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무기력, 평택은 왜 울고 있나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7.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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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파업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뉴시스

42일간 점거 농성이 진행되는 쌍용자동차 사태는 한국 노사 관계의 후진성을 일거에 보여주고 있다. 대량 해고, 불법 점거, 협상력 부족, 집단 폭행, 강제 진압까지 최악의 시나리오가 지난 5월부터 7월 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해고자들은 ‘함께 죽자’고 나서고 사용자는 무기력하게 지켜보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해고 노동자들은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 2개월 전까지 직장 동료였던 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서로를 음해하고 폭행을 일삼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두 명이 지난 5~6월 신경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더니 지난 7월3일에는 희망퇴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이 피치 못해 선택한 죽음에 안타까운 눈물 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지금도 해고자 9백명은 가족과 함께 공장 굴뚝에 매달리고 뜨거운 아스팔트에 앉아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비해고자 3천명은 ‘공멸’을 걱정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급한 나머지 공장에 들어가려 한 비해고자들을 맞이한 것은 지게차와 쇠파이프였다. 농성자들은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동고동락했던 동료를 지게차로 밀고 쇠파이프로 구타했다.
법 집행이든 중재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기껏 하는 일은 전투경찰을 동원해 공장을 포위하고 점거 농성자의 식수를 차단하는 일이다. 갈등 해소와 질서 유지라는 의무마저 방기하는 정부를 선출한 국민들은 자기 손등을 찍고 싶지 않을까. 조만간 공권력이 투입될 듯하다. 쌍용차 사용자는 법원으로부터 공장 점거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지난 7월3일 집행관이 노조에 공장 점거를 풀라는 계고장을 보냈다. 앞으로 2~3주 인도기한을 주고, 노조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전투경찰이 강제집행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예견되는 것이 또 다른 죽음과 눈물이다. ‘한국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라는 자괴감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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