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는 세계 최고 요격 체계도 최첨단 한국 바다의 ‘방패’
  • 동해·이철현 경제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5.19 18: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의 첫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의 이모저모

▲ 해군은 5월14일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한국 해군의 첫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공개했다.

지난 5월14일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에 위치한 동해항에 길이 1백66m, 폭 21m나 되는 낯선 함정이 정박되어 있었다. 배수량이 7천6백t이나 되는 회청색 구축함은 늦봄의 햇살을 흡수하며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바로 한국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다. 해군은 한국 해군 창설자인 손원일 제독의 탄생 100주년 기념 토론회를 세종대왕함 후미에 위치한 헬기 착륙장에서 개최하면서 세종대왕함을 언론에 첫 공개했다. 해군은 세종대왕함 레이더실, 사령관실, 승무원 숙소, 주요 무기체계를 꼼꼼한 설명까지 곁들여 공개했다. CCC라고 일컫는 함정 전략통제실에 대해서만 보안상 통제했을 뿐이다.

해군은 이지스함을 ‘한국 해군의 꿈’이라고 부른다. 이지스함은 추종을 불허하는 탐지 설비와 무장을 갖춘 최첨단 해상 방위체계이다. 미국 해군이 1980년대부터 ‘타이콘데로가(배수량 9천6백t)’급 순양함, ‘알레이버크(배수량 7천t)’급 구축함에 탑재해 첫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지스는 정보수집·지휘·사격통제·운용준비 평가처럼 갖가지 전투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 운영하는 전투체계이다. 세계에서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한 국가는 5개국이다. 스페인과 노르웨이가 보유한 이지스구축함은 4천6백t급에 불과해 7천6백t급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이다.

한국 해군은 국내 최초 이지스함을 조선 제4대 국왕의 이름을 따 세종대왕함이라 명명했다. 세종대왕함은 함교를 에둘러 8각형 모양의 위상배열레이더(SPY-1D 레이더) 4기를 탑재하고 있다. 위상배열레이더는 ‘잠자리 눈’처럼 소형 안테나 소자 수천 개씩을 전후좌우 4방면에 고정 부착했다. 세종대왕함은 위상배열레이더 덕분에 수백 ㎞ 이내에 활동하는 수십 내지 수백 개 표적을 동시에 탐지해 추적할 수 있다. 회전식 2, 3차원 대공레이더보다 탐지 변경이 매우 넓고 탐지 내지 대응 속도도 훨씬 빠르다.  

ⓒ시사저널 유장훈

기동성도 탁월 … 스텔스 성능은 미국 이지스함보다 앞서

위상배열레이더는 세종대왕함으로하여금 제우스의 방패 ‘이지스’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방어체계를 갖추게 했다. 우선 약 1천㎞에서 접근한 탄도탄을 탐지한다. 또, 약 5백㎞ 밖에서 접근하는 표적 1천개를 동시에 탐지·추적하고 1백50㎞까지 접근하는 표적 20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은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보다 먼저 발견할 수 있다. F22랩터가 적기로 판명되면 세종대왕함은 함정 앞 갑판에 설치된 수직발사대(VLS)에서 함대공 미사일 SM-2 블록3B를 발사한다. 요격 미사일은 적외선 추적 장치가 탑재되어 있어 전투기 엔진에서 나오는 열을 추적해 F22랩터를 요격한다. 세종대왕함 반경 1백50㎞ 안에 있는 전투기들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미사일 탓에 작전수행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사일이 방어망을 뚫고 함정에 접근하면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RAM)이 발사된다. 단거리미사일 방어망까지 뚫리면 함정 뒤에 설치된 기관포 ‘골키퍼’가 분당 4천2백발의 기관포탄을 퍼붓는다.

해상 전투가 발발하면 세종대왕함은 선체 허리 부분에 장착된 함대함 미사일 ‘해성’을 발사해 사정거리 1백50㎞ 안에 있는 적함을 공격한다. 세종대왕함은 사정거리 5백~1천㎞ 안팎의 순항 미사일 ‘천룡’ 32발을 탑재할 계획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천룡은 바다 위나 수중에서 지상이나 해수면에 위치한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토마호크형 순항미사일이다. 함정 앞 갑판에 설치된 1백57㎜ 함포는 25㎞ 안에 들어온 적함을 격파하거나 지상군 지원에 동원된다. 적의 잠수함이 수중에서 30~50㎞까지 다가오면 장거리 대잠 어뢰 홍상어 16발을 발사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은 거대 구축함치고는 기동성이 탁월하다. 최고 속력이 시속 30노트(55.5㎞)나 된다. 선체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었다.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탐지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적외선·소음·전자신호 노출을 최소화해 적에게 선체가 탐지되는 확률을 크게 줄인다. 세종대왕함은 선체에서 돌출부를 축소했고, 레이더파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주요 무장을 함정 안에 탑재했고 엔진 배기가스는 물 아래에서 방출한다.

세종대왕함은 미국이나 일본 이지스함에서 보기 힘든 전력을 갖추고 있다. 세종대왕함 함포 담당 김종화 소령은 “세종대왕함에는 해군 최정예 승조원 3백명이 탑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대포동2호를 시험 발사할 때, 세종대왕함은 15초 만에 발사를 탐지했다. 동해상에 있던 미국이나 일본 이지스함보다 빨리 탐지해냈다. 김덕기 세종대왕함 함장(대령)은 “해군, 방위사업청, 현대중공업이 힘을 모아 (이지스함) 탑재 장비의 76%를 국산화했다. 미국에서 이지스 전투체계를 들여왔지만 탐지 능력이나 스텔스 성능에서는 미국 이지스함보다 앞서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자랑하는 조선 기술은 세종대왕함 건조 비용을 크게 줄였다. 세종대왕함 건조 비용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낮다. 선체 제작에는 2천5백94억원, 이지스시스템 구축에 3천4백8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가량 투입되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 두 번째 이지스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을 건조하고 있다. 율곡이이함은 내년에 해군으로 인계된다. 해군은 2012년까지 세 번째 권율함을 건조해 이지스함 3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한국 해군은 2012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7천6배9t급 이지스함 3척을 거느린 강력한 해상 방위체계를 갖추게 된다.


▲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함대함 미사일 ‘해성’의 발사대. ⓒ시사저널 유장훈

세종대왕함에 탑재되는 장거리 순항 유도탄 해성은 적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수면 위 4~5m 높이를 유지하며 날아간다. 극초단파를 계속 쏘면서 적 군함의 위치를 확인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목표물도 놓치지 않는다. 적 군함의 두터운 장갑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터져 구축함도 한 번에 침몰시킬 수 있다. ‘바다의 별’ 해성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순항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1백50㎞에 달하는 함대함 유도 무기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미국·러시아·중국 등 5∼6개국뿐이다. 무기계의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기술로 개발해 해성에 장착한 탐색기는 세계 최고 성능의 독자적 전자전 방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도탄을 추진하는 터보 제트엔진도 자체 개발해 우리 항공우주기술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성은 한국형 초계함과 고속정, 그리고 4천t급과 7천t급 구축함에 탑재되어 운용된다. 그동안 우리 군이 사용해왔던 미국제 하푼 미사일을 완벽하게 대체함으로써 총 1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