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때문에 한나라당 수고가 많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5.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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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표 앞에서 여권이 무기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기대했던 ‘김무성 원대대표 추대’도 퇴짜를 맞았다. 친이-친박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당면한

“‘친이’(親李)니 ‘친박’(親朴)이니 하는데, 처음에는 친이라고 하기에 ‘친이재오’인줄 알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내 계파에 대해 농담 삼아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가 단순치 않아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월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여당은 계파색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차원이다”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친박계측의 해석은 다르다. 이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파트너가 아니라, 이재오 전 의원의 파트너쯤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말을 두고서도 ‘친이계’와 ‘친박계’의 해석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박근혜 딜레마’가 여권을 또 무기력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함이 그것이다. 딱히 내색은 하지 못하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5월6일 회동을 갖고 정국 반전용 카드를 내밀었다. 친박계의 좌장 격으로 통하는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것도 미국에서 날린 통보였다.

친이계의 한 중진급 의원은 “이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깊이 패인 불신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는 수준임을 확인한 계기만 되었다”라고 촌평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3선 의원은 이를 2007년 8월 경선이 남긴 후유증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사실상 대선전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경선에서 양측 간의 인신 공격성 네거티브 선거전이 도를 넘어섰다”라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밖에서 말로만 듣다가 실제 당에 들어와 보니 정말 양측의 갈등은 첨예했다. 일단 서로에 대한 불신이 너무 뿌리 깊다”라고 전했다. 

평소 수면 아래 내재되어 있던 양측 간의 갈등은 선거만 되면 어김없이 표출된다. 이번 4·29 재·보선의 참패는 사실상 한나라당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컸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전패론’이 떠돌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 2곳은 차치하고라도, 공장 근로자들이 많은 인천 부평 을과 울산 북구도 위험하고, 무엇보다 최대 텃밭인 경북 경주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었다. 친박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자 물밑에서 경주 후보 단일화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공천이 유력한 정종복 후보가 사퇴하고 정수성 후보를 공천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전패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비켜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아울러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도 이끌어낼 수 있고, 친박계와 화해 무드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 전략이었다. 정종복 후보는 이상득 의원의 핵심 측근이어서 이의원의 정치적 결단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정후보의 공천을 강행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이번 기회에 친박계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경 논리였다. 여당 주류측은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기관의 수치를 내세워 정종복 후보가 정수성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친박 진영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현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정수성 후보가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는데, 당 지도부는 딴소리를 한다. 또 장난을 치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그것이었다.

친이계 진영 역시 친박계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울산 북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박대동 후보에 대해 현지에서 가족사에 대한 음해성 루머가 떠돌았다는 것이다. 친이계측은 그 진원지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아닌 친박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지난 재·보선에서 친이와 친박의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불거졌다. 앞으로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 등 선거가 치러지면 질수록 이런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선거 패배가 국정 운영에 브레이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당의 문제를 여기서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다”라며 짐짓 거리를 두려는 눈치이다. 하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추지 못한다. 이대통령이 직접 박 전 대표와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분명히 당 문제는 박대표에게 전권을 일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박 전 대표의 (거부) 명분은 ‘원내대표 추대가 경선을 통해 선출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대통령이 당 문제에 관여하는 것 또한 큰 틀에서 보면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당내 친이계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는다. 이대통령 직계로 알려진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평소 ‘진정성’을 강조하는데, 솔직히 당을 위한 박 전 대표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사실상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언론에서 제시한 (화해) 카드 아닌가. 그래서 거기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인데, 그것도 안 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내 주류 주변에서는 “친박계가 이런 위기 상황을 한껏 즐기는 것 같다” “결국은 받지 않을 것이면서, 마치 우리가 주지 않는 것처럼 부각시키며 동정심을 사려 한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오 진영에서 이군현 사무총장 카드 제안

당초 친박 진영은 주류측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에 허를 찔린 듯 움찔하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친박 진영의 전략은 확고해 보인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절대 관망’이라는 기조가 그것이다. ‘올해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 친박 진영 내 강경파의 일치된 목소리이다. 이런 친박 내부의 분위기는 <시사저널>에서 지난 3월 친박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두드러졌다. 당시 의원들은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내실을 기할 때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파장을 통해 친박 진영 내부의 원칙이 의외로 꽤 확고함을 드러냈다. 단, 무작정 거절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측면에서 고심하는 듯했다. 그래서 내놓은 거절 이유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역시 주류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었다.

▲ 박근혜 전 대표가 5월8일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해 한국계 직원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진영은 친이계의 전략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경계 심리가 강하다. 친박 진영의 한 인 사는 “원내대표가 당 서열 2위인 점을 주류측은 강조한다. 그만큼 위상이 높은 자리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신에 사무총장은 친이계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거꾸로 원내대표는 됐으니, 그럼 서열이 낮은 사무총장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면 저들이 과연 어떻게 나올까. 받아줄까.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핵심은 원내대표가 아니라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다가올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 사무총장의 힘은 막강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친박 진영의 ‘공공의 적’으로 몰려 지역구에서 낙선하기도 했다.

실제 친박계 쪽에서는 박대표가 들고 나온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의 진원지로 이재오 전 의원 진영을 지목하고 있다. 그동안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담당했던 이상득 의원이 2선으로 일시 후퇴하고 그 공백을 이 전 의원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통령의 ‘친이=친이재오’ 발언도 상당 부분 계산된 듯한 농담이라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표의 경쟁자는 이대통령이 아닌 이 전 의원으로 격을 조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친박 진영에서 이 전 의원 쪽을 의심하는 근거는 또 있다. 사무총장 후보로 이군현 의원이 강력하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의원은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현재 당 중앙위의장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재선으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도 않은 이의원이 거대 여당의 사무총장으로 적합한가 하는 데에는 주류 쪽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안경률 사무총장은 3선이다. 특히 박대표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당 쇄신안에서는 사무총장의 권한이 더 막강해 보인다.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던 이재오 전 의원측에서는 자꾸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당 밖에 계신 분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제안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가 인터뷰를 이어가려고 하자 “내가 말하면 마치 이 전 의원의 뜻인 양 해석되어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급 의원은 “이군현 사무총장 카드는 내가 제안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재선이라고 해서 격이 안 맞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방호·이재오 전 사무총장도 다 재선이었다”라고 강조했다.

“MB?박근혜 화합 당분간 어렵다”

이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손을 잡는 구도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나라당 주변의 공통된 의견이다. 친박계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약속을 어기는 것과 비밀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표와 단 두 사람만의 비밀이 밖으로 알려지면 대표는 절대 그를 신뢰하지 않고 상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둘이서 나눈 대화는 끝까지 지켜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2007년 박근혜 캠프에서 뛰었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말 중 가장 강도 높은 수준의 야단이 ‘왜 그러셨어요?’이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5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 마중 나온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1월 이대통령과 비밀 회동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방미에 동행한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5월8일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이미 밝힌 그대로이다. 변함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에 물밑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이른바 ‘핫라인’이다. 지난 1월의 비밀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그랬다. 그러나 친박계의 한 인사는 “내가 아는 한 그런 것은 결단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 힘을 쥔 쪽은 청와대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먼저 그런 라인을 개설해야 한다. 또, 당연히 그렇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하더라. 참 놀라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대통령이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국민’을 내세우면 된다. 국민이 많이 힘들어하고 고통받고 있으니 나를 좀 도와달라고 하면 박 전 대표는 결코 외면하지 못한다. 단, 이대통령이 직접 박 전 대표를 불러서 그런 말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대통령이 당 업무에 나서는 것도 원칙이 아니다”라는 말로 양자 회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제 단합보다는 쇄신 쪽으로 나가야지”라고 혼잣말 하듯이 토해냈다. 


ⓒ시사저널 이종현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는 어떻게 되나. 아직 살아 있나?

나는 개인적으로 끝났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의원의 계보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은 결과이고, 또 이번 일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놓인 불신의 벽이 너무도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이대통령이 먼저 대화 제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대화에 나서지 않았나. 언론에서도 공개되었듯이 지난 1월에도 대화 제의를 해서 따로 만나셨고. 하지만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자리인데….

박 전 대표나 친박 진영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정국 운영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셈인가?

박 전 대표가 TK 지역에서 분명한 지분을 갖고 있는 등의 권력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당내 경선과 대선 등을 통해서 이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박 전 대표도 이제 그런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던 것인데….

일각에서는 원내대표보다는 사무총장이 핵심이고, 이것을 친이 주류 쪽에서 갖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것은 상식에 어긋난 얘기이다. 사무총장을 갖기 위해 원내대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무총장은 원래 주류측의 몫 아닌가. 사무총장이 얼마나 막강한 자리인가. 그런데 그것을 비주류측에서 내놓으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것은 조직의 공멸을 야기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일단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갈등 봉합이 안 된 채로 우선은 당 쇄신 작업에 먼저 주력하는 쪽으로 가야겠지.

 


ⓒ시사저널 유장훈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다.

해석은 두 가지로 나온다. 하나는 박 전 대표가 정말 절차상의 문제를 따진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사실상 주류측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후자 쪽이라면 단합의 전망은 불투명한 것 아닌가?

정치란 항상 다이내믹한 과정을 수반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게 완전히 틀어지면 결국, 양측 모두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원조 소장파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6인회와 행보를 같이하는 것인가?

바라보는 시각이 같으면 굳이 사전 교감이 없어도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이대통령이 당을 등한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문제는 당이다. 한나라당이 똑바로 해야 한다. 옆에서 민심을 듣고 대변하라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당이 나서서 당당히 틀린 것은 틀렸다고 건의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당이 그간의 수동적 자세를 바꿔서 할 말은 하는 능동적 자세로 나서야 한다.

초선 의원으로서 당내 계파 갈등을 어떻게 보나?

이제까지 골이 더 깊어져왔던 과정이었다. 앞으로는 어느 쪽이든 국민 요구에 대해서 억지를 더 쓰는 쪽이 더 많은 질타를 받을 것이다.

 


당 쇄신의 키잡이 ‘신 6인회’ 떴다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가열되는 가운데 여권에는 ‘신(新) 6인회’가 뜨고 있다. 원조 6인회는 이명박 캠프 당시 이상득 의원 등 중진 실세들로 구성된 최고결정기구 멤버들을 가리킨다. 신 6인회란 원희룡-남경필-정병국-권영세-정두언-진영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중진급 중도 개혁 성향 6명의 의원을 가리킨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지는 현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무게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당의 방향을 가늠하게 될 쇄신특별위원회 또한 이들 6인회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 확실하다.

원의원 등 6인은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제1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미래모임’이라는 개혁 성향의 단체를 주도했다. 이때부터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소장 개혁파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에 친이계의 정두언 의원, 친박계의 진영 의원, 중도계의 권영세 의원 등이 더해지면서 인적 구성 또한 절묘한 안배와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언론에서는 이들 6인을 ‘원조 소장파’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이들은 재선에서 4선까지 걸치며 당의 중진에 이르렀다.

이들이 지난 5월6일 모였다.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이 5월4일 당 쇄신을 주장하고 나서자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6인은 이날 모임에서 “민본21의 당 쇄신 주장을 지지하며 이를 뒷받침하고자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6인회+민본21’의 힘은 이제 무시 못할 당내 세력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박희태 당대표는 원의원을 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원의원은 상당히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원의원은 친박계 쪽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쇄신특위 위원장을 사무총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몫으로 할당된 원내대표를 친박 쪽에서 거부한다면 중도파인 원의원이 맡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무총장 자리에는 정병국 의원과 정두언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원의원은 6인회 모임의 성격에 대해 “민본21이 먼저 목소리를 내고 나서, 우리 재선 중진 의원들도 거기에 힘을 실어주자는 차원에서 자리를 만든 것이다. 딱히 사람을 정하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 된 것이 아니다. 누가 주도할 것도 없이 누구든지 소집을 하면 모여서 얘기를 하는 그런 번개 미팅 성격의 자리였다”라고 밝혔다. 이 모임이 주목을 받자 향후 공식적인 모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벌써부터 당 지도부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나오는데, 분명한 것은 당 지도부 역시 쇄신 대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슨 쇄신안을 들고 나온다든가, 쇄신특위의 업무 범위를 넘어온다든가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쇄신특위가 백지 위임을 받아서 전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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