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일발 일본 언론들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9.06.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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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모두 독자·광고 감소로 울상 앞날도 캄캄해 문 닫는 회사 속출할 듯

▲ 일본 아사히신문사(오른쪽)와 아사히신문(왼쪽).

일본 아사히신문사는 최근 발표한 ‘2009년 3월 연결결산’에서 순손익이 1백39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6억 엔의 흑자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1백30년의 역사 속에서 일본 신문업계를 이끌어 온 아사히신문사의 적자는 위기에 처한 일본 신문 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산케이 신문사는 자회사인 산케이리빙을 매각한 결과 매출이 8백8억 엔(17.4%) 감소했다. 마이니치신문사는 매출이 1천3백80억 엔으로 4.22% 줄어들었으며, 마이니치게이자이신문은 적자를 면하기는 했지만, 최종 손익은 지난해의 절반인 60억 엔 정도로 줄어들었다. 요미우리신문사의 경우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발행 부수 1천만부 사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실적 악화는 비단 주요 언론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잡지 매출도 11.1% 감소한 4천78억 엔을 기록해 신문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황이다. <주부의 벗> <월간 현대> <요미우리 weekly> <playboy 일본판> 등 저명한 잡지들이 속속 휴간하고 있다. PC나 휴대전화 등에서 정보를 취득하기 시작한 젊은 층이 신문을 기피하면서 구독자 수가 줄고 광고비가 축소되고 있다. 게다가 신문 용지 대금의 상승과 경기 불황 등의 요인이 겹쳐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지나 방송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이 올 1월에 발표한 중간 결산 결과를 보면, 1백27개 방송사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적자를 기록했다. 신문사의 경영 부진으로 교토통신사나 시사통신사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 회사는 신문사들로부터 기사를 송고하는 비용을 낮춰달라든가 계약을 수정하자는 등의 요구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

1975년의 1차 석유 위기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10여 년 이상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위기를 극복해온 일본 신문업계가 최근에는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4대 매체의 광고 점유율이 5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인터넷 광고는 16.3% 늘어났다. 모바일 광고의 경우 47%가 늘어난 9백13억 엔을 기록해 지난 5년간 광고비가 여섯 배 증가했다. 인터넷 광고는 2004년에는 라디오시장을, 2006년에는 잡지시장을 추월했으며 이제 신문시장마저 넘보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09년도에는 신문업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이 신문의 광고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5년 전의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

1천만부 자랑하던 요미우리신문사도 발행 부수 줄여

일본 신문업계는 지면을 줄이고 교제비와 교통비 그리고 임금과 보너스 등을 줄이기 시작했다.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신문 가격을 올릴 것인가, 석간을 휴·폐간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사는 지난해 여름 가격을 올린 야마가타신문의 예를 연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사는 지난해 8월 말에 홋카이도에서 발행하는 석간을 휴간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 창간한 지 62년 된 나고야타임즈와 미나미일본신문, 오키나와타임즈, 류큐신문, 이와테, 니이가타 등 지방의 유수 일간지들이 줄줄이 휴간하고 있다. 신문사들은 또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문업계 종사자는 6만명에서 5만명으로 감소했다. 편집국의 경우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이마저 무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사는 발행 부수를 현재 8백만부에서 5백만부로 줄여도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해 현재 5천명인 직원을 2020년까지는 3천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발행 부수 1천만부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사도 부수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산케이신문사 역시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 된 40대의 정사원을 대상으로 부문에 관계없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0명(전체 사원의 5%)을 명예 퇴직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준 임금의 55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주기로 해 지원자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추가 응모 절차를 거쳐 해당 인원을 겨우 맞추었다. 신문사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명예퇴직자의 상당수가 조직을 떠나도 독립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회사로서는 인력 손실을 크게 입게 된다는 점이다.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결성된 아사히신문사, 일본경제신문사, 요미우리신문사 등 이른바 ‘강자연합’이 발족한 지 1년을 맞고 있다. 이들은 편집·광고 부문은 물론 디지털 사업, 판매, 인쇄 위탁, 공동 배송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신문의 라이벌은 더 이상 신문이 아니라는 현실 속에서 신문사끼리의 단결을 강화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불협화음도 적지 않게 들린다. 그만큼 시장 환경이 팍팍해진 탓이다. 협력 속의 경쟁이라는 ‘강자연합’의 성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타 신문이나 지방지의 앞날은 더욱 암울해져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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