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수주, 대우가 먼저 웃었다
  • 김태형 (건설신문 기자) ()
  • 승인 2009.06.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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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물량에서 2위 현대 제쳐…재개발·재건축에서는 현대가 두각

▲ 경인운하 공사 지역에 인접해 있는 인천 검단동 일대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시사저널 박은숙

 “휴~ 또 유찰이네. 벌써 네 번째입니다.” 총공사비 1조5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 사업인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공사 입찰에 참가한 현대건설 영업1팀 박부장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난 6월16일과 17일 이틀 연속 유찰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입찰 참가 자격 사전 심사(PQ) 마감 과정에서 두 번 유찰된 것까지 합하면 무려 네 번째이다.

신울진 1, 2호기의 잇단 유찰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SK·GS건설),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대림·금호산업),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두산중공업·포스코건설)이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공사비를 지나치게 낮게 써낸 탓이다.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건설사들이 써낸 입찰가를 검토해 적정 공사비의 1백10~60% 범위를 벗어나 공사 가격을 써내면 유찰시킨다. 업체 간 덤핑 경쟁으로 인한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향후 2030년까지 총 3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시장과 7백50조원 규모의 세계 원자력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한 건설사의 경쟁이 신울진 1, 2호기에서 만나 폭발했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건설업계의 순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공 능력 3위의 현대건설과 9위 SK건설의 상승세가 매섭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입찰에 참가한 3건의 대형 턴키 공사를 모두 따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2일 실시된 6건의 턴키 공사 설계 심의 중 3건을 따냈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211공구 설계 심의에서 GS건설컨소시엄을 눌렀고, 같은 날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4개 공구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된 1공구 설계심의에서 경쟁사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제쳤다. 또, 이날 부산신항 서측 컨테이너부두 준설토 투기장 호안 축조 공사도 따냈다.

SK건설 역시 최근 대우건설, 대림산업과 맞붙은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건설사업 6공구 실시 설계 심의에서 승자가 되었다. 현대건설, GS건설, 동부건설, 현대산업개발에 이어 경인운하 사업에 합류한 5번째 건설사가 된 것이다.

1분기 수주 실적, SK 건설 3위로 눈길

현대건설과 SK건설의 이같은 선전은 1분기 10대 건설사들의 수주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현대건설은 1분기에만 3조1천9백77억원으로, 2조3천97억원의 대우건설을 크게 앞서며 1위를 기록했다. SK건설은 상당수 건설사들의 1분기 수주 실적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전년도보다 1조원가량 늘어난 2조2천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SK건설의 이같은 1분기 수주 실적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에 이은 3위 수준으로, 시공 능력 2위의 삼성물산(5천8백55억원)과 4위 GS건설(9천5백29억원), 5위 대림산업(8천7백33억원) 등을 모두 앞섰다. 건설 비수기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1분기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과 SK건설의 실적은 분명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올해 국내 건설시장은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 발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정부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2003년 건설시장에서 30% 아래로 떨어졌던 공공 비중이 올해는 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공 발주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주요 공공 기관의 투자 물량 증대에 따른 공공 수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9조원 늘어난 5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이후 발주되는 1조원 이상의 공공 프로젝트는 경인운하, 신울진 원자력 1, 2호기, 호남고속철도, 제2 경부고속도로 서울~용인 1단계, 새만금 방수제 등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가 22조2천억원에 달한다. 

일단 올해 1~4월까지 공공공사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이 총 1조4천4백27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해 2위 현대건설(1조9백80억원)을 앞섰다. 이어 대림산업(6천2백11억원)-GS건설(5천3억원) 순이었다.

올 들어 10대 대형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은 6월 현재 총 36건, 금액으로 5조5천억원을 넘어섰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부담 탓에 자체 사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만 1조6천8백95억원, 9천5백7가구를 수주했다. 3천6백23억원 규모의 경기 부천 도당1-1 구역을 비롯해, 숭의1 구역 재개발과 남양주지금 재건축, 북아현1-1 구역 재개발 등 덩치 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잇따라 따냈다. 2위 대우건설(7건, 7천9백39억원)과는 두 배 이상 격차를 벌였다. 이어 3위에 롯데건설(7천2백30억원), 4위 현대산업개발, 5위 삼성물산 순이었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고려할 때, 주택보다는 토목, 플랜트 등 비주택 부문이 향후 건설시장의 성장축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목, 플랜트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현대건설의 향후 3년간(2009~12년) 매출 성장률이 13.5%에 이르는 반면, 주택 매출 비중이 높은 GS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의 경우 각각 8.0%, 8.1%, 8.7%의 매출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중·대형 많고 준공된 물건도 많아

GS건설·대림산업, 미분양 아파트 ‘골치’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16만5천6백 가구가 넘는다. 이는 대형 건설사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 미분양이 문제이다. 전체 미분양 주택의 83%인 13만7천41가구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몰려 있다. 아직 주택보급률이 100%에 못 미치는 서울·경기 지역은 수요 회복에 따라 미분양 감소가 예상되지만, 주택보급률이 이미 높고 재고 주택 대비 미분양 주택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미분양 해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지방 미분양은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 비중이 높아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최근 미분양 감소도 전체 가구 수는 줄었지만 악성 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은 오히려 급증(3월 8백69가구→4월 5만2천6백55가구)한 것으로 조사되어 시장 회복을 예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분양 주택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사는 GS건설과 대림산업이다. GS건설은 4월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전국적으로 7천1백80가구에 달하고, 대림산업은 지난해 7월(8천6백5가구)보다 많이 줄었지만, 남은 미분양 주택 4천5백96가구 중 상당수가 지방 미분양이다.

다만, GS건설은 대림산업에 비해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많다. 지난 2월의 양도세 감면 조치 발표 이후 GS건설은 일산·김포 등 일부 지역에서만 미분양 주택을 1천 가구 이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은 “GS건설의 미분양 물량 7천 가구 중 수도권 3천 가구를 중심으로 해소되더라도 연내 4천5백 가구 정도는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구조조정처럼 과감한 미분양 주택 할인 판매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미분양 물량 부담이 내년까지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수도권 중심의 ‘떨이 물건’을 잘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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