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통장, ‘묻지마 가입’은 금물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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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종합저축’ 나오자마자 큰 인기…기존 청약통장 소유자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 5월6일 과천정부청사 내에 마련된 이동 은행에서 청사 직원들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을 위해 상담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기존에 가입한 청약통장 없으세요? 그러면 새로 나온 청약통장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새 청약통장이 출시된 지난 5월6일, 깐깐하기로 소문난 은행 직원들은 밀려드는 고객에게 이렇게 간단히 설명했다. 이른바 ‘만능청약통장’으로 알려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여러 면에서 기존의 청약통장보다 편하다는 것이다.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가입자 수가 청약통장을 출시한 지 하루 만에 2백26만명을 넘어섰다. 기존의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가입자 수가 각각 2백54만명, 2백38만명, 1백12만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반응이다. 이날 새 청약통장 가입자를 받는 기업·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은 지점을 불문하고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영업 마감 시간인 오후 4시를 넘어서까지 문을 열어두었다.

새 청약통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의 청약통장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일단 주택 소유자와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고 납입 액수도 마음대로 결정한다. 또, 기존 청약통장과 달리 공공주택과 민간 주택 모두에 청약할 자격을 주고, 청약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주택 크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선택의 폭이 한결 넓어진 것이다. 게다가 현재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르면 2년 이상 돈을 예치할 경우 이자율도 연 4.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은행에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가면 되는 ‘만능 통장’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공주택을 원하든 민간 주택을 원하든 주택청약 1순위 자격을 확보하려면 2년이 걸리므로 단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민영 주택을 청약할 경우 1순위 자격을 결정할 때는 2년 이상 통장을 보유했는지 여부만 중요하고 매달 납입하는 돈의 액수는 상관없다. 매달 2만~50만원씩 꾸준히 내든, 청약 당일에 해당 평형에 필요한 금액을 한꺼번에 내든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공공주택을 청약하는 경우에도 매달 10만원씩만 넣으면 청약 1순위에서 밀리는 일은 없다. 기존 청약 저축 가입자와 순서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10만원까지만 납입 금액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주택 종류·납입 액수 등 선택 폭 넓어…미성년자도 가입 가능

전문가들은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들에게 곧장 은행에 달려가 새 청약통장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일단 소액이라도 2년 이상 꾸준히 넣어 1순위 자격을 확보한 후, 청약하는 시점에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 평수에 따라 나머지 금액을 추가로 납입하라고 조언한다.

스무 살이 되기까지 까마득한 시간이 남은 미성년자라도 미리 가입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일찌감치 청약 1순위 확보에 필요한 2년의 가입 기간을 인정받아, 20세부터 자유롭게 주택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청약통장을 개설하는 부모들의 생각도 같다. “미리 가입해놓으면 20세부터 청약 기회가 생긴다. 집을 장만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매달 2만원씩만 투자하면 되는데 굳이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것. 심지어 ‘청약통장을 일찍이 만들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가 원망한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부랴부랴 통장을 만들면 무주택 기간이 짧게 산정되지만, 미리 가입시켜주면 20세 이후의 가입 기간은 모두 ‘무주택 기간’으로 계산되어 높은 청약 가점을 받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인 자녀들에게 통장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경우에는 자녀를 직접 데리고 가거나 가족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 등을 갖고 가면 가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자기 명의의 주택을 소유했거나, 세대주가 아니라 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은 이번이 청약통장을 개설할 좋은 기회이다. 공공과 민간 주택 어떤 것을 선택할지 예산이 애매한 사람들, 주택 평수를 결정하는 일이 골치 아파서 청약통장 가입을 미루었던 사람들, 구매하고 싶은 주택 크기가 바뀌어 고심하던 사람들도 이번 기회에 새 통장에 가입하면 좋다.

하지만 기존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들은 새 청약통장이 아무리 ‘종합선물세트’ 같아 보여도 덜컥 갈아타지 말 것을 권한다.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확고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기존의 청약예금, 부금, 저축통장 보유자들이 ‘만능 통장’이라는 문구에 솔깃해서 진지한 고려 없이 갈아타는 경우이다. 특히 이미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은 가입자가 특별한 주택 구입 계획 없이 새로운 청약통장으로 갈아타면 고스란히 2년을 날려버리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만능 청약통장’의 폭발적인 가입 열기를 두고 걱정도 나온다. 현재 가입자들이 청약 1순위 자격을 얻는 2년 후, 터무니없는 경쟁률의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만능 청약통장’이라고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넓은 선택 폭과 편리함 때문에 가입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잠재적 주택 구매자’에게는 ‘가입해서 손해 볼 것 없는’ 청약통장이기 때문이다.

 

2년 후 1순위 아무나 하나

‘만능 청약통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새로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만능 청약통장’이라는 입소문의 덕이 크다. 하지만 곳곳에 함정이 있다. 자칫 오해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저금리 정기적금에 목돈을 넣는 대신 연 4.5% 이율을 지급하는 새 만능청약통장에 예치하라?

주택청약종합저축에 2년 이상 예치하면 연 4.5%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건 때문에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현재 시중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것은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 금리는 상황에 따라 국토해양부 고시에 의해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다.

기존 청약통장의 가입 기간이 짧으면, 무조건 새 청약통장으로 갈아타라?

경우에 따라 다르다. 공공 주택에만 청약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기존 청약통장을 유지해라. 새 청약통장 가입자는 10만원까지만 매달 납입 금액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기존 청약통장 보유자를 앞질러 1순위자가 될 수 없다. 민간 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기존 청약통장에 정한 주택 평수를 그대로 구입하겠다면 새 청약통장으로 갈아타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다. 청약 1순위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2년 사이에 절호의 주택 청약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최소 가입 액수인 2만원으로 일단 새 청약통장을 만들어 2년을 묵혔다가, 청약 당일에 지역별 주택 구입에 필요한 나머지 돈을 모두 집어넣어 청약 1순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말에 솔깃해 미성년자 자녀를 가입시킨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이 말에는 전제 조건이 빠져 있다. 가입자가 ‘모자라는 청약 금액을 납입하는 즉시’ 청약 1순위 자격을 확보하려면  최소 4년이 필요하다. 한 번도 납입금을 연체하지 않은 경우에만 가입일로부터 2년 후 1순위 자격을 확보할 수 있다.

청약 시점마다 자유롭게 주택 규모를 선택할 수 있다?

최초 청약시에는 구입하려는 주택 규모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한 번 선택하면 최소 2년간 주택 규모를 변경할 수 없다. 또, 큰 평형으로 변경한 경우에는 1년 이내에는 주택 청약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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