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그만 하고 상생의 길 찾아야 한다”
  • 이철현 경제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5.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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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 “노동자는 이념 투쟁 끝내고, 사용자는 노조 발전 도와야”

ⓒ시사저널 이종현

사용자단체나 노동조합은 지금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노사선위)’가 조만간 발표할 공식 견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 관계 전문위원 16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에 따른 노조 재정 자립과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노사선위는 지난해 10월29일 노사정위원회 산하로 설립되어 8차에 걸친 회의를 가지면서 까다롭기 그지없는 안건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 사이 선진 노사 관계가 정착된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북유럽 3국을 실사했고, 미국과 캐나다의 노사 관계 규정을 연구했다. 최종태 노사선위 위원장은 의견을 달리하는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을 다독거리며 공익위원 위주로 노사선위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5월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최위원장을 만났다.
 
노사선위가 연구하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에 따른 노조 재정 자립 방안과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은 언제 나오는가?

6월 넷째 주에 노사선위 의견을 내겠다. 이와 관련해 5월29~30일 전체 위원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이 논의 결과를 토대로 6월4일 9차 노사선위 전체회의를 연다. 6월 셋째 주 호주의 노사 관계를 실사하고 나서 노사선위 견해를 발표할 것이다. 2010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이 발효되면서 그 후속 조처인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 재정 자립 방안을 노사선위가 노동부에 제출하면 노동부장관은 이 의견을 토대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해당 법안을 심의·의결하는 일정이다.

위원회 내부에서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데, 합의안을 낼 수 있겠는가?

근로자나 사용자 위원은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공익위원의 역할을 기대한다. 양자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연구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해 위원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근로자 위원,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이 각자 견해를 제시하는 것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2009년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노사 관계 부문에서 57개국 가운데 56위를 차지했다. 노사 관계 선진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르웨이 노사 관계 실사 과정에서 노르웨이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관계자를 면담했다. 노르웨이 노동조합 대표는 뜻밖에도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양보 교섭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용자단체 대표는 노동 조건 개선이나 노동자 권익 향상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누가 노조 대표이고 누가 사용자 대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상생이나 협력에 기초한 노사 관계 모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노사 관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임금교섭 시기만 되면 노조는 ‘총파업’이나 ‘투쟁’을 선언하고 정부는 ‘강경진압’이나 ‘원천봉쇄’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중단되지 않는 한 한국은 노사 관계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단체는 이념 투쟁을 포기해야 하고 사용자는 노조의 건실한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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