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우주 대한민국’
  •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7.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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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 올려

ⓒ연합뉴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를 보려면 좀더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7월30일 오후 4시40분 정각에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로 쏘아 올려질 예정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로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직경 2.9m, 길이 33m, 무게 1백40t의 육중한 로켓에 저궤도 인공위성인 100kg급 과학기술위성2호(STSAT-2)를 싣고 떠나는 나로호의 이후 발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발사 시간은 2시간 동안으로 예정되어 있다. 나로호는 발사된 처음 25초 동안에 9백m를 수직으로 솟구친다. 그 뒤 남쪽으로 날기 위해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날아가면서 속도를 더한다. 발사 4분 뒤에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 페어링이 벗겨지고, 발사체 1단 엔진이 분리되어 바다 위로 떨어진다. 이때 고도는 지상 1백77km. 1단이 낙하하는 지점은 필리핀 동남쪽 공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2분35초 뒤 2단 고체 엔진이 자동 점화되어 계속 우주로 날아가다 발사 약 9분 후에는 3백km의 고도에서 연료를 다 태우고 난 2단 로켓이 위성과 최종 분리된다. 2단에서 분리된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 궤도에 오르면 일단 성공이다. 제 궤도에 자리를 잡은 과학기술위성 2호는 발사 13시간이 지나면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와 첫 교신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이름을 올린다. 스페이스 클럽은 위성을 자력으로 궤도에 올린 국가들이다.

과학기술위성 2호가 궤도에 오르면 우주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태양전지판이 펼쳐져 태양열을 이용해 위성체에 동력을 전달한다. 이후 임무가 수행된다. 과학기술위성 2호는 과학 실험 및 천체 관측 용도로 쓰일 소형 인공위성이다.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약 2년간 마이크로파 라디오미터를 활용해 대기나 해양의 수증기 분포와 바람의 속도 등을 알아내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앞으로 인공위성에 쓰일 핵심 기술이 우주 환경에 잘 적용하는지를 시험하는 것도 주요 목적이다. 실은 후자 쪽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대한 나로호의 모습은 대부분 로켓이다. 인공위성은 그 끝에 달려 있다. 로켓이란 추진력을 이용해 앞으로 혹은 위로 나아가도록 제작된 하나의 엔진 형태를 말한다. 나로호는 무게 100kg의 아주 작은 인공위성만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도록 만들어진 2단형 발사체로, 1단의 액체 엔진과 킥 모터라고 부르는 2단의 고체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셰프사가 조립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2단 고체 로켓과 발사체 앞부분인 페어링 그리고 과학기술위성 2호는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로켓은 어떤 연료를 쓰느냐에 따라 액체 로켓과 고체 로켓으로 나뉜다. 액체 로켓은 영하 1백83℃로 냉각시킨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싣고 가 추진제로 이용한다. 발사 뒤에도 점화와 소화를 반복하며 궤도를 정확히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액체 로켓은 흔히 인공위성 발사체로 쓰인다. 액체 로켓 발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산화제는 조금씩 기화하기 때문에 액체 산소를 주입한 로켓은 상온에서 30분 이상 놓아둘 수 없다. 30분 내에 발사하지 못하면 다시 몇 시간에 걸쳐 액체 산소를 주입해야 한다.

액체 로켓은 우주 개척의 필수품이다. 우리는 로켓과 미사일이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우주발사체로 돌려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켓 머리 부분에 핵탄두를 달면 장거리 미사일인 대륙간 탄도탄으로 쓸 수 있고, 인공위성을 올리면 우주발사체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이다.

나로호도 유사시 미사일이라는 무기로 전환시킬 수 있어 안보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쏘는 액체 로켓은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쓰기 때문에 발사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군사용 로켓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강대국들은 연료나 산화제를 미리 로켓에 주입해 장시간 보관하다가 준비작업 없이 바로 쏠 수 있는 액체 로켓을 개발해 대륙간 탄도탄으로 쓰고 있다.

반면, 고체 로켓은 점화한 다음에는 속도 조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값이 싸고 특별한 준비 과정 없이 바로 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용으로 주로 쓰인다.

세계 각국은 로켓 발사장을 지을 때 최대한 바닷가를 끼고 적도 가까운 곳에 부지를 선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로켓은 직각 자세가 아니라 약간 동쪽을 향해 발사된다. 왜 그럴까. 이는 한마디로 지구 자전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지구상에 있는 물체는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로켓이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야 한다. 중력은 지구 전체에 걸쳐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 원심력이 가장 큰 적도 지방이 가장 작고, 원심력이 가장 작은 극지방이 가장 크다. 즉, 적도는 자전에 의한 회전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탈출 속도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지구와 함께 도는 높은 궤도의 정지위성은 적도 가까운 곳에서 발사해야 지구 자전 속도의 힘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위치는 저궤도 위성에 적합해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한다. 이때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적도 기준으로 대략 시속 1천6백66㎞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등을 발사할 때 자전 방향이 중요한 까닭은 우주선의 속도에 지구의 자전 속도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도 부근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우주왕복선이 우주를 향해 시속 2만8천㎞로 오르고 있다고 하자. 이때 우주선의 속도 2만8천㎞에 지구 자전 속도 1천6백66㎞가 더해져 우주왕복선의 속도는 2만9천6백66㎞가 되는 셈이다. 즉, 우주선을 동쪽으로 발사한다면 자전 때문에 생기는 회전 속도를 덤으로 얻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므로 연료를 아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도 최적지는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가 적도에 더 가깝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회전하는 궤도를 갖는, 고도 1천㎞ 이내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궤도 위성의 경우 적당한 위도에서 남쪽이나 북쪽 방향으로 발사하면 된다. 나로 로켓이 발사 처음 9백m를 수직으로 솟구치다가 몸체를 기울여 동쪽이 아닌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이번에는 100kg급 소형 위성이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려 우주강국으로 가는 첫발을 뗀다. 10년 뒤 톤(t)급의 달 탐사선을 실어 보내려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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