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칭’을 보면 불펜의 특징 보인다
  • 정철우(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09.06.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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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는 지난 2005년 ‘JFK’를 앞세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최강의 승리 계투조 제프 윌리엄스-후지카와-쿠보타의 이름을 따온 작명. 최근 우리 팬들이 각 팀의 승리 계투조를 별칭으로 부르는 것에는 한신 타이거즈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승리 계투조를 별칭으로 부르는 것은 그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와 함께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게 하기 때문이리라.

SK는 ‘벌떼 마운드’로 불린다. 다른 팀의 두 배에 이를 만큼 많은 수의 투수가 벌처럼 달려들어 상대를 녹다운시킨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승리를 책임지는 정대현은 ‘여왕벌’이라며 특히 아낌을 받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자 “벌통에 벌이 없다”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두산 불펜은 ‘KILL’ 라인이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을 구축했다. ‘죽임’은 강력한 두산 불펜의 힘을 가장 잘 느끼게 하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은 ‘KO 라인’이 구축되었을 때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권오준과 오승환의 릴레이는 승리의 다른 표현이었다. 여기에 권혁이 가세하며 K‘KO’(삼진으로 KO시킨다)로 불리기도 했지만, 권오준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탓에 현재 이 라인은 무너져 있다.

홀로 불펜을 책임져야 하는 불펜 투수들에게는 ‘노예’라는 별명이 붙는다. 지난해 오승환의 부진까지 더해지며 거의 매경기 등판했던 정현욱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국민 노예’로까지 신분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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