정적이니 앞으로 얼마나 경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아직은 출발선에 불과하다. 세 작품이 펼치는 수목 드라마 대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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