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은 멀찌감치‘2약’은 티격태격
  • 정락인·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09.05.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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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뉴스 전쟁, KBS 부동의 1위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후 소폭 반등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MBC , SBS , KBS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MBC 제공, SBS 제공, KBS 제공

지상파 방송의 ‘9시 뉴스’는 방송사의 자존심이다. ‘9~10시’는 안방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고 해서 황금 시간대로 불리고 있다. 방송사의 전체 시청률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광고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오랫동안 시청자들을 자사 방송 채널에 고정시키는 효과도 나타난다. 때문에 ‘9시 뉴스’의 시청률은 곧 방송사의 신뢰도와도 연결된다. ‘9시 뉴스’를 선점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방송 3사 중에서 MBC는 <뉴스데스크>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남다르다. 지금은 KBS에 밀리고 있지만 <뉴스데스크>는 여전히 MBC를 상징하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MBC는 <뉴스데스크>를 부활시키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최근에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평일과 주말 앵커까지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 ‘정치 압력’과 ‘뉴스 경쟁력’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신경민·박혜진 앵커를 권순표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한 시간 빠른 <8시 뉴스>는 성공했다는 평가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1일부터 5월13일 현재까지 KBS <뉴스9>는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뉴스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 뉴스>는 2, 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펼쳐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SBS <8시 뉴스>가 MBC <뉴스데스크>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한 달만 보더라도 MBC <뉴스데스크>는 단 하루만 2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는 SBS <8시 뉴스>에 모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MBC 기자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제작을 거부했던 지난 4월9일부터 16일 정오까지의 시청률도 SBS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MBC 기자들의 제작 거부가 시청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앵커 교체’라는 승부수는 얼마나 먹혔을까. AGB닐슨 리서치 조사를 보면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새 앵커진이 방송을 시작한 4월27일 이후 시청률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5월에 들어서자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 뉴스>가 2, 3위 자리를 놓고 다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MBC의 ‘앵커 교체’ 영향이 SBS 일일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종영되면서 덩달아 SBS <8시 뉴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일일 드라마의 인기가 메인 뉴스의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속설이 있었다. <아내의 유혹>은 막장 드라마 논란 속에서도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었다.

AGB닐슨 관계자에 따르면 “MBC와 SBS 뉴스가 엎치락뒷치락하는 것은 아무래도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MBC와 SBS가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KBS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사실 MBC <뉴스데스크>가 KBS <뉴스9>에 시청률이 처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만큼 오래되었다. ‘스타 앵커’로 불리던 엄기영 MBC 사장이 앵커를 맡던 시절에도 KBS <9시 뉴스>를 제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KBS의 1TV 광고가 폐지된 1994년이 가장 큰 변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반해 후발 주자인 SBS는 성공했다는 평가이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차별성’에 있다. SBS는 후발 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9시 뉴스’를 ‘8시’로 한 시간 앞당기면서 ‘1시간 빠른 뉴스’라는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을 뉴스에 도입한 것이지만, 메인 뉴스는 ‘9시’에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신선함도 제공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회사원 김성종씨(40)는 “방송 3사의 뉴스 자체로 볼 때 별다른 차별성은 없다. 각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고정 시청자층을 만들지 못한 것 같다. 앵커 교체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고정화된 진행 방식 등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향후 저녁 메인 뉴스를 놓고 벌이는 방송 3사의 시청률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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