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 정도면…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애널리스트) ()
  • 승인 2009.07.0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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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의 민심도 ‘발등의 불’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입구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남의 정치 민심이 균열하고 있다. 설마 싶지만 허튼 소리가 아니다. 특히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PK 여론이 심상치 않다. TK와 PK 민심의 분화 현상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언제부터일까? 지난해 4월 MB 지지도는 TK 44.5%, PK 45.5%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그 바로 다음 달부터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불쑥 드러났다. TK 28.2%, PK 22.6%로 PK가 처지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 때문이었다. 

이 흐름은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졌다. 특히 9월과 11월 사이 PK에서의 MB 지지율은 아예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우마저 있었다. 허나 그 뒤 이런 흐름이 잠시 주춤하더니, 올 3월부터는 PK의 독자 행보가 더 분명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PK는 TK에 비해 10.6~ 16.1% 포인트 낮은 MB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PK의 이탈은 현 정부가 인사 등을 통해 TK 정권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으로 보면 이전의 참여정부는 어쨌든 PK 정권이라 해도 무방했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 TK의 인사 득세는 PK의 박탈감을 거칠게 자극했다. 이것이 쇠고기 파동 등 악재에 PK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정서적 토대였다. 이처럼 동요하던 PK 민심이 결정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미우나 고우나 PK 출신이다. 게다가 퇴임 후 낙향해 ‘바보 노무현’의 모습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과거’를 털어냈다. 따라서 그의 자살이 PK에게 주는 충격은 남달랐다.

한편, 정당 지지도에서도 PK의 동요는 올 5월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 40%대에 머물러 있던 PK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5월에 2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PK 지역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이때를 기점으로 10%대에 진입했다. 6월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PK에서 20.7%를 기록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할 때 무려 28% 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3개월 전에 비해 13.8% 상승한 19.6%였다.

PK의 정당 지지도를 출렁이게 만든 요인도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당에 몸담고 있는 친노 세력의 존재 때문에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이득을 보았다. 6월1일 KSOI가 친노 인사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조사했다. 그 결과 PK에서는 TK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13.7% 포인트 차이였다. 

한쪽의 득(得)은 다른 한쪽에게 실(失)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한나라당은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한나라당의 하락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했다. 검찰 수사에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나, 그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몇몇 친박근혜계 의원들 모두 PK 출신이다. 그로 인해 PK는 상당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PK에서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대해 ‘형평성이 있다’는 의견은 32.1%였다. 전체 평균(34.2%)과 비슷하지만, TK(54.9%)보다 훨씬 낮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보는 시각에서도 정치 보복이라는 응답이 TK(36.0%)에 비해 6.7% 더 많이 나왔다.   

PK가 이탈하면 여권으로서는 향후 정치 일정과 관련해 대단히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따라서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낄 만하다. 이 때문에 MB가 이번에 과연 PK 출신들을 요직에 기용하는 인사 카드를 뽑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PK 인사가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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