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천국 일본의 여유
  • 김지혜 (karam1117@sisapress.com)
  • 승인 2009.06.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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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시장 이미 활성화돼 아이폰 충격 미미 모바일 인터넷 시장 해마다 ‘쑥쑥’

▲ 일본 3대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모바일의 도쿄 시내 매장.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모바일’이 ‘NTT도코모’를 제치고 미국 애플 사의 아이폰 판매권을 따냈을 때, 일본의 통신업계는 순간 긴장했다. 일본 내의 이동통신업체의 시장 점유율과 순위가 대폭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2008년 7월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구매 행렬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통신 전문가들은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시장은 폭넓게 장기간 발전해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유롭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개방 시장이 워낙 넓어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애플 사의 앱스토어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는 9천만명이 넘는다.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까지의 모바일 콘텐츠 관련 시장 규모는 무려 1조1천4백억 엔으로 1백20%의 증가세를 보였다. 콘텐츠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다양성도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 사용자들은 여전히 벨소리나 컬러링을 받는 데 모바일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전자서적, 장식 메일 등을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휴대전화로 ‘일본판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모바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인터넷 소설과 동화를 구독하고, 길을 모르면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 길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하철에서 여행 루트와 소문난 맛집을 검색하며, 편리한 스케쥴 관리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밋밋한 문자 메시지 대신 개인적인 취향에 맞게 꾸민 장식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통사들, 데이터통신 사업에 치중

일본 이동통신업체는 NTT 도코모, 소프트뱅크모바일, KDDI au 등 메이저 업체 5개가 나누어 장악하고 있다. 주요 일본 이동통신업체들은 최근 음성통화보다는 모바일 인터넷 수익을 늘리는 데 더 열을 올린다. 2007년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자료만 보아도 가입자당 평균 수입은 8천2백35엔에서 6천6백62엔으로 1천5백80엔이 줄었다. 그러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음성통화 수입은 2천2백20엔이 줄었지만 데이터통신은 오히려 6백40엔이 늘었다. 그래서 이동통신업체들이 새로운 수입원으로 데이터통신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은 무선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호황이 가능해진 것은 콘텐츠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콘텐츠를 올릴 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각 이동통신업체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폐쇄 시장도 있지만,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이 개방 시장이 거의 20배가 넘는 규모로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굳이 이동통신업체들이 관리하는 콘텐츠 시장에 등록하지 않고, 개방 시장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려 사용자를 모은 뒤,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가진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자유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콘텐츠 개발업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한국 사용자들은 아이폰 도입만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아이폰이 도입되어도 흔들림 없는 일본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원동력, 그것은 바로 풍부한 콘텐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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